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수류산방 고양이, 내 이름은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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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출판사 수류산방 고양이, 내 이름은 강아지
조회2,082회   댓글0건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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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수류산방 고양이

내 이름은 강아지

 

고양이는 가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보고 있노라면 저런 풍경도 있었구나 하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간혹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공간, 쓸모없는 공간을 의미 있는 장소로 탈바꿈 시켜 준다.

 

또 계절마다 다른 향기를 품고 있는 고양이들은 이제 어느새 새로운 계절, 가을 냄새를 담고 우리 곁으로 슬며시 다가오고 있다. 가을하면 독서, 이렇게 뻔한 조합도 없지만 이만큼 잘 어울리는 두 단어도 없다. 거기에 고양이가 더해진다면 짧아진 계절 가을을 좀 더 분위기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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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산방 고양이는 '강아지'

 

뭇 별이 내려앉고 계절을 일러주는 이파리 드리운 맑은 방, 정겨운 차와 언제읽어도 기쁠 책 몇 권을 놓고 널리 마음을 초대하는 방. 나무들이 늙은 고목으로부터 늘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내듯, 옛 것에 단단히 뿌리박은 새로움을 길어내는 일, 맑고 생생하고 따뜻하고 신나는 모든 것들에 수류라는 이름을 붙여 보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곳. 樹流山房(수류산방)이 무엇인가 물으면 그저 수류산방이라는 엉뚱하고도 현명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그 이름도 독특한 출판사 수류산방.

 

그 곳에는 고양이이지만 강아지인 아이가 수류산방의 심세중 실장과 1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함께 근무하고 있다. 출판사 이름만큼이나 고양이의 이름도 새롭다. 미국에는 도서관 고양이 듀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수류산방의 출판사 고양이 강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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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

 

강아지는 딱히 본인의 이름을 알아듣는 것 같진 않다. 그렇다고 사람이 부르는 것을 본체만체 하지만도 않는다. 하지만 작은 관심도 피곤하다는 듯 항상 마음 내키는대로 원하는 장소에서 머물곤 한다.

 

강아지를 사무실로 데려온 지 이제 4~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사람을 피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띄던 아이의 성격은 차츰 유순해지고, 심세중 실장 이외에도 모든 직원들을 자신과 공생하는 관계로 인식하는 듯하다.

 

"강아지는 2001년에 만난 아이에요. 그 당시 저와 함께 지내던 친구가 구로 쪽으로 출퇴근을 하던 길은 구로 시장을 거쳐가야 했어요. 친구는 그해 겨울 시장 안에서 앵벌이들이 유기 고양이들을 판매하는 것을 보게 됐죠. 근 한 달 동안 고양이들이 울고불고 말라가며 거의 죽을 뻔한 광경을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만원을 주고 한 마리를 구입하게 됐어요.그 아이가 지금의 강아지예요. 안쓰러운 마음에 구입은 했지만 친구가 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희 어머니께 노년에 친구로 삼으시라는 좋은 마음으로 선물을 드리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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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이는 처참한 상태였고 생사를 거의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 실장이 강아지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 무게는 겨우 300g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더욱 놀랐던 것은 이미 태어난 지 적어도 6개월은 지난 성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위태위태한 상태로 6개월을 버텨온거죠. 한쪽 눈은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양쪽 귀는 모두 곰팡이가 핀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피했고, 중성화 수술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수술을 한 번에 할 수밖에 없었어요. 살 수 있는 확률도 거의 없다고 했었죠. 또 그 시절은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양이 중성화에 대한 완벽한 지식 없이 실시한 수술의 여파로 배가 늘어져 버렸죠."

 

강아지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사람에게서 버려져 다시 사람 손으로 돌아가 보살핌을 받았지만, 사람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 사람을 기피하는 자폐적인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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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엄연한 수류산방의 구성원

 

강아지 때문에 가족 모두가 피부병에 고생하고 시달리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던 심 실장의 어머니. 그래서 또 다른 집으로 보내졌던 아이는 이내 다시 파양되고 말았다. 집안의 옷이며 모든 용품들을 다 뜯고 긁어 못쓰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발톱 제거 수술까지 시켰다. 하지만 수술 후 바로 후회를 하게 됐다. 지금도 강아지의 발을 볼 때면 정말 몹쓸 짓을 했다는 생각만 든다.

 

"결국 제가 키우게 된 강아지는, 그 때도 항상 사람을 물거나 공격을 했어요. 인기척이 느껴지면 아예 숨어서 나오질 않았고요. 그나마 호의적인 사람이 저였어요. 특히 목욕이나 귀청소를 해 줄 때면 얌전해지는 것이 '날 주인으로 생각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집에서 외롭게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사무실로 데려왔더니 처음에는 모두 퇴근한 밤에만 나와 놀더라고요. 차츰 낮에도 사무실을 거닐면서, 사람을 기피하던 아이가 점점 성격이 좋아지는 것이 보였어요. 출판사 자체가 종이가 많은 공간이기 때문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나봐요. 주로 파지나 신문 위가 강아지의 장소에요. 직원들 자리마다 강아지가 들어가서 쉬는 전용 공간도 마련돼 있어요."

 

강아지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고 있지만 사무실의 분위기를 좋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감 때 딱딱한 분위기도 강아지 덕분에 부드러워지고, 직원들은 강아지를 이제는 거의 수류산방의 일원으로 여겨 가끔 "강아지 너도 교정 좀 봐라", "강아지야 퀵 서비스 좀 불러줘"라며 장난도 치곤한다. 봄이나 가을에는 창밖으로 날아다니는 새를 구경하기도 하고 책장 꼭대기에 올라가서 지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나이 때문인지 주로 바닥으로만 이동을 한다. 사무실이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강아지는 모두들 집중해서 조용히 일하는 느낌을 즐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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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같은 내용들을 엮어내는 곳, 수류산방

 

강아지가 제 집으로 삼고 있는 이곳 수류산방은 베스트셀러를 출판하지는 않지만, 완벽한 책만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는 출판사다. 수류산방의 임직원들은 책이라는 결과물보다는 책을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긴다. 또 더 큰 그림을 위해서 그 과정들을 밑거름으로 쌓아가고 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걸리는 작업을 통해 구성원들은 보석 같은 내용들을 수집한다. 심세중 실장은 그 자료들의 연결고리 속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이 더 크게는 이 사회에, 이 지구에 좋은 파장을 일으키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성북동 산중턱 낡은 사무실에서 지금의 수류산방으로 발전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더 크고 좋은 의미로 발전됐어요. 지금으로부터 5~6년 후에는 수류산방의 모습이 또 다시 더 많이 달라질 것이며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류산방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느 누구라도, 어떤 분야라도 함께 맞춰나가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판 이외에 홍보, 전시, 파티 등도 수류산방에서 해내는 프로젝트다.꼭 함께 지내는 강아지 때문만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카라와 함께 반려동물 교육센터 건립기금 후원자금 마련을 위한 홍보물을 준비 중에 있다.

 

"10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늪을 건너려고 허우적대고 있었다면, 지금은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으로 한 단계 올라온 상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처럼 항상 긴장을 놓치면 빠져버릴지도 모르는 그 감각을 평생 가지며 수류산방을 이끌어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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