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서 지로까지, 미스터리 캣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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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포에서 지로까지, 미스터리 캣의 역사
조회2,147회   댓글0건   작성일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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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포에서 지로까지, 미스터리 캣의 역사

 

 

잠시 눈을 뗐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있다. 아무리 뒤져도 나타나지 않는다. 포기하고 뒤돌아서면 가만히 앉아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다가가면 달아나고 돌아서면 등 뒤를 밟는다. 최후의 수단을 꺼내기로 한다. 신출귀몰한 네 발의 대도. 병아리 장난감의 방울 소리가 들리자 잽싸게 나타나 배를 보이며 눕는다. 허무한 자수에 흐르던 땀이 민망해진다. 도무지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싸매던 동서양의 미스터리 작가들은, 그렇게 고양이를 추격하며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너로, 정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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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혹은 악마의 대리자


시대와 지역에 따라 고양이에게 주어지는 배역은 사뭇 다르다. 서양에선 예부터 고양이를 신성시하여 경외하거나 유령처럼 무서워했다. 에드거 앨런 포의 고전 <검은 고양이>의 고양이 플루토는 주인공을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 저승사자로 묘사된다. 그러나 ‘저승의 왕’이라는 뜻의 그의 이름은 인간이 멋대로 붙여놓은 것이다. 플루토는 주인공이 처한 비극의 혐의를 덮어쓸 뿐이다. 그럼에도 죽음에서 살아나는(!) 플루토의 모습에서 고양이를 초현실적인 존재로 여기는 서양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 쪽에선 아직도 검은 고양이를 불운한 존재로 여기곤 한다.

 

동양의 고양이는 불심의 은혜를 입었다. 부처님은 <범망경>에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고양이를 기르지 말라고 적어놓았지만, 중생들은 고양이의 평온한 모습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귀히 여겼다. 오래 전 중국 사람들은 ‘이수’라는 고양이 신이 밤의 약령을 막아준다고도 믿었다. 신묘한 고양이의 이미지는 작품으로 이어진다. 니키 에츠코의 <고양이는 알고 있다>엔 살인 사건을 모두 눈에 담은 유일한 목격자 고양이 치미가 나온다.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그 유명한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 고상한 고양이의 모습도 이와 닿아있다. 고양이가 초월적 존재로 묘사되는 건 동서양이 유사하지만, 플루토처럼 벽 속에 매장되는 험한 꼴은 면했으니 사정이 좀 나은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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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이렇게


현대로 넘어오며 고양이는 점점 억울함을 씻어낸다. 아키프 피린치의 탐정 소설 <펠리데>에서 스마트한 고양이 프란시스는 탐정으로 분해 동족을 연쇄 살해하는 범인을 쫓는다. 인간은 추악하고 타락한, 쓸모없는 조연으로 밀려난다. 일본 작가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속 고양이는 어려운 사건 앞에서 헤매는 인간에게 해결의 열쇠를 물어다 준다. 여기서도 인간은 고양이의 영리함에 기대는 아둔한 형사에 불과하다. 미스터리 속 고양이는 무고함을 얻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머리 위에서 놀며 그간의 설움을 되갚고 있다. 과연 고양이다운 복수다. 

 

인간이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집고양이가 등장하니 동거의 역사는 족히 반만년은 되었을 거다. 그동안 개가 야성을 버리고 인간의 표정을 읽을 정도로 진화를 거듭한 반면, 고양이는 독신의 기품을 잃지 않았다. 이것은 미스터리한 일이다. 거의 모든 생명과 자연을 자신의 편의에 맞게 바꾸고야 마는 인간에게 도무지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의 존재란 기이한 것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미스터리 작가들이 탐묘에 이르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CREDIT 

글 김기웅

그림 우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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