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마을 | ① 평화롭고 낯선 공존의 섬, 통영 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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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마을 | ① 평화롭고 낯선 공존의 섬, 통영 욕지도
조회3,881회   댓글0건   작성일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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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①
평화롭고 낯선 공존의 섬, 통영 욕지도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고양이들은 그늘 속에서, 땅굴 아래에서, 자동차 밑에서 햇볕을 피한다. 방파제를 받치고 있는 커다란 바위 사이에 새끼들을 숨겨둔 고양이는 이따금 방파제 위로 올라와 낚시꾼들이 낚는 물고기를 노린다. 비도 내리지 않은 마르고 사나운 여름이건만, 그래도 고양이들은 유유자적,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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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낚으니 고양이가 온다

욕지도는 휴가를 떠나기에 좋은 섬이다. 천왕봉만큼 호젓하게 등산하기 좋은 산도 없다. 물이 맑고, 고기가 잘 잡히기에 낚시꾼들의 명소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 중 으뜸가는 낚시 포인트는 목과방파제다. 항구에서 노란 버스를 타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목과마을은 산 아래부터 중턱, 그 너머까지 집들이 자리를 잡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마을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방파제에서 낚시꾼들은 미끼를 던지고, 볼락이나 학꽁치 등을 잡는다. 낚시꾼들의 환호성에 방파제 바위 사이에서 젖소무늬 고양이가 몸을 내민다. 바로 발치에 파도가 치고 있음에도, 고양이는 익숙한 듯이 바위를 딛고 방파제 위로 올라온다. 또다시 물고기를 낚은 낚시꾼의 뒷모습을 고양이가 지켜본다. 고양이의 입은 한 쪽이 눈에 띄게 돌출되어 보인다. 낚시꾼이 낚은 물고기를 곧장 가로채다가 입 안에 낚싯바늘이 파고들었다고 한다. 고양이의 입은 낚싯바늘이 있는 채로 아물 있다. 입모양이 뒤틀린 고양이는 방파제에서 낳은 새끼를 먹이기 위해 방파제 부근에 머무는 중이다. 방파제를 지탱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 틈 속이 젖소무늬 고양이와 그 새끼들의 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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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고양이

어린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가 주변을 배회한다. 반짝거리는 호박색 두 눈이 매력적이고, 예쁘게 신은 흰색 양말이 귀여운 고양이다.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가면 여유롭게 산 속으로 사라지는데, 어느 순간 시선이 느껴져서 주변을 살펴보면 턱시도 고양이가 가까이 와 있다. 그늘에 앉아서 나른한 얼굴을 하더니 나중에는 친구인지 형제인지, 다른 고양이와 함께 차 밑에 숨어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마을에서 내려와 방파제로 내려가고 있자니, 주차된 자동차 보닛 밑으로 고양이 하반신이 덩그러니 내려와 있다. 죽은 걸까 싶어 고양이의 배를 손가락으로 슥 찔러본다. 하반신의 주인 고양이는 허둥지둥 발버둥 치며 자동차 보닛 안으로 후다닥 들어간다. 그제야 내려다본 자동차 밑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식빵을 굽고 있다. 보닛 안으로 들어간 고양이의 꼬리가 차 아래로 쑥 내려온다. 근처 그늘에서는 새끼고양이들이 장난을 치며 논다. 차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오자, 고양이들은 차 아래를 떠나 느긋하게 새끼들 곁으로 간다. 보닛 속의 고양이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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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양이 섬, 욕지도

오십년쯤 전, 욕지도에선 고양이들이 쥐잡이용으로 길러졌다. 그러다 집밖으로 나온 고양이들은 자체적으로 번식하며 그 개체수를 늘렸다. 섬에는 고양이를 위협하는 다른 동물은 없었다. 유일한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고양이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고양이는 예의바르게 낚시꾼의 옆에 앉아 천연덕스럽게 물고기를 양도받기도 했고, 피서객들이 고기를 구울 때 한 점씩 얻어먹기도 했다. 이따금 육지에서 반려묘로 자라던 고양이들이 섬에 버려지기도 했다. 목과방파제 근처에 주차된 자동차 밑에 있던 러시안블루 한 마리가 그런 경우다. 러시안블루 옆에는 그 새끼인 듯 어린 회색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고, 카오스 무늬의 어린 고양이들도 함께 있었다.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인지, 고양이들의 영역 다툼은 꽤 치열한 편이다. 목과마을에서는 새벽이면 방파제 고양이들과 마을 고양이들이 하악질을 하며 우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했다. 각자 구역이 있다고, 그 선을 넘으면 패싸움 벌어지듯 한다고 낚시꾼 한 명이 일러줬다. 그 소음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별달리 고양이를 학대하는 일은 없다. 고등어구이를 도둑맞는 것도 그러려니 한다고. 고양이들도 일본의 아오시마나 대만의 허우통 마을의 경우처럼 떼를 지어 사람들을 반겨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대로 함께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무조건 서로를 환영하고 아끼는 것만이 공존의 유일한 방식은 아니니까.

 


 
CREATED BY
김나연 사진 박설화

 
본 기사는 <매거진C>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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