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할…, 마할끼다…. 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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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마할…, 마할끼다…. 별내”
조회32,611회   댓글5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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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할…, 마할끼다…. 별내”

어느 낯선 외국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여보쎄요…. 도와주세요…. 별내 아파…. 별내 와 여기 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가 싶어 몇 번을 끊었지만 순간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보자에게 천천히 말해주길 요청했고, 혹시 주변에 통화 가능한 한국인이 있다면 연결해달라고 했다. 몇 시간 뒤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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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내는 경기도 남양주 별내면 어느 공장에 버려진 고양이였다.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곳에 버려졌으니 그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별내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경계하며 숨어 살았다.

 

고향에서 돌보던 길고양이들이 생각난 필리핀 노동자 에릭 씨는 그런 별내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엔 심하게 경계했던 별내도 자기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에릭 씨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은 어느 새 일터로 향할 때나 하루 업무가 끝날 때나 함께 하는 사이가 됐다. 

 

다른 기숙사 친구들도 별내를 좋아해 기숙사에서 같이 살 수 있게 됐는데, 고된 하루가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왔을 때 ‘부비부비’하며 ‘꾹꾹이’ 안마를 해주는 별내 덕분에 친구들 모두 고된 타지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들은 고향에 부치고 남은 용돈에서 조금씩 돈을 걷어 별내에게는 제일 좋은 사료를 사서 먹였다. 식당에서 생선구이가 나오면 살만 잘 발라서 별내에게 주고 주말이면 기숙사 마당에서 산책도 즐겼다.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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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기가 나빠지면서 공장이 문을 닫게 됐고, 전기와 수도까지 끊긴 기숙사에는 별내와 에릭 씨만 남게 됐다. 에릭 씨는 별내만을 이곳에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추운 날씨 때문에 별내가 재채기를 하더니 어느 순간 엉덩이에서 피고름까지 나는 등 별내의 건강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에릭 씨는 멀리 떨어진 옆 동네 공장 식당까지 걸어가서 어렵게 고기와 생선을 얻어다가 먹였다. 이것이 에릭 씨가 아픈 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수중에 돈이 떨어져 사료조차 맘껏 사 먹일 수 없었던 그간의 사정을 알아듣기도 어려운 서툰 한국어로 전달하려 애썼던 에릭 씨. 그러나 ‘타인의 고통’이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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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한다…. 별내”

 

공장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별내는 고보협에서 준비한 사료를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별내는 몇 번을 뒤돌아보며 에릭 씨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에릭 씨는 한국인들만 보면 ‘고양이 아플 때 도와주는 곳’을 물었고 그렇게 어렵사리 한국고양이보호협회를 알게 됐다고 했다.

 

별내의 건강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콧등까지 흘러내린 눈물이 굳어져 있었고 엉덩이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협력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지만 별내와 에릭 씨의 헤어짐은 쉽지 않았다. 이동장을 보고 ‘하악질’을 심하게 하던 별내를 에릭 씨는 자신의 품에서 한참을 달랬다 .에릭 씨는 출발한 차를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고, 우리는 그가 작은 점으로 변할 때까지 별내가 계속 그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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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도착한 별내는 자궁 축농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궁의 반이 고름에 차서 썩고 있었다. 아마도 별내는 공장지대에 버려지기 전 여러 번 출산했고 반려동물이기보다는 쥐잡이용 고양이로 키워졌던 것 같았다. 담당의는 “원래 이렇게 자궁충농증이 심하면 빈혈이 동반되지만 에릭 님의 정성으로 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강상태를 유지하게 된 것 같다”며 “자칫 수술이 늦어졌다면 염증이 온 몸에 퍼지고 고열로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 상 병문안을 올 수 없었던 에릭 씨는 전화로 별내의 안부를 수시로 물어왔다. 전화기가 없던지라 자택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 식당 아주머니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먼 길을 걸었을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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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영상통화가 되는 식당 손님의 전화기를 빌려서 영상통화를 했다.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도 별내는 그 사람이 대번에 에릭 씨라는 걸 알아봤던 것 같았다. 입원 내내 등을 돌리고 먹지도 않은 채 웅크리기만 했더 있던 별내가 ‘아웅 아웅’ 소리 내며 울기 시작했고 에릭 씨도 흐느끼며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마할…, 마할끼다…. 별내.”

 

별내와 에릭 씨의 우정은 에릭 씨의 일 때문에 이별로 끝이 났지만, 우리는 에릭 씨에게 전화번호를 주며 협회방문을 언제든 환영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에릭 씨가 흐느끼며 했던, 참으로 궁금했던 그 말을 사무실로 복귀한 뒤 검색해봤다. 그것은 ‘사랑한다’라는 말이었다. 삶은, 세상은 정말 한편의 영화일 수도 있다.    

 

 

CREDIT

글·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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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5
sunarch  
에휴 다행이네요 늦더라도 수술해서..감사한일에요 근데 다시 볼수없나요 냥이와 저분 ㅠㅠ 가슴아프네요
답글 0
신도희  
감사합니다 에릭씨
답글 0
익후  
후원하고 싶어요  .ㅜㅜㅜ진짜... 경제적여건에  저렇게 헤어져야한다는게 너무 가슴아픕니다..
답글 0
김인혜  
별내와 에릭씨 모두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마워요 에릭씨!
답글 0
wdong  
감동적이네요 ㅜㅜ 별내랑 에릭씨는 함께할수는 없었나보네요..안타까워요.. 에릭씨에게 고맙기도 하고요 ㅜㅜ 타국에서 본인도 힘들었을텐데 ㅠㅠ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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