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할까? 카페 콘하스의 테라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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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할까? 카페 콘하스의 테라스에서
조회1,507회   댓글0건   작성일8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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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할까

카페 콘하스의 테라스에서 

 

뭔가를 좀 해 보려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던 무렵이 있었다. 모든 것에 시들해지면서 무언가 돈 되는 일이 아니라도 좋으니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작은 프로젝트를 작당해볼 만한 공간이 없을까 하자 친한 언니가 나를 합정 쪽으로 불러냈다. 스마트폰 지도를 더듬더듬 보면서 찾아가는데 도통 카페가 어디 있다는 건지. 홍대의 그 많은 카페거리 중 어디도 아닌 것 같은 황량한 도로에서 나는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아까 무심코 ‘저건 뭐지?’ 하고 지나쳤던 건물로 다시 돌아왔다. 콘크리트 하우스를 줄인 말 콘하스, 이름에 걸맞은 독특한 건물이 이제야 눈에 쏙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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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추천해 주세요


메뉴판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데, ‘저희는 아메리카노가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메리카노 없는 카페가 어디 있나 싶은데, 다양한 원두와 그 본연의 맛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대중적인 아메리카노보다는 드립 커피를 메인으로 한다고 한다. 낯선 원두 이름 앞에서 방황하지 말고 추천을 요청해보자. 좀 더 신맛, 더 부드러운 맛, 알기 쉬운 표현으로 취향을 찾다 보면 내가 어떤 커피 맛을 좋아하는지 새삼 알게 되기도 한다. 일반 카페보다 훨씬 번거롭고 복잡한 주문 방식이지만, 커피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지극히 카페답고 또 어떻게 보면 전혀 카페 같지 않은 인테리어를 가진 이곳은 원래 사옥이라고 했다. 사옥이 이사가면서 이 건물을 그대로 남겨두고 카페로 업종만 바꿨다. 건물 형태는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구조가 단정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갈라져 있어 마음에 쏙 드는 나만의 자리를 찜해놓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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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구조 때문인지 홍대 근처라서인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연기 연습을 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콘하스를 찾는 이들이 많다. 한번 자리에 앉은 이들이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뭔가를 복작복작 하느라 쉽게 일어나지 않는 건 카페로서는 장점이자 단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이곳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창작물의 뿌리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슬럼프를 극복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야심차게 찾았으나 강아지에게 집중력을 뺏겨 아무 것도 창작하지 못했다는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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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어린이와의 대화


널찍한 책상에 A4용지며 노트북이며 늘어놓고 있을 때 갑자기 다다닥 발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리트리버 강아지였다. 우당탕 계단을 뛰어 내려온 강아지는 햇볕 잘 드는 테라스 쪽으로 나가더니 느릿느릿 몸을 뉘였다. 근처로 따라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웬 남자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걸어오더니 강아지 옆자리에 익숙하게 앉았다. 초등학생 알레르기가 있는 편이라 분위기가 뻘쭘해지려는데 아이가 명랑하게 묻는다. 

 

- 얘 이름이 뭐였죠?  

- 마음이! 

- 얘 엄청 순해요. 저쪽에도 강아지가 있었는데 사고 났어요. 에코라는 강아지였는데…

- 마음이는 절대 차도에 안 나간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낯도 안 가리고 종알거리는 마음 예쁜 아이를 나도 모르게 위로했다. 마음이 딱딱한 사람들이라도 한순간에 말문을 틔워주는 건 역시나 ‘마음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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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가봐야 되는데요, 또 놀러 올게요. 심심하지, 마음아. 이따 또 올게! 

 

마음이는 카페 강아지가 아니라 동네 강아지가 되어 있다.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모두 테라스에 누워 있길 좋아하는 마음이에게 한 번씩 눈길을 준다. 아마 그러는 와중에 많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다. 

 

 

지금 이곳을 찾는 이유 


혼자 조용히 공부하고 싶다면 벽에 붙어 있는 1층 구석 테이블을 추천한다. 물론 날이 좋다면 고심하기 딱 좋은 곳은 역시 테라스다. 축복 같이 스쳐가는 짧은 시간 동안 이 자리에서 또 무엇을 계획해볼까. 가을마다 슬그머니 찾아오는 무력감과 울적함을 대롱대롱 달고 있는 요즘, 그걸 꼬물꼬물 극복해내기 위해 또 콘하스를 찾게 될 것 같다.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는 또 외로우니까,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마음이 한 번 쳐다보며 가을의 배부른 우울을 누려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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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카페 콘하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05

02-325-0792​ 

 

 

CREDIT 

지유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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