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웨딩피치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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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웨딩피치의 상관관계
조회5,223회   댓글2건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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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X

고양이와 웨딩피치의

상관관계

 

고양이는 그 무엇과 나란히 놓아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생활에 고양이 하나를 더했을 뿐인데 감칠맛이 돈다. 고양이가 있는 일상에 대한 시시콜콜한 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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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피치 언니의 명언

 

일찍이 웨딩피치 언니는 말했다.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이 대사는 당초 상대방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할 목적으로 널리 쓰였으나 이제는 일종의 고전짤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는 나비효과를 낳았다. 나는 이 말을 좀 달리 써보고싶다. 고양이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하다고.

 

피치 언니의 명대사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내 과거부터 먼저 고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다.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수많은 개들과 뒹굴며 시간을 보내고 멋있는 블랙탄 진돗개를 키우던 ‘개과 사람’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고도 한동안은 길고양이가 무서워 가까운 지름길을 두고 동네를 빙 둘러서 집에 간 전적도 있다.

 

그리고 현재, 지금 나는 고양이 두 마리의 집사로 아침이면 조신하게 나가 사료 값을 벌고 밤이면 집에 돌아와 그들이 생산한 똥 오줌을 치우고 간식을 바친다. 심지어 이 모든 행위를 기쁘게, 자의로 한다. 조심하시길. 이것이 바로 고양이를 홀대하던 사람의 최후다.

 

개와 고양이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면 호들갑스러운 내적 비명을 참고 초연하게 인사한다. 그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면 이렇게 출구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매력은 뿜어대는 털만큼이나 방대하다.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는 세간에 떠도는 풍문만 듣고 지레짐작으로 고양이를 무서워했다. 이를테면 ‘고양이는 자기를 힘들게 한 사람을 꼭 찾아가서 해코지한대’, ‘고양이는 귀신을본대’ 같은 것들. 카더라만 듣고 가짜 뉴스를 믿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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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 고양이가 ‘가드’가 되기까지

 

고양이를 다르게 본 것은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다. 이십 대 초반 내 자취방은 큰 대문을 지나 쪽문을 들어가는 구조였다. 방으로 들어가는 쪽문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가끔 의젓하게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 애가 정말 무서웠다. 하필 피할 수도 없게 문 정중앙 앞에 자리 잡고 있어 그 고양이가 몸을 비켜주지 않으면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추위에 떨곤 했다. 

 

고민하다 묘수가 떠올랐다. 편의점에서 캔을 사서 다섯 발자국 떨어진 곳에 두고 그애가 비켜주기를 기도했다. 고양이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캔을 먹기 위해 문 앞을 떠났다. 나는 그 틈에 잽싸게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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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방에 들어가기 위한 우스운 조공이 시작됐다. 일주일쯤 지나니 그 애가 무섭지 않았고, 삼주쯤 되니 노란 줄무늬가 제법 귀여워 보였다. ‘가드’라는 귀엽지 않은 닉네임도 붙였다.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고양이를 상대로 사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드는 캔을 다 먹으면 자리를 뜨긴 했지만. 

 

그 애는 뜨문뜨문 나타났지만 나는 고양이 캔 하나를 늘 가슴에 품고 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캔 하나를 들고 다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서운해졌다. 십여 년 전 일인데, 쓰다 보니 방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번뜩 정신이 든다. 그 통통하던 치즈태비 고양이가 날 길들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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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멋짐을 알아버린 몸

 

한밤의 밀회는 오래가지 못했다. 반년쯤 꾸준히 찾아오던 가드가 영역다툼에 밀린 것인지 어느 날부터 영영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집에 가다가도 흰 바탕에 노란 무늬의 그 애가 보일까 유심히 길을 살폈지만 몇 년 뒤 이사를 할 때까지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오가다 마주친 다른 고양이들과 눈인사를 하거나 캔을 따주곤 했다. 이제는 고양이가 무섭지 않았으니까. 간혹 운이 좋으면 캔을 먹는 고양이를 슬쩍슬쩍 쓰다듬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정작 가드를 단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다는 것이다.

 

자취방 앞 고양이를 만나기 전과 후, 소소한 것들이 달라졌다. 여행을 가면 여행지의 고양이를 꼭 찍어오게 되었고, 고양이가 담긴 서적과 문구 앞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곤 했다. 그 소소한 것들이 쌓여 몇 년 뒤에는 고양이를 입양했다. 고양이를 모르던 시절, 여행을 더 자주 다녔고 통장 잔고는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쓰였다. 그 시절이 그립냐고? 그럴 리가. 고양이의 멋짐을 알게 되어버린 몸은 되돌릴 수 없다. 남의 이야기일 것 같다면 오늘 밤 귀갓길 조심하시길. 치즈태비 고양이가 의뭉스러운 얼굴로 문 앞에 앉아있을지도 모르니까.

 

 

CREDIT

에디터 이은혜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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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2
 
웨딩피치~
답글 0
여행자홍구  
재밌게 잘 읽었네요 ㅎㅎ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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