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묘 육성 육탄전 | 2화 어린이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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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 육성 육탄전 | 2화 어린이들의 합창
조회4,650회   댓글0건   작성일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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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 육성 육탄전

2화 어린이들의 합창

 

하얀 고양이 랍비와 나름 알콩달콩 살다 보니 고양이의 습성과 애교에 눈을 떴다. 새끼 때는 얼마나 예뻤을까.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린 천하의 쓰레기 난봉꾼 전 주인에게 질투심과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생존 본능 충만한 랍비는 사료처럼 생기기만 하면 그 어떤 것이라도 삼키는 식성으로 살찐이가 되어 가는데…….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 구조에 열심인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대뜸 아깽이(아기 고양이) 임시 보호를 며칠만 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아깽이? 말만 들어도 녹아내려 하수구로 흘러 빠져나가는 자제력을 느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손 안엔 작은 박스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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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오글 꼬물꼬물


박스 안에 알록달록한 네 마리의 진짜 꼬물이들이 오글오글 꼬물거리고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아니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 의해 이 어린 생명들은 박스에 밀봉된 채 지하철역사에 버려졌다고 했다. 그렇게 가냘픈 울음소리를 내며 버티고 버티다 고사 직전에 구조되어 내 집까지 오게 된 것이다. 

 

랍비는 처음엔 이 아이들을 낯설어 하더니만 그날 밤부터 밤새 한 놈 한 놈 그루밍을 해주고 또 해주고 나중엔 화장실 훈련까지 시켜가며 나보다 더 임보맘(임시보호자) 역할을 잘 해주었다. 꼬물이들도 랍비를 엄마라 생각했는지 오밀조밀 서로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내가 따로 할 일은 사료값 벌러 나가는 것 외에는 없을 정도였다. 임보맘으로 맹활약하는 자신을 상상했는데 기대와는 달라 살짝 삐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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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예요? 


네 마리 모두 이름을 지어주기 뭐해서 그냥 어린이 1, 2, 3, 4로 부르며 서둘러 입양처를 찾던 와중에 카오스 무늬의 어린이 1번이 가장 먼저 좋은 부모를 만났다. 이후 얼굴이 제일 예쁜 고등어 어린이 2번과 노랑 어린이 3번이 차례로 입양을 갔는데 4번 젖소무늬 어린이는 솔직히……. 외모가 좀 아기 고양이다운 얼굴은 아니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인기가 없었다. 뭐랄까, 고양이 얼굴에서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고양이 새끼라 하면 거의 악마라 불릴 만큼 귀염이 터지고 필살 애교도 펑펑 솟아나는데 이 젖소 어린이는 소심하고 얼굴도 아바타스럽게 코만 크고 심지어 애교도 더럽게 없었다. 형제들이 모두 입양을 가고 홀로 남았는데도 랍비에게만 떡 들러붙어서는 내겐 오지도 않는, 귀염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녀석. 간만에 입양처가 들어왔지만 좀 의심스럽고 신뢰가 가지 않는데다 지역도 지방이라 너무 멀어서 데려가기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두 마리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라도 입양을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료를 챙겨주다가 나도 모르게 “랍비야, 어린아~ 밥 먹어라!”하고 불렀는데 젖소 어린이가 쫄래쫄래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내 다리 사이를 부비부비 해주는 게 아닌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다음날도 또 사료를 챙기며 “어린아~ 밥 먹어라~”하고 불렀더니 확실하게 알아듣고 내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거다. 이 녀석……. 자기 이름을 어린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신기해서 생각날 때마다 어린아, 어린아 부르면 애옹, 애옹하고 대답까지 해주었다. 어쩌다 보니 어린이가 이름이 되어버린 젖소 어린이는 그렇게 자기 이름을 기억하면서 엉겁결에 우리 집에 입양이 되어버렸다. 얼굴은 아바타처럼 생기고 이름조차 어린이인 녀석인데 미우나 고우나 이미 정이 많이 들어버려서 어디 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정이 많은 게 늘 탈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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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가 씌다


랍비의 공갈젖을 빨며 잠이 든 어린이의 아바타적 묘상을 보면서 못생겨서 입양 못간 이 아이가 내 눈에 조금씩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 보니 웃기는 5:5 가르마가 포마드 바른 듯 아주 단정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 눈이 두 가지 색으로 아주 연한 연둣빛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도 발견했고. 몸집에 비해 발이 커서 늘 아빠 슬리퍼를 신은 아이처럼 한심해 보이는 것도 알게 됐다. 하나같이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어린이는 어엿한 둘째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한 식구가 더 늘어 이제 두 마리의 어린이 길냥이 가족이 됐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첫째 랍비보다 더 큰 덩치로 자라 나름 수놈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내겐 여전히 어린이다. 아침마다 화장실에 함께 들어가 얼굴을 씻겨달라고 기다리는 새 나라의 착한 우리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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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형제들은 행복한 묘생을 살지 못했다. 카오스 어린이는 연락이 두절됐고 노랑이 어린이는 병으로 일찍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며 고등어 어린이는 몇 번의 파양과 학대를 당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못생겨서 외면당했던 이 녀석만 이제 한 인물 하며 모두에게 제일 귀여움을 받는 현실을 보면 생긴 것과 행복한 삶은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어린이의 순진한 눈을 보고 있자면 꼬물이들이 아침마다 햇살을 받으며 함께 야옹거리며 노래하던 그날의 합창이 기억나서 가슴이 저며 온다. 한 녀석 한 녀석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나가기 위해 불렀던 그 아름답고도 순수한 고양이 어린이들의 노래는 내 평생의 첫 아련한 추억으로 죽기 전까지 기억될 것 같다.

 


CREDIT

글 사진 한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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