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그 녀석이 처음 온 날 by 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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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ARTIST] 그 녀석이 처음 온 날 by 흰달
조회2,632회   댓글0건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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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달 <그 녀석이 처음 온 날>

 

 

반려인 이대윤 님의 사연

 

사실 제가 키우는 고양이 이야기는 아니고 여자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의 이야기입니다. 이 뚱뚱한 고양이는 원래 집사가 ‘흰둥이’라고 지어놓은 이름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두 번째 집사인 제 여자친구가 ‘둥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었던 저는 언제 공격해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 흰 생명체가 함께 있으면 불안했습니다. 집에 처음 들어와 가방 문을 열어주자마자 옷들이 많이 걸려있는 행거 뒤편으로 숨더니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으로 저를 관찰했었거든요. 호랑이와 사자, 표범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동물과 함께 있는 것이 금방이라도 사냥당할 것 같은 기분이라 고양이가 숨어 있는 거실을 떠나 부엌에서 잠드는 일도 있었습니다.

 

불안해하는 저를 보고 여자친구가 ‘동물도 사람과 같아서 아무 이유 없이 공격하지 않는다’ 고 말해주었고 그 말에 조금 안심이 되어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자 그대로 쓰면 좀 천박한 표현입니다만, 고양이가 ‘닭 새끼 마냥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잠에서 깬 저는 고양이가 집안의 어떤 물건들을 이리저리 건드리고 쓰러뜨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원망스럽게도 제 여자 친구는 너무나도 편안히 잠들어 있었지요.

 

잠과 고양이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이, 머리맡에 두었던 제 스마트폰 액정 불빛이 켜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갑자기 밝아지는 느낌.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아실 거예요. 저절로 ‘뭐지?’하고 눈을 뜨게 되기 마련입니다. 눈을 뜬 제가 마주친 것은 제 머리 바로 위에서 거꾸로 절 내려다보고 있는 오드아이 고양이의 노란색과 푸른색 눈동자였습니다. 고양이는 꼬리를 후루룩 국수 말아먹듯이 말고 도망쳤습니다. 고양이는 사라졌지만 그 자취가 아직 눈에 남아있는 만큼의 짧은 정적. 고양이는 부엌 문틈으로 얼굴만 살짝 내밀어 살짝 눈치를 제 눈치를 보다가 눈이 다시 마주치자 또 다시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 후로도 고양이와 친해지는 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으나, 지금은 뚱뚱해서 긁지 못하는 등도 빗으로 빗어주는 나름 좋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흥미진진했던 시간은 제 머리 위에서 절 관찰하다가 들키고 나서 도망간 후 다시 부엌 문틈으로 살짝 엿보던 그 첫 만남. 그 때의 고양이와의 밀당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날 밤의 밀당이 다시 보고 싶네요!

 


CREDIT

그림 흰달

이대윤

편집 장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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