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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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e the country
조회647회   댓글0건   작성일3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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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Show me th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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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만능단어인가요 

 

키우는 개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만능 단어는 ‘시골’이다. 그들은 먼저 개를 떠나보내는 이유를 잠깐 웅얼거린 뒤 – 대체로 짖어서, 털이 날려서, 산책을 시킬 자신이 없어서, 그러니까 대략 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습성이 해당된다 – 상대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황급히 시골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그래서 공기 좋고 뛰어 놀기 좋은 시골에 보냈어. 마침표. 시골이라는 단어가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show me the money’ 치트키라도 되는 양, 다행이라는 표정과 함께. 

 

나는 하루에 버스가 다섯 대 오가는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바다와 들, 야트막한 동산이 어우러진 마을이었다. 봄이면 신작로에 뱀이 한 마리씩 발견되곤 했다. 그러니까 정말 ‘쌩시골’이 었다는 소리다. 우리 마을에도 도시에서 유배 보내온 개들이 적잖게 있었다. 말티즈부터 치와와, 믹스견까지 견종도 다양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는 성정을 타고나 동네 개란 개들에게 지분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귀하고 담벼락이 없는 촌에서 남의 집 개는 좋은 친구였다. 개와 뒹굴다 걸리면 개벼룩 옮는다고 야단을 들었지만 그 때뿐이었다. 시골 개와 즐기는 놀이는 끝이 없었다. 사람이 고팠던 이웃집 개는 개집을 질질 끌고 나를 반기러 오고는 했다. 오수를 즐기는 그 애의 뒤통수에서는 햇빛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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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바이 시골

 

어느 날엔가 동네 파란 철문집 할머니에게 도시의 아들네가 보냈다는 새초롬한 말티즈가 왔다. 새하얀 털이 자르르하게 길어 꼭 공주님 같았다. 손녀가 무어라고 이름을 알려줬다지만, 할머니는 개가 개지 무슨 이름이냐고 혀를 찼다. 말티즈는 그 집에서 딱 한 달을 보내자 머리를 풀어헤친 추노꾼이 되었다. 추노꾼 바로 옆 집에는 밤이고 낮이고 목줄에 묶인 개가 있었다. 그 개는 초인종 역할만 하다가 어느 날 개장수에 의해 종적을 감췄다. 초인종 강아지(편의상 이렇게 부르겠다)는 멍멍이보다 멍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개였다. 믹스견이었고, 유순한 얼굴에 단추같 이 까맣고 반질반질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정말 좋아했다. 그 집 할머니가 밥을 주러 지근거리에 가면 환희에 가득 차 오줌을 싼 나머지 욕을 먹고는 했다. 나는 오줌 테러를 당하는 것이 무서워 거리를 재면서 조심조심 그 애를 쓰다듬고는 했다. 돌이켜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개가 목줄에서 풀려난 것은 개장수가 훔쳐갔을 때, 오직 그 때뿐이었다.

 

오해는 마시라. 물론 그 중에는 터럭에 윤기가 흐르고, 때 되면 목줄을 풀어주는 주인을 만나 천수를 다한 녀석도 있었다. 나는 단지 시골이 개를 보내는 ‘만능키’처럼 여겨지는 것이 염려스럽다. 도시의 모든 개가 세심하게 관리 받는 것이 아니듯, 시골의 모든 개가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마을 개들은 대체로 묶여있었다. 할머니들은 사방팔방 다니며 배변을 하거나, ‘저지레’를 벌이지 못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시골에 보냈다는 한 마디로 개가 자유롭게, 초원을 누빌 것이라고 편리하게 생각하지는 말자는 얘기다. 다시 개를 시골에 보내는 사람 앞으로 돌아와서, 나는 ‘공기 좋고 뛰어 놀기 좋은 시골로 보냈다’는 얘기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화제를 돌린다. 어쩌겠는가. 보내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개는 보내졌고, 내 앞의 이 이는 벌써 딴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저 그 개가 인심 넉넉한 주인을 만나 맛있는 밥이나 많이 먹을 수 있기를. 어쩌다 한번 뒷산에라도 데려가주기를. 그리고 동물을 좋아하는 심심한 어린아이가 근처에 있기를 바랄 수밖에. ​ 

 


CREDIT

에디터 이은혜   

그림 권예원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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