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골목걷기 #2 부산 행복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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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고경원의 길고양이 골목걷기 #2 부산 행복마을
조회4,211회   댓글0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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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의 길고양이 골목걷기 #2

부산 행복마을

 

사람 사는 곳이라면 멀지 않은 곳에 길고양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도 길고양이와 마주칠 확률이 높은 장소로 오래된 골목길을 꼽습니다. 저 역시 자주 만나 인사를 나누는 동네 고양이들이 있지만, 또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은 어떨까 궁금해져 낯선 골목을 찾아가곤 합니다. 길고양이 골목에서는 꼭 고양이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좋습니다. 골목 곳곳을 누비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부산의 행복마을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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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을의 행복한 길고양이를 찾으러 가는 길

 

행복마을은 해운대구 우2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부산지하철 2호선 시립미술관역 6번 출구로 나가 성불사 방향으로 타박타박 걷다 보면, 행복마을 입구에 들어서게 되지요. 마을 초입은 여느 재래시장 풍경과 비슷하지만, 아직 골목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동네에서 보던 그 시절 그 풍경으로 돌아간 듯 연륜이 풍기는 오래된 이발소, 흔한 프랜차이즈 빵집이 아닌 동네 빵집, 재래식 목욕탕이 늘어선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면, 길이 조금씩 좁아지면서 도로 양편으로 키 낮은 단층 주택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길고양이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장소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행복마을 골목길을 걷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옵니다. 한쪽은 개천을 중심으로 축대 위에 단층집이 올망졸망 늘어선 냇가 옆 주택가이고, 다른 한쪽은 벽화가 이어지는 길이지요. 흔히 벽화마을로 유명한 골목을 걷다 보면, 그림이 그려진 담벼락을 중심으로만 돌아다니기 쉽습니다.

 

그러나 골목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장소는 따로 있습니다. 굽이굽이 펼쳐졌다 다시 꺾이는 골목길 깊숙한 안쪽은, 그 골목에 담긴 눅진한 세월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두 갈래 길을 모두 걸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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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2동의 행복마을 벽화를 만든 사람들

 

고양이가 많은 골목 이전에 출사지로도 널리 알려진 행복마을의 거리벽화는'거리의 미술 동호회'와 '우2동 벽화봉사단'의 공동작업으로 완성됐답니다.2010년 8월부터 2개월간의 작업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는데,'테마 있는 아름다운 벽화 그리기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12월 저탄소 녹색성장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골목여행을 다니다 보면 지역마다 미묘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탱크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서울 지역의 물탱크는 노란색이 대부분이지만, 부산에서는 파란색 물탱크가 많더군요. 물탱크 납품업체의 취향인지 지역색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푸른빛 바다를 닮은 물탱크는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립니다. 바다 없는 행복마을 골목길, 물탱크만한 크기의 푸르른 바다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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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삼색고양이

 

물탱크에 눈길을 주다 보니, 그 앞으로 다크 서클이 짙은 삼색 고양이 한 마리가 오도카니 앉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커피전문점처럼 변신한 담벼락 위에 가만히 앉아있던 삼색이는 인기척을 느끼더니 폴짝 뛰어내려 달아나고 마네요.

 

짧은 만남에 아쉬워하며 어느 골목길로 들어설까 고민하던 차에, 또 다른 삼색이를 만나 조심스레 따라가 봅니다. 사람이 걷기에도 제법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을, 길고양이는 작은 발로 뚜벅뚜벅 올라갑니다.

 

이렇게 비탈길에서 길고양이를 만날 때면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냥 걷기도 힘든데 왜 하필이면 비탈길을 좋아하느냐고요? 첫 번째 이유는 평탄한 길보다 입체감이 있어서 평지를 걸을 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길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춰 사진 찍기가 좀 더 수월하기 때문이랍니다. 비탈길에서는 제가 몸을 낮추지 않더라도 고양이는 높은 곳에 있고, 저는 낮은 곳에 있으니 자연스레 눈높이가 맞는 것이지요.​

 

이날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고양이 사진도 이 비탈길에서 찍을 수 있었습니다. 경사진 길을 천천히 오르다 잠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는 길고양이의 모습. 그렇게 고양이가 보여주는 순간의 매혹이 있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약이 없기에, 사진으로만 남은 그 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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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까만 고양아

 

골목 여행을 흡족한 마음으로 마치고 돌아서는 길, 왔던 길로 다시 걸어 나오다 까만 턱시도 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앉아 미동도 않는 탓에 까만 비닐봉지로 착각할 뻔했는데, 봉지 속에 동동 떠 있던 호박색 구슬 두 개가 동글동글 빛나고 있어 고양이인줄 알게 되었지요.

 

가게에 들른 이웃집 할머니 인기척에는 가슴이 철렁거리지도 않는 듯, 턱시도 고양이는 여유로운 얼굴로 그 자세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번 보자는 듯, 빤히 눈싸움을 걸어오는 고양이를 마주보며 가벼운 눈인사로 작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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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 사진 고경원

http://cats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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