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강아지가 필요해, 영화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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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 우리 모두 강아지가 필요해, 영화 <베토벤>
조회2,474회   댓글0건   작성일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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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우리 모두 강아지가 필요해

영화 <베토벤>

 

삶은 스스로 설계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연과 우연이 충돌하며 마구잡이로 전개되는 통에, 우리는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불행과 행운을 일컬어 운명이라고 부르며 살아가게 된다.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운명은 거부할 새도 없이 삶을 가득히 채우고, 그 대상을 강하고 끈끈하게 사로잡는다. 거대한 강아지 베토벤도 그랬다. 인간이 거부권을 행사하든지 말든지, 베토벤은 아주 당연하게 가족들의 일상을 한층 더 유쾌하고, 한참 더 완성도 높은 행복의 어느 언저리로 총총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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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에 남겨진 가여운 내 사랑


우리 집 강아지는 내가 외출하면 내 뒤를 굳이 쫓아 나오지는 않았다. 하얀 담장 위로 상반신을 불쑥 내밀고 헥헥거리며 마중해 줄 뿐이었다. 다만 내가 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담장 위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멍! 하고 한 번쯤 부를 법한데, 강아지는 그저 초연하고, 또 약간은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또 달랐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처럼 온 몸을 흔들며 나를 반겨줬다. 그럼 나는 궁금해지고 마는 것이다. 마당 한 편, 네가 마음에 드는 그 자리에 너는 계속 앉아 있었을까? 목줄 없이 마당에 풀려 있는 네 시간은 어떨까? 나는 네 덕에 몹시 행복하다만, 너는 괜찮은 걸까?

 


은밀하고 발랄한 사생활


확실히, 영화 <베토벤>의 세인트 버나드, 베토벤은 가족들이 외출해도 썩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베토벤은 밤에 가족들이 잠들 시간이 되자, 집으로 들어와서는 TV를 켜서 스릴을 즐기며 시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들이 학교에 가거나 출근한 후에는 개집 뒤에 파 놓은 구멍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나들이를 가 제 나름대로 사회생활도 즐긴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조금씩 얻어서는, 어린 시절의 그를 구해준 강아지 친구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가족의 셋째 딸 에밀리가 수영장에 빠지자, 꽤 먼 거리를 뛰어와서는 에밀리를 구하기도 한다. “집에 가, 베토벤. 안 그러면 혼날 거야.” 에밀리의 말에 베토벤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조지는 분명 베토벤이 얌전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을 테지만, 뉴튼 가족 중, 베토벤이 하는 일을 모두 다 아는 사람은 없다. 더불어 베토벤이 그의 사업을 도운 것을 비롯하여 가족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은밀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베토벤만이 알고 있는 발랄한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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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해 줘, 너 또한 안녕하기를


악랄한 수의사 바닉의 계략으로 조지는 베토벤의 안락사를 결정한다. 조지로부터 베토벤을 넘겨받은 바닉은 베토벤을 연구실로 넘긴다. 그 곳에는 어떤 실험을 기다리는 수많은 개들이 갇혀 있다. 그 실험실에서 베토벤은 가족의 일원이 아니라 총탄 실험의 대상이 될 ‘두개골이 큰 개’일 뿐이다. 뒤늦게 베토벤의 결백을 깨달은 뉴튼 가족이 베토벤과 합세해 바닉 일행을 저지할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아, 그런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건 너무나 울적하고 치명적인 불행이다. 베토벤은, 그리고 우리 강아지들은 언제나 안녕해야만 한다. 강아지가 있음으로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부차적인 이야기. 이미 우리 강아지들은 꼭 건강해야만 하고, 별 일 없이 유유자적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동물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사고를 당하거나 누군가에게 납치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니 꼭, 반드시 안녕하기를. 영화 속 베토벤도, 하얀 담장 속의 우리 집 강아지를 포함한 모든 강아지들도.

 

 

CREDIT

 김나연 

그림 우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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