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시장의 장난꾸러기 삼남매 달님이, 호동이, 행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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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시장의 장난꾸러기 삼남매 달님이, 호동이, 행복이
조회22,641회   댓글0건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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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2막

수산 시장의 장난꾸러기 삼남매

달님이, 호동이, 행복이

 

 

세로로 두 뼘, 가로로 1미터쯤 되는 수산 시장의 작은 평상. 그곳은 상인이 잠깐씩 앉는 휴식처이자 생후 2개월 된 달님이, 호동이, 행복이의 놀이터, 그리고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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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에서 들리는 가냘픈 소리

 

이제 노량진 시장을 떠올리며 정겨운 비린내와 온기 섞인 습도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래 전 기억은 현대식으로 건설된 대형 도매 시장으로 탈바꿈되어 있다. 45년 만에 들어선 신축 건물이란다. 9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전통 재래시장, 우리 기억 속의 고즈넉한 점포들은 수협 측의 현대화 사업에 의해 하나둘씩 건물 내로 들어가고 있다. 

 

더 깨끗한 시설, 안전한 수산물로 소비자를 맞겠다는 수협의 의지지만 아직 적지 않은 점포들이 자리를 옮기지 않고 버티는 중이다. 여기서 그들의 갈등을 짚으려는 건 아니다. 다만 달님이, 호동이, 행복이는 길 위를 지키던 상인의 손에 구조됐다. 모든 점포가 일찌감치 신식 건물 내로 들어갔다면, 그리고 구 점포들이 정리됐다면 아이들은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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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은 어느 아침 고가 주차장 아래 작은 쓰레기장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아주 작고 가냘픈 소리에 미심쩍어 다가가니 고양이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는 확신은 서너 시간 뒤 그를 다시 같은 곳으로 이끌었다. 더 작고 약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갓 걸음마를 뗀 새끼 고양이는 그렇게 상인의 손에 구조됐다. 고양이는 눈병이 심해 한 쪽 눈을 아예 뜨지 못하고 있었다. 

 

어미가 있는 아이라 믿고 지나칠 수도 있었으나, 반쪽 시야에 잘 먹지 못해 비틀거리는 작은 생명을 내버려두고 갈 만큼 상인은 무심하지 못했다. 고양이는 길고양이 중 보기 드문 샴 종이었다. 물론 상인은 고양이의 품종 따윈 알지 못한다. 구조하자마자 한 일은 동물병원에서 안약을 처방받아 아이의 눈에 넣어준 일이다. 어떤 이름들은 희망을 내포한다. 상인은 아이를 행복이라 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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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할 순 없는 거리의 삶

행복이의 눈은 점점 호전되어 갔다. 엄청 잘 먹고 까부는 아기 고양이는 손님이 줄어가는 재래시장에서 웃음꽃을 피우는 재롱둥이가 됐다. 행복이의 사연이 퍼지자 시장 근처에서 구조된 같은 또래의 길고양이 세 마리가 상인의 점포로 왔다. 행복이가 안과 치료를 하고 있으니 겸사겸사 이 녀석들도 도와주라는 지인의 요청을 상인은 꿀꺽 받아들였다. 지인과 상인, 주변 사람들은 비슷한 체구와 질병을 갖고 있는 고양이들이 모두 한배에서 나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확실히 알 길은 없으나 정말 그런 것처럼 고양이들은 보자마자 작은 평상 위에서 레슬링에 돌입했다.  

 

이후 온 고양이들은 햇님이, 달님이, 호동이라는 든든한 이름을 얻었는데 그 중 건강이 유독 좋지 못했던 햇님이는 시름시름 앓다가 머지않아 별님이 됐다. 갑자기 던져진 고양이의 더욱 갑작스런 죽음이었지만, 상인은 오랜 친구가 세상을 뜬 것처럼 깊이 슬퍼했다. 그래도 검은 고양이 달님이와 고등어 무늬의 호동이, 하늘색 눈의 행복이가 빠르게 건강을 되찾으며 상인의 마음을 달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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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난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은 책상만 한 평상 위에서 쉴 새 없이 달리고 구르며 운동량을 뽐내고 있었다. 밤이 되면 평상 한 쪽에 놓인 철장 안에서 서로의 몸을 베개 삼아 엉켜 잠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아직 눈병은 깔끔히 낫지 못했고, 셋 중 누군가의 귀에 들어온 진드기가 다른 아이들에게 옮겨 붙어 이따금 귀를 거칠게 긁긴 하지만 세 남매는 좁다는 투정 없이 하루 서너 번 주는 사료를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그런데 이를 보는 상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대로 세 아이들을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까. 커가는 아이들은 점점 공간이 비좁을 테고, 생계가 달린 점포 문제도 연일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상인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마다 입양의 뜻이 있는지 물었다. 넓고 쾌적한 곳에서 금방 멈추지 않고 오래 달리길 바라면서 말이다. 깊이 고민하는 사람까진 있었지만 실제 아이들을 입양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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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의 입양, 그리고 남은 형제들

취재를 마친 후, 반려묘 입양을 고심하고 있었던 에디터는 상인과 논의 끝에 행복이를 입양했다. 에너지가 넘쳐 슬슬 평상 밖을 궁금해 하던 아이였다. 에디터의 집으로 건너 온 행복이는 가까이서 보니 더 말랐고 눈엔 부종이 있어 마치 경기를 치르고 난 권투 선수처럼 보였다. 어디서든 씩씩하라는 바람까지 더해 ‘알리’라는 새 이름을 붙여줬다. 병원 검사를 하니 귓속은 진드기 떼의 둥지였다. 귀 청소를 몇 차례 하고 구충제를 발라줬다. 글을 적는 지금까지도 집에서 가루약을 복용 중이다. 다행히 사료에 솔솔 뿌려주면 양념인 양 맛있게 먹어주고, 떼꾼했던 눈의 붓기는 거의 가라앉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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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달님이와 호동이. ‘매거진C’의 온라인 사이트 ‘펫찌’를 통해 알리의 남아 있는 형제들을 소개하며 입양 공고를 올렸다. 아직 적극적인 문의는 들어오진 않았다. 이 글을 독자들이 보는 즈음엔 달님이와 호동이에게도 좀 더 따뜻한 집이 생겼길 바라며, 혹여 입양을 바라는 독자가 있으면 아래의 이메일로 문의해 주시라. ​ 

 

 

*달님이와 호동이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 

edit@petzzi.com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곽성경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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