[수의사의 냐옹일기] 고양이의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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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고양이가 쓰러져 있어서 데려왔어요.”  

 

어느 화창한 날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눈물, 콧물이 심한 고양이를 데리고 쭈뼛쭈뼛 병원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사실 이런 경우 병원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하다. 

 

동물병원이라는 곳이 길고양이나 유기견에 대해 국가지원이 나오지도 않고 그냥 단순한 자영업자와 같은 관리를 받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외부에서 있던 동물들은 전염병 관리가 안 되어 있어서, 병원에서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나, 손님 강아지 고양이가 전염병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

 

어리고 착한 마음에 데려온걸 알기 때문에, 뭐라 현실을 얘기해 줄 수도 없고 많이 난감했다.

 

더군다나 내가 어렸을때도 비슷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더욱 더 마음이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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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집 앞 2차선 도로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얼굴에서 피를 흘리면서 바둥거리는데, 차들이 지나다니는데 잘못하면 깔릴 수도 있는 곳에 쓰러져 있었다.

 

어린 마음에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옮기려는데 피범벅이 되어 있어서 차마 만지지는 못 하겠어 널빤지와 신문지를 구해와 그 위로 올려서 들고 집 근처 동물병원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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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께 고양이가 차에 치었다고 말하고 어떡해야 하죠? 물었더니, 

 

선생님이 몸만 빼곡 내밀면서 하는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였다. 

 

그 당시에는 '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이제 어쩌지'라는 생각만 들어서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더군다나 병원으로 가는 동안 고양이는 숨이 멎은 거 같았다.

 

나도 지금은 수의사지만 그때 그분은 참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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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묻어주긴 해야할 것 같아서 아파트 풀밭으로 왔는데 경비 아저씨한테 걸려 버렸다. 

 

경비 아저씨가 길 건너 산에 묻으라기에 알았다고 하고, 밤에 나와서 몰래 묻어줬다. 

 

들키면 안 되니까 대놓고 무덤 표시는 못하고 나만 아는 표식만 해놓았다 (경비 아저씨 죄송합니다 ㅠㅠ)

 

**현재 현행법상 동물의 개인적 장묘는 불법입니다. 화장시키는 것만 법적으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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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때의 내 모습이 겹쳐보여서, 우선 놓고 가라고 하고 검사 없이 대증처치만 해보기로 했다.

 

중증 상부호흡기질환으로 보여서 항생제와 수액처치를 병용했는데 사실 예후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오늘이 지나면 살아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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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웬 걸. 

 

다음 날, 고양이는 콧물은 남아있지만 눈물이 줄어들고 식욕도 왕성해졌다. 

 

비실거리고 약한 모습은 그대로지만 전날 의식도 없었던 거에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진 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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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도 나날이 좋아지고 활력도 생겨서 며칠 후 수액 처치도 중단했다.

 

고양이의 상태가 매우 좋아진 날, 다른 강아지가 입원하게 되었다. 

 

원인 불명의 심한 구토와 여러 장기들의 수치까지 안 좋아진 1살 령 강아지였다.

 

검사를 하고, 여러 개의 약물과 수액처치를 하면서 살리려고 노력하는데도 구토 설사가 잡히지를 않아 예후가 안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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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분에게 오늘 내일이 고비가 될 거 같다고 안 좋은 소식을 전한 다음 날. 

 

기적적으로 강아지가 활력이 말도 안 되게 좋아지고 식욕까지 생겼다!

 

그런데 이게 무슨 장난인가, 컨디션이 매우 좋았던 새끼고양이 녀석이...

 

아무 증상 없이 갑자기 사망해 있는 게 아닌가..

 

정말 의문이었다.. 모든 게 좋아지고 있었는데 한순간 강아지와 고양이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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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에 기반한 의료를 행하는 수의사이지만 가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고는 한다.

 

이 삶과 죽음이 뒤바뀐 일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혹시 나약한 새끼고양이가 자신을 치료해 주고 연명하게 해준 것에 보답하여, 강아지를 살려 주고 떠난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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