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에디터, 세 고양이의 봉산 아랫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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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와 에디터, 세 고양이의 봉산 아랫집
조회5,620회   댓글0건   작성일5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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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WITH CATS

목수와 에디터,

세 고양이의 봉산 아랫집​

 

경훈 씨는 목수고, 지우 씨는 단행본을 만드는 에디터다. 그들이 함께 엮어낸 집은 그들이 가진 색채만큼이나 따뜻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고양이 삼남매 모카, 삼삼이, 치코가 창가에 앉아 감나무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를 바라보기 좋은 쾌청한 계절. 오롯이 다섯 식구로 복작이는 봉산 아랫집에서 주말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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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은 정갈히 단장하고

 

책을 아주 많이 가진 지우 씨를 위해서 경훈 씨는 삼나무와 소나무로 책장을 짰다. 인테리어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책의 크기에 딱 맞춘 책장은 거실 한 벽을 가득 채웠다. 남는 책들은 경훈 씨의 작업실로 가 마찬가지로 맞춤형으로 제작된 책장 속에 제자리를 잡는다. 밝은 색의 책장은 흰 벽지, 어두운 장판과 세트인 듯 잘 어울린다. 거실 벽을 장식하는 책장은 큰 창문을 타고 온전히 넘어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의 중심이 되었다. 백열구색 조명들과의 어울림도 훌륭했다. 거실에 긴 원목 좌식 테이블을 놓아도, 짙은 색 의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도 책장과 늘어뜨린 조명을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세 고양이들은 테이블과 의자를 발판 삼아 책장을 오르내렸다. 바깥 구경을 하라고 창가에 설치해 준 선반 위로 점프하는 것도 간간히 잊지 않으면서. “지금은 제일 위 책장을 비워놨는데, 종종 비는 위치를 바꿔 놔요. 그럼 고양이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새로 생긴 공간에 들어가요. 편하게 올라가서 놀라고 다른 가구를 아래에 놓아 주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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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나무, 그리고 고양이

 

지우 씨와 경훈 씨는 봉산 아랫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김삼삼, 강모카, 이치코를 소개했다. 제각기 사연은 다르지만 길 출신의, 외면할 수 없어 함께 살게 된 고양이들은 어느덧 이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경훈 씨는 고양이들을 위해 창가에 선반을 달았고 고양이들은 응당 누려야 할 권리라는 양 창가로 올라가 바깥구경에 골몰하고는 했다. “고양이들은 캣타워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가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위치를 좋아하는 것뿐이죠. 높은 곳, 바깥이 보이는 안전한 장소, 숨을 수 있는 곳, 몸을 감싼다는 느낌을 주는 좁은 곳. 고양이들에게 가장 좋은 건 가구 위 치 같은 걸 바꿔주는 거예요. 새로운 환경이 생길 수 있게요.”

 

고양이들은 책장, 선반, 냉장고 위 등을 거침없이 넘나들었는데, 단 한 곳, 셋톱박스와 전선을 모아놓은 칸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고양이들이 위험할까봐 책장에 원목을 덧대어 개조했다고. 그 아래에는 고양이들이 쉴 수 있는 칸이 수줍게 비워져 있었다. 그들이 고양이와 함께 사용하는 가구는 비단 책장만이 아니다. 전열기 받침대에는 고양이가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다. 신년에 경훈 씨는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니, 고양이들은 더 신나게 돌아다닐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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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는 사람의 자세


경훈 씨와 지우 씨가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채광과 ‘창밖으로 고양이가 볼 만한 것이 많은’ 입지였다. 발품을 팔아 만난 집은 10평대 빌라. 큰 창문 밖으로 감나무를 비롯한 몇 그루 나무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탁 트인 하늘과 가까이 있는 집이었다. 체리 색 몰딩이 나 심심한 형광등, 부엌의 소시지색 상부장은 그 조건 앞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집을 계약했고, 그렇게 봉산 아래 이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손볼 데가 많은 빌라를 한숨 반 기대 반으로 꾸며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몰딩, 창틀, 방문 등 베이스가 되는 부분을 모두 흰색으로 교체했다. 벽지도 흰색으로 시공했다. 바닥은 짙은 색의 묵직한 장판을 깔아 균형감을 잡았다. 형광등을 쓰고 싶지 않아서 패브릭 천으로 가리고, 천장에 레일을 달아 백열구색 LED 조명을 설치했다. 하나하나 다른 디자인의 조명은 각각의 입체감을 준다. 흰색으로 페인팅한 문의 손잡이도 교체했다. 부엌의 창문을 가리는 상부장은 철거 후 선반을 달았고, 하부장과 상판에는 페인팅을 했다. 그렇게 낡은 집은 손을 탈수록 새로운 공간감과 색채를 입으며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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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인테리어도 손을 탄다


봉산 아랫집에서 모카와 삼삼이, 치코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은 패브릭 소파 위다. 경훈 씨가 만든 원목 프레임에 지우 씨가 천을 다 듬어 커버를 입힌 소파는 고양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사람이 쓰지 못할 정도. 다만 고양이들이 커버를 스크래처 삼아 뜯어내서 주기적으로 지우 씨가 다시 만들어 씌운다. 소파는 벌써 세 번째 시트라 지금은 그냥 깔아 둔다는 느낌으로 아무 천이나 가져온단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우 씨의 작업실 선반 위에는 천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쿠션 커버도, 커튼도, 옷도, 하나하나 만들고 있다는 지우 씨. 경훈 씨가 조그만 가구들로 하여금 볼륨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지우 씨는 집 안의 편안한 색채감을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의 균형 있는 손길에 집은 더 포근해지고, 고양이들은 가구를 넘나들며 우다다를 하다 말고 마음 놓고 손톱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주말에는 드립 커피를 즐긴다는 그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모카가 집 안에서 길냥이와 같은 야생성을 번뜩이고 있거나 막내 치코가 가죽 의자를 뜯고 있어도 그 본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들렸다.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이 어울려 아늑한 그들만의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햇살이 은은히 들어오는 정갈한 집. 오늘도 봉산 아랫집은 복작복작한 행복으로 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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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아랫집이 궁금하다면

instagram | samsammew

 

 

CREDIT

김나연

사진 신한슬

자료협조 서지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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