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시골 개, 천방지축 뿌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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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시골 개, 천방지축 뿌꾸 이야기
조회51,708회   댓글0건   작성일3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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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HOOD

사랑스런 시골 개 

천방지축 뿌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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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꾸의 시골 입성 

 

작년 늦은 봄, 아파트에 사시던 부모님은 그토록 바라던 시골 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잔디를 깐 마당과 마당 한 모퉁이 자리 잡은 작은 텃밭, 그리고 문 앞에 나무 데크가 있는 집. 두 딸을 서울로 보내고 김해 시골의 주택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신 부모님은, 이제 고향집 으로 내려가려면 대중교통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딸들의 성화에 생후 두 달된 조그마한 진돗개 한 마리를 얻어 오셨다. 새 식구가 될 강아지 사진을 보냈다는 엄마의 말에, 우리 자매는 신이 나서 역시 사람은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엄마가 보내준 사진 속에는 아주 조그맣고, 토실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를 가진 갈색 진돗개 새끼가 있었다. 특히 오른쪽 앞발 부분만 발목까지 하얀 털로 덮여 있어, 한 쪽만 흰 양말을 신고 온 것 마냥 귀여웠다. 이렇게 예쁜 막내 동생이 생겼는데 이름을 뭐로 한담. 산들이, 초롱이, 체리 등 강아지가 생긴다면 붙여 주고 싶었던 앙증맞은 이름들을 두고 고심 끝에 결정한 이름은 ‘뿌꾸’. 촌스러운 이름을 지어주면 오래 산다니까 모두 찬성했다. 이렇게 온 가족의 사랑 속에 무럭무럭 자랄 뿌꾸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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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순둥이 뿌꾸 

 

우리 뿌꾸는 태어난 지 두 달 남짓할 때 우리 집으로 왔다. 어린 나이에 엄마, 형제들과 헤어져서 얼마나 슬펐을까.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 애가 너무나 얌전해서, 엄마 아빠는 뿌꾸가 겁이 엄청 많구나 싶으셨단다. 마당에서 집 지키라고 데려온 애인데 짖지도 않고 그저 멀뚱멀 뚱. 그래도 하루 이틀 지나 곧장 적응해서 엄마 아빠가 마당을 걸어 다니면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시골 주택으로 이사 가고 처음에는 무슨 강아지냐며 핀잔 을주셨던 부모님이, 서로 뿌꾸 밥그릇을 사 오는 바람에 뿌꾸에겐 큰 철제 밥그릇이 두 개나 생겼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뿌꾸가 집 안에 갇혀 지내지 않고 잔디밭에서 맘껏 뛰놀 수 있다는 것. 아빠가 마당에서 일을 하실 때면 뿌꾸가 옆에서 어물쩍거리며 따라다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처음에는 박스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던 뿌꾸에게 아빠는 직접 집을 만들어 선물하셨고 뿌꾸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손수 주인이 지은, 창문 딸린 넓은 집을 선물 받은 부유한 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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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성장! 하루가 다르게 커 가다 

 

뿌꾸는 하루하루 자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쑥쑥 컸다. 처음 부모님 댁에 온 날 사진들을 보면 조그만 게 바람에 날아갈까, 행여 누가 데려갈까 걱정됐는데, 3개월쯤 더 지나니 키도 크고 얼굴도 길쭉해지면서 동네 꼬마들이 마주치면 흠칫 놀랄 크기로 커버렸다. 덩치에 비례해 사고의 스케일이 커지고 머리도 좋아졌다. 텃밭 야채를 몽땅 밟아놔서 엄마를 놀라게 하는가 하면, 낮에 몰래 목줄을 풀어서 마당과 창고를 뒤지고 잔디를 캐면서 놀다가 아빠 퇴근시간에 맞춰 자기 집 앞에 가서 목줄을 맨 척 능청스럽게 앉아서 인사를 하고는 했다. 꽃 옆에 붙은 벌을 먹으려다 벌에 쏘여서 오른쪽 얼굴만 탱탱 부었을 때는 온가족이 병원에 전화를 걸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갈이를 할 땐 이가 너무 간지러운지 개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보이는 건 다 물어 뜯어버리는 바람에, 신발이나 장갑을 뿌꾸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뿌꾸 입에 한 번 들어가면 인형은 솜이 다 터지고 털장갑은 올이 나가기 일쑤였다. 나는 물건을 안 뺏기려 애쓰고 뿌꾸는 달라고 떼쓰는 꼴이 지켜보는 다른 사람에게는 재밌는 놀이로 보였을지 모르나, 뿌꾸 힘이 어찌나 센지 나는 마당에서 뿌꾸에 밀려 늘 휘청거렸다. 털갈이를 할 때는 마당 여기저기 솜뭉치가 흩어져 있고, 공기 중에도 털이 둥둥 떠다녔다. 빗질을 해줄 때마다 잔뜩 묻어나오는 털을 보며 이것이 진짜 개 한 마리에게서 나오는 털이 맞을까, 혹시 탈모는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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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결정, 뿌꾸의 중성화 수술 

 

뿌꾸가 커 갈수록 우리 가족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바로 중성화 수술. 강아지도 강아지 나름의 가족계획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새끼를 가지게 할 생각이 없다면 암컷이든 수컷이든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는 것이 강아지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님은 뿌꾸 하나의 활동량에도 종종 버거워하시고, 가뜩이나 열려있는 마당에서 크는 뿌꾸가 걱정되었던 우리 가족은 뿌꾸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것이 최선의 결정일거라 믿으면서. 

 

뿌꾸가 병원 안에 들어와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미안함이 몰려왔다. 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 후 마취가 깨는 시간까지 7시간 남짓 시간이 흘렀다. 거대한 깔때기 모양 넥카라를 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뿌꾸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초조한 기다림 끝에 수술이 잘 끝났다는 병원의 연락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 데리러 갔더니 뿌꾸는 아직 마취가 약간 덜 깼는지 헤롱헤롱 거리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이쁜 뿌꾸 고생했어, 하며 강아지용 소고기 간식을 병원에서 잔뜩 사 줬다. 여전히 보드라운 뿌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니, 뿌꾸는 맑은 눈으로 나 잘했지 하고 올려다 봐주어서 또 한 번 뭉클했다. 

 

상처를 핥아서 덧나게 하면 안 되기에 일주일 정도는 더 넥카라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익숙지 않았던 뿌꾸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마을 사람들도 지나가면서 뿌꾸를 보고 어디 아팠냐, 병원을 다녀온 거냐 하며 걱정하는 눈빛으로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셨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살면 이런 따뜻함이 좋다니까 하는 생각과 함께, 수술을 받아 한동안 넥카라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대답해 드리니 깔때기를 해도 잘생겼네, 허허 하고 지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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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가는 뿌꾸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 앞을 지나가다 멈춰 서서 뿌꾸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조그마했던 강아지가 어느덧 커서 15킬로그램이 넘어서고, 부모님과 함께 산책을 다니니 눈에 워낙 잘 띄는 데다, 능청스레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리곤 해서 가까운 동네 사람들은 우리 뿌꾸를 다들 알고 있다. 부모님이 집을 비우실 때는 옆집에서 뿌꾸 밥을 챙겨주시기도 한다. 사교성도 늘어 이웃집에서 키우는 3살짜리 보더콜리와도 친구가 되었고, 근처 공장에서 키우는 흰 개 두 마리는 종종 우리 집에 찾아와서 뿌꾸와 놀다 간다. 강아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귀여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제 뿌꾸는 한 살이 되었다고 동네 주민 아닌 낯선 사람이 우리 집 앞을 지나가면 짖어서 경계한다. 조금씩 눈치도 늘고 아기 때처럼 막무가내로 소란을 떨지는 않는 것 같아 자주 목줄을 풀어서 전보다 더 자유롭게 마당에서 뛰놀게 하고 있는데, 숨겨놓은 축구공이니 슬리퍼를 찾아내서 노는 게 또 어찌나 영특한지. 잔병치레 없이 주말이면 같이 축구를 할 수 있는 귀여운 막내 동생으로 잘 커준 것 같아 언니로서 뿌듯하다. 뿌꾸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부터, 우 리 가족은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뿌꾸는 이제 겨우 한 살. 사랑하는 나의 막내 동생 뿌꾸와 오래도록 건강하게 마당에서 뛰어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CREDIT

글 사진 박샛별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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