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보다 어딘가에, 칵테일 바 <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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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여기보다 어딘가에, 칵테일 바 <문 너머>
조회1,425회   댓글0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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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보다 어딘가에

칵테일 바 '문 너머'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희망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바꿔 말해 사람이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찾아낼 줄 아는 경이로운 존재라는 뜻이다. 칵테일 바 '문 너머'와 문 너머를 지키는 고양이 두 마리, 이 공간과 두 생명은 한때는 절망에 가까웠다. 하지만 절망을 조심스럽게 마주한 사이 눈부신 희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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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진으로 시작된 인연


홍대에 위치한 칵테일 바 '문 너머'에는 문희와 문식이, 이렇게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산다. 검은색 턱시도를 잘 차려입은 두 녀석은 누가 봐도 남매인 것이 확연히 드러날 만큼 거의 판박이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곳, 서로 다른 사연으로 만난 특별한 묘연.

 

칵테일 바 문 너머의 이승열 사장은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그냥저냥 무서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가오면 발악을 하고 도망치는 편이었다고. 이런 사람이 어떻게 고양이를 두 마리나 키우게 되었을까?

 

"스무 살쯤이니까 10년 전에 사진을 시작했어요. 그때 우연하게 찍게 된 길고양이 사진들 때문에 온라인에서 소위 말하는 '스타덤'에 오르게 됐죠. 제 사진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수천 개 이상 스크랩이 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턴 아예 찾아다니면서 고양이를 찍게 됐고, 찍다 보니 고양이가 보이고, 고양이를 알게 되고, 고양이가 가깝게 느껴졌어요. 어찌 보면 제가 한국에서 '길고양이'를 작업하려 한 첫 번째 사진가일 수 있어요. 당시엔 지금보다도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훨씬 심했잖아요? 그걸 없애고 싶어서 길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만 담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막상 길고양이 사진으로 유명해지자 전혀 다른 영역의 사진 일이 승열씨에게 들어오기 시작했다.'서태지 컴퍼니'와 'YG 엔터테인먼트'라는 굵직한 기획사를 거쳐 최근의 '신사동 호랑이'와 작업하기까지,  승열씨의 10년은 누구보다 바쁘고 빠르게 지나갔다. 아쉽게도 계획했던 길고양이 사진책 출판이나 전시회는 미뤄질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대신 승열씨는 사각의 틀 속에 사진으로 머물러있는 고양이가 아닌,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풍경 속에 오래도록 함께할 고양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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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


일이 너무 바빠 시간에 쫓기고 겨우 새벽에 들어와 잠을 청할 때마다 지독하게 외로운 그를 위로한 것은 작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제가 정말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성격이에요. 지금보다 어릴 때는 여자 친구든 친구들이든 잠들기 전까지 통화를 해야지만 버틸 수 있었거든요. 말은 안 하고 수화기만 붙들고 있더라도요. 그런데 고양이를 들이고 나서는 그 좋지 않은 습관이 많이 없어졌어요. 고개를 돌리면 나를 바라보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도 제 시선을 느끼면 쫄래쫄래 다가와서 무릎 위에 터억 앉아 골골거리는데 외로울 틈이 없죠."


승열씨와 평생 함께할 것만 같던 고양이였다. 하지만 그가 첫 번째로 키웠던 고양이는 사고로 그만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그 충격과 슬픔, 아픔과 상실감이 너무 컸기에 승열씨는 두 번 다시 반려묘를 키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문 너머를 오픈할 때까지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그런데 묘연이라는 게 참 묘한 것이, 정신 차려보니 똥꼬발랄한 아가 두 마리가 항상 품안에서 자고 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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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도 무럭무럭 피어나는 희망


이승열 사장은 사진과 영상 분야에서 그가 정한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새롭게 구축한 목표는 오랫동안 열망해오던 '내 가게'라는 것에 대한 실현이었다. 칵테일은 그가 밤낮없이 사진 작업을 하던 시절, 집에 들어와 한 잔씩 만들어먹곤 했던 달콤 쌉싸름한 술이었다고.때문에 가게를 해야지 마음먹었을 때 칵테일 바를 떠올린 건 그리 뜬금없는 발상은 아니었다.

 

홍대 근처에 위치했지만 비교적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가게를 조금이라도 눈에 띄게 하기 위해 승열씨는 '문'을 가게의 컨셉으로 잡았다. 전부 다르게 사용됐을 테지만 그 용도가 온전히 열고 닫는 것이었던 수십 개의 문들은 문 너머에 와서 화려한 벽이 되었다. 그러나 장사라는 것이 어디 쉬운가. 오픈 초기에는 며칠 동안 손님이 한 사람도 없는 날이 허다했다.

 

"홍대 근처니까 열기만 하면 무조건 잘되는 줄 알았죠(웃음). 막상 시작은 했는데 손님이 없으니까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빚도 막 생기고요. 그즈음 문희를 만난 거죠. 길고양이였는데 구조할 당시 많이 아팠고, 사람을 엄청나게 무서워했어요. 피부병부터 시작해서 백내장까지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치료를 하다 보니까 살데요. 하지만 아직도 저 외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낯을 가려요. ​

 

문식이는 반대에요. 애당초 사람을 너무 좋아해요. 문식이 역시 길냥이 출신인데 제가 신촌 기찻길 쪽을 산책하고 있으려니까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냥 포옥 안기더라구요.사람한테 그렇게 쉽게 안기는 고양이는 주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임시보호하며 주인을 찾아봤는데 나타나지 않아서 거두게 됐어요. 지금도 문식이는 처음 보는 사람들만 보면 포옥 하고 안겨요. 그런데 그게 정말 단지 처음 보는 사람한테만 그런 거라서, 우스갯소리로 문식이라는 이름은 '문디 자식'의 약자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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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바 특성상 문 너머의 분위기는 자칫 어둡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문 남매 덕분에 가게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게다가 이제는 고양이가 있는 곳이다, 라는 것이 충분히 입소문을 타면서 문 남매를 보러 오는 단골손님도 제법 생겼다. 그러는 동안 승열씨가 찍은 문희와 문식이 사진은 전시회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꽤 많아졌다.

 

안타깝게도 올 여름, 1년 넘게 찍어놓은 사진이 들어있는 하드디스크가 수해로 인해 물에 잠겨버리는 사고가 있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문 남매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여전하고, 승열씨에게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줄 카메라가 있는데.

 

승열씨는 언젠가 좀 더 심도 있게 고양이를 테마로 한 작업을 하려 한다. 고양이를 전혀 모르던 시절, 그가 우연하게 포착한 고양이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누구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애묘인이 된 지금,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그의 렌즈 속에 담길 고양이는 얼마나 더 따스한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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