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고양이 호더 사건 그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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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고양이 호더 사건 그 후의 이야기
조회28,140회   댓글1건   작성일2016-12-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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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고양이 호더 사건
그 후의 이야기

“개인 사정으로 인해 집을 비웠어요. 집 상태도 안 좋고 고양이들도 있고 한데 고양이 부탁 좀 할게요. 고양이들 땜에 악취도 심하고 여하튼 죄송합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던 2016년의 여름, 그 한복판인 8월 15일에 한 무더기의 고양이가 이 메시지와 함께 버려졌다. 그리고 지난한 구조 작업이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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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당일

뜨거운 여름, 7평 좁은 공간에 갇힌 40마리


집주인이 문제의 집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대기업을 다니며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던 세입자의 집은 문 앞에서부터 악취가 느껴졌다. 불안과 걱정을 안고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눈과 코를 찌르는 듯한 암모니아가 그를 덮쳤다. 이윽고 바닥 가득 흩어져 있는 쓰레기더미와 오물이 눈에 들어왔다. 귀가 쟁쟁 하도록 울부짖는 고양이의 수는 언뜻 봐도 십수 마리. 정상적으로 키우거나 관리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 사건은 이내 아산시 관련 부서에 전해졌고, 동물 유기 방치 건으로 시 보호소 입소가 결정되었다. 

이튿날, 이른 시간부터 아산시 보호소 직원과 <아산 동물 보호 연대>의 봉사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문을 열고 눈 앞에 펼쳐진 참상에 굳은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도 선뜻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맞은 것은 고양이들의 울부짖음이었다. 일단 보이는 고양이부터 철장과 이동장에 옮기고 거대한 쓰레기통 같은 집 안을 수색해나갔다. 물 한 방울 사료 한 조각 없이 먼지와 오물만 쌓인 그릇, 마른 배설물로 가득한 화장실,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상자더미, 먼지와 뒤섞여 굴러다니는 고양이털, 바닥에 말라붙어 있는 뭔지 모를 액체, 여기저기 적재된 쓰레기봉지, 찢어진 벽지와 긁힌 자국이 가득한 문까지, 현장은 참혹했다. 

싱크대 하부장을 열자 안쪽 모서리 끝에 그릇처럼 몸을 포개고 숨어 있는 고양이들이 발견되었다. 싱크대 아래쪽 공간, 베란다의 세탁기 뒤 좁은 공간, 캣타워와 벽의 작은 틈 사이, 상자 더미에서도 고양이가 나왔다. 구석구석 살폈지만, 고양이는 다음 날과 그 다음 날까지 추가 발견되었다. 그렇게 드러난 전체 호더 피해 고양이의 수는 총 40마리. 그것이 한 무책임한 인간이 굶어 죽든 목말라죽든 신경 쓰지 않고 문 안에 가둬버린 생명의 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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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로 들끓었던 사건 

보호소로 옮겨진 고양이들은 대부분 허기와 갈증으로 비쩍 마른 상태였으며, 자신을 돌보지 못해 눈곱과 눈물 자국, 귀지, 몸에 붙은 분변과 먼지로 엉망이었다.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는 본연의 습성을 잊을 정도로 끔찍한 환경과 상황이었다는 뜻일 터였다. 낯선 환경에 내몰렸지만, 이들은 공포나 불안에 떨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오랜만에 주어진 물과 사료를 먹고 또 먹는 데 집중했다.

호더를 동물 학대로 보는 것은 그 행위가 동물에게 가혹할 정도로 잔인하고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산 호더 사건 역시 그랬다. 구조된 호더 피해 고양이 중 10마리가 보호소나 보호처에서 갑자기 죽었다. 발견 당시 임신 중이었던 암컷 고양이 역시 대부분 보호소나 보호처에서 사산하거나 유산했다. 사람들은 최소한 일주일은 지속되었을 방치와 그로 인해 밥과 물을 섭취하지 못해 있었을 간과 신장 손상, 갑작스러운 버림과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그 이유일 것으로 추측했다. 

보호소에서 허기와 갈증을 면한 후, 호더 피해 고양이들은 철장 속에 가능한 한 작게 몸을 웅크린 채 불안과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봤다.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람에게 마음을 열거나 애정을 표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환경, 사람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 보호소는 그런 것을 제공해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구조에 참여했던 봉사자들이 올린 사진과 글은 빠르게 세상으로 퍼져나갔고, 다양한 단체와 지역에서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렇게 약 20마리가 가을이 오기 전에 새로운 가정으로 떠났다. 

뜨겁게 끓어올랐던 관심은 9월 초순을 넘어서면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듯, 사람의 이목도 새로운 사건으로 옮겨갔다. 임시 보호나 입양 문의도 뜸해졌다. 초기의 역동성과 드라마를 다 소진한 이쯤에서 호더 사건은 끝이 난다. 보통 사람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그 끝은 사실 아주 길고 답답한 구조 작업의 시작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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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고 힘든 일이 남다


예민한 개체 중에 순한 편이었던 가지와 호박이, 순해지지도 않고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했던 양파, 하악질과 발길질을 해대다 성질이 조금 가라앉은 생강이, 보호소에서 사산하고 직원에게만 마음을 연 타리, 성격 좋고 애교도 많지만 갈 곳을 못 찾은 감자, 순하고 사람 손을 그리워하는 송이, 조용하고 소심한 완두, 낯선 사람에게도 만져 달라고 얼굴을 내밀게 된 당근이, 겁은 많지만 순한 편인 배추, 겁 많고 순한 콜리, 덩치가 큰 편이지만 순한 오드 아이 상추, 조금 마음을 연 듯 순해진 피망이까지 총 13마리가 보호소에 남았다. 

그런 와중에 구조 당시 가장 먼저 입양 갔던 천동이가 파양되었다. 사람의 무책임함으로 뼈만 남은 듯 말라 있었지만, 현장에 들어섰을 때 먼저 달려나와 사람의 체온과 손길을 갈구했던 아이였다. 입양 간 집에서 잘 살길 바랐지만, 그곳에서 천동이는 아프기 시작했다. 병세는 위중했다. 3킬로그램 남짓한 몸으로 신부전․빈혈․지방간․췌장염․산증까지 앓으며 생사의 갈림길을 수차례 오갔다. 그런 천동이의 입원실 밖에서는 차곡차곡 병원비가 쌓여갔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와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 천동이의 병세. 입양자는 포기를 선언했다. 그렇게 병원비와 천동이의 생명에 대한 책임은 임시보호자를 자처한 한 봉사자에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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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고양이는 또 있었다. 예민하고 친화력은 없었지만, 하얗고 긴 털을 가진 우아한 라온이였다. 그 모습에 끌린 한 사람이 라온이의 새 가족을 자처했다. 그리고 한 달. 혼자 산다던 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다며 파양하겠다고 했다. 잦은 환경 변화에 대한 걱정과 혹시라도 보호소에서 병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임시보호처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데리고 있어줄 수 있느냐 물었지만, 알아서 결정하겠다고 대답한 뒤 보호소로 돌려보냈다. 철장으로 돌아온 라온이에게 입양처나 임시보호처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라온이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을까? 봉사자나 직원과 눈이 마주칠 때면 라온이는 그저 깊은 호박색 눈동자로 가만히 사람을 응시해오곤 했다. ​


우리를 잊으셨나요? 


시간은 흘렀고, 희망과 절망이 오갔다. 겁 많고 순했던 콜리에게 가족이 생겨 기뻐하는 사이, 마음을 조금 연 것 같았던 피망이가 죽었다. 슬픔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려 할 때, 사람의 체온을 갈구했던 당근이에게 임시보호처가 나타났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제 갈 곳을 찾지 못한 호더 피해 고양이의 수는 그대로인 채 보호소의 일상이 흘러갔다. 유기동물이 입소하고, 누군가 입양을 가고, 또 새로 동물이 입소하는 무정한 사이클이 돌아갔다. 뜨거운 여름에 시 보호소를 찾았던 호더 피해 고양이 중 일부가 보호소에서 시린 초겨울을 맞았다. 그리고 몇몇 아이가 이 세상에서의 고된 여행을 끝냈다. 

사람을 좋아했고 살고 싶어 했던 천동이도 그 중 하나였다. 천동이는 고된 병원 치료에도 삶의 의지를 가지고 병을 이겨냈다. 4기까지 이르렀던 신부전 역시 치료 후, 임시보호처로 옮겨 관리했다. 그렇게 두 달을 평범한 고양이로 발랄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했던 천동이는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보호소로 돌아온 뒤 생기를 잃고 시름시름 앓던 라온이 역시 사경을 헤매며 고통스러워하다 숨을 거두었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철장 속에서 웅크린 채 도사리고 있던 양파도 보호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생강이 역시 그 뒤를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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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낳은 새끼 고양이

이것이 구조일까? 다른 좋은 방법이 있지는 않았을까? 자책과 의구심이 봉사자와 구조자의 마음을 좀먹어갔다. 겨울의 추위에 남은 고양이들이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 무렵, 임시로라도 맡아주겠다는 가정이 나타났고 그래도 남은 아이는 결국 봉사자가 안아 들었다. 그렇게 감자와 송이, 타리와 완두, 지독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뱃속에서 새끼를 지켜냈고 하얀 새끼고양이를 낳았던 가지까지 보호소를 떠났다. 하지만 이들이 있는 장소는 ‘임시’이다. 

 

2016년 8월 22일 발견된 40마리의 고양이 중 가지, 감자, 당근, 송이, 완두, 타리가 임시보호처에서, 화이와 산이가 대전의 거울쉼터에서, 또 다른 고양이 하나가 수원의 고양이 카페 ‘달 타는 고양이(달타냥)’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아산시는 이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를 유기죄로 신고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아마도 죽은 고양이 없이 현장에서 전원 구조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관계자는 추측했다. 40마리의 고양이가 염천의 문 닫힌 7평 작은 집에 물이나 밥도 없이 버려졌고, 구조 후 10여 마리가 돌연사하거나 병에 걸려 죽었으며, 여전히 9마리가 임시로 마련된 보호처에 있다. 아산 호더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realbarn@naver.com으로 문의해 주세요.


CREDIT​
김바다|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
사진 손한솔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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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하두리  
고양이들 버리고 간 그 사람 꼭 자기고 저 고양이들 처럼 쓸쓸하고 외롭게 버려 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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