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과거일 뿐, 뽀뽀와 노유의 쿨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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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과거일 뿐, 뽀뽀와 노유의 쿨한 오늘
조회972회   댓글0건   작성일9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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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만나다

과거는 과거일 뿐

뽀뽀와 노유의 쿨한 오늘 

 

“묻지 마, 다쳐!” 90년대 말 대히트를 쳤던 광고 카피이다. 지금까지도 공감을 얻으며 사용되고 있다. 특히 연애할 때 ‘쿨하게’ 서로의 과거사를 오픈했다가는 알면 다치는 대참사를 면치 못한다. ‘쿨’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지만 아직 말만큼 쿨하지 못한 연인들 사이에서 애꿎은 생명들만 고생하고 있다. 목에 리본을 달아 선물하고 평생 함께할 것처럼 굴더니, 헤어지면 선물과 함께 처치곤란이 되는 반려동물들. 현진이의 가슴앓이를 들으며 인생에 생명을 들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책임의 묵직함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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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선물한 우연 


매년 시간이 빨라도 너무 빨리 흐른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올해는 유달리 심한 듯하다. 입동立冬. 공식적으로 겨울은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가을을 다 지우지 못한 어느 주말 횡성의 풍수원 성당으로 향했다. 풍수원 성당은 강원도 최초의 천주교회로 올해 나이가 109세, 한 달만 더 지나면 110세가 된다. 아담한 고딕 양식 건물 주위로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고즈넉한 풍경에 마음까지 평화로워진다.  

 

“애진 언니?” 한참 사진 찍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뒤를 돌아보았고 그렇게 그녀와 재회했다. 그녀의 이름은 신현진이다. 신난다 할 때 신, 현명하다 할 때 현, 진짜로 할 때 진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소개해 처음 보는 사람까지 무장해제시킨다.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현진이를 처음 만난 건 20대 초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였다. 옆 동네라 쉽게 친해졌고 일을 그만 두고서도 종종 연락을 했지만 어느 순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10년이 넘은 지금 너무도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를 한 것이다. 여행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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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중요한가요  


현진이는 몇 년 전 이 근처로 이사를 왔다. 성당 뒤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사람 없는 시간을 찾아 산책을 즐긴다고 했다. 그녀의 옆에는 사랑스러운 개 두 마리가 함께였다. 걸음걸이 하나에도 기품이 깃든 말티즈 뽀뽀와 미소가 매력적인 웰시코기 노유. 뽀뽀는 원래 지인의 개였다고 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를 숍에서 60만원이나 주고 사왔다고 자랑을 하던 지인은 두 달 후 임신 사실을 알고는 파양을 결심했다. 아직 새끼니까 인터넷에 되팔아야겠다던 그녀가 불안해 현진이는 자신이 데려오고 싶다고 했다. 지인은 물품을 핑계로 웃돈까지 얹어 75만원에 뽀뽀를 팔았다. 이렇게 얼떨결에 뽀뽀는 첫 가족이 되었고,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남자친구가 뽀뽀를 싫어했다. 뽀뽀를 데려올 당시의 남자친구에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뽀뽀와 함께 알콩달콩 추억도 쌓았다. 오랜 친구였다가 연인이 된 지금의 남자친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기에 애꿎은 뽀뽀에게 질투를 느끼고 구박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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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행복해질 수는 없는 걸까


혹시나 같이 강아지를 키우면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상의 끝에 노유를 데리고 왔다, 남자친구는 노유를 끔찍하게 아끼고 애지중지했지만 뽀뽀에게는 여전히 데면데면했다. 게다가 ‘개린이’ 노유는 에너지부터 남달랐다. “자기 똥을 밟고 온 집안을 돌아다녀서 퇴근하고 오면 똥밭이 돼 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화를 내면 잘못도 하지 않은 뽀뽀가 오히려 기가 죽어서 눈치만 살피는 거예요. 남자친구는 계속 노유만 예뻐하고 몰래 간식 주고. 그럴수록 난 뽀뽀만 감쌀 수밖에 없잖아요. 이러려고 데리고 온 건 아닌데. 뽀뽀에게도 미안하고 노유에게도 미안해서 많이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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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기심으로 남자친구도, 뽀뽀도, 노유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미안함이 가장 컸다는 현진이. 특히 자기와 둘이 평화롭게 살아오던 뽀뽀에게는 모든 것이 큰 변화였을 것이다. 결국 뽀뽀를 위해 뽀뽀를 부모님 댁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결심을 들은 남자친구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내가 진짜로 뽀뽀를 미워한다고 생각해? 보낼 거면 노유도 같이 보내. 둘은 가족이니까 떨어지면 안 돼. 우리는 가족이야.” 현진이는 눈물을 펑펑 쏟았고 그 동안의 가슴앓이를 털어놓았다. 남자친구 역시 뽀뽀 때문에 둘 사이가 삐걱거린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요즘 네 식구는 주말마다 애견 카페와 펜션 등을 찾아다니며 현재의 행복을 누리려 노력 중이다. 첫 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소중한 현재가 쌓여 반짝이는 미래가 되는 법이니. 

 

 

찐빵처럼 따뜻한 겨울을 꿈꾸며  


“이제는 남자친구가 뽀뽀도 많이 안아주고 노유도 예전같이 사고치질 않아서 관계가 훨씬 안정되었어요. 여기까지 5년 걸렸어요. 전 남자친구가 사준 개도 아닌데 이만큼 문제가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누가 연인 사이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선물로 주거나 받는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거예요. 그래도 혹시나 강아지와 인연을 맺게 된다면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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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좋으면 만나고 싫으면 헤어지는 연애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인간의 이기적인 사정으로 영문도 모른 채 길거리를 헤매는 동물들이 올 겨울에는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좋겠다. 혹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아지를 선물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책임감의 무게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 덧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겨울의 해는 정말 짧다. 우린 찐빵을 샀다. 찐빵은 보드라운 빵을 가르면 달콤한 팥이 샘솟는 겨울의 별미다. 귀여운 찐빵 조형물이 놓인 벤치에 앉아 호호 불며 먹는데 노유가 자기도 달라고 난리가 났다. 넷이서 오순도순 찐빵을 나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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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박애진 | 여행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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