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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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고양이
조회18,389회   댓글1건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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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LAND

하늘을 나는 고양이

  

말하는 고양이쯤은 신기하지도 않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동네 한구석에서 열리는 고양이 집회도, 아무도 없는 집에서 두 발로 일어나 라면을 끓여먹는 고양이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여기, 하늘을 나는 고양이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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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일본 후쿠오카의 섬 아이노시마. 길고양이의 천국이다. 고양이 섬이라고 불리는 곳답게 동네의 고양이들은 마냥 한가롭다. 낯선 이가 지나가건 말건 자기 일에만 열심이다. 

 

거리 한복판에 누워 뒹굴거리는 고양이며 돌담 위에서 그루밍에 빠진 고양이까지. 꾸벅꾸벅 졸다가 가까이 다가온 사람의 인기척에 깨면 도망가기는커녕 반갑게 달려드는 고양이의 모습은 아이노시마의 흔한 풍경이다. 그 중에서도 묘기를 부린다는 길고양이가 있다기에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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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님, 소문 듣고 왔습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신다고…….”

 

“닌겐(일본어와 비슷한 고양이어로 인간을 뜻한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느냥?”

 

“인터넷에서 보고 왔습니다.”

 

“보아하니 외지인인 것 같은데 어디서 왔느냥?” 

 

“한국에서 왔습니다.”

 

“오호, 멀리서도 왔구먼. 내 이야기가 거기까지 알려진 거냥?”

 

“아닙니다.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았습니다.”

 

“…… 흠흠. 한국 고양이 친구들은 힘들게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멀리서 왔다니 내 한번 보여주겠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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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드름을 피우더니 기묘한 자세를 취했다.

 

“어떤 운동이든 스트레칭이 기본이란 점 명심하라냥.” 

 

준비 운동이었구나. 턱시도 고양이는 열심히 몸을 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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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었다. 

 

외국인이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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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 번 보여주는 게 아니니 잘 보라냥.”

 

선심 쓰듯 말하며 턱시도 고양이는 도약 자세를 취했다. 

 

드디어 하늘을 나는가! 엉덩이를 올렸다 내렸다 꼬리를 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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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아니지. 여기서 뛰면 모양이 안 나온다냥. 잠깐만 기다려 보라냥."

 

풍선처럼 부풀었던 가슴이 피유우 소리를 내며 김이 빠졌다. 이 길고양이, 밀고 당길 줄 안다. 

 

당장이라도 뛸 것처럼 애간장을 태우더니 갑자기 벽에서 내려와 반대편 담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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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그림도 나오고 사진도 잘 찍힐꺼다냥.”

 

이런 주문을 받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는지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로 알아서 이동했다. 

 

그리곤 날카로운 눈빛으로 거리를 쟀다. 저쪽을 한참 바라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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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 좋겠다냥.”

 

하며 위치를 선정하고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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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겐, 잘 봐라.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냥. 하나, 둘, 셋!”

 

힘차게 뛰어 오르는 턱시도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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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반대편 담벼락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그러나 너무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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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데 다시 한 번 뛰어주시면 안될까요? 작지만 이거라도 드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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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겐, 네 실수 때문에 다시 한 번 뛰라는 거냥? 이 작은 멸치 대가리는 뭐냥. 지금 나 무시하는 거냥.”

 

“아니, 그게 아니고…….”

 

“이딴 멸치 한 마리에 내가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다니. 닌겐, 날 우습게 본 게 틀림없다냥.”

 

아무래도 고양이의 심기를 건든 모양이었다. 고양이란 섬세한 동물이라 혹시 가버리면 어쩌나 심장박동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멀리서 왔으니 딱 한 번만 더 보여 주겠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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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다시 맞은편 담벼락으로 건너가 점프할 자세를 취하고 힘차게 도약하는 턱시도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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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짧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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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은 간신히 돌담에 닿았지만 카메라를 너무 의식한 걸까. 멋지게 포즈를 취하다 거리 계산을 잘못한 걸까.

 

한참 모자란 것 같은 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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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정도는 껌이다냥.” 

 

분명 큰일 날 뻔한 것 같은데 턱시도 고양이는 마치 의도한 대로 됐다는 듯 천연덕스러웠다. 힐끔 쳐다보는 눈빛에 난처한 기색이 보였는데, 내 착각이었을까.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것도 같았는데. 

 

민망한 분위기를 못 견디겠는지 고양이는 그 길로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져버렸다. ​ 

 

  

CREDIT

글 사진 박용준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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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onetwonana  
정말 흥미로운 글 솜씨에 빠져들며 읽었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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