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집사 | 장터에도 묘연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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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집사 | 장터에도 묘연은 있다
조회2,006회   댓글1건   작성일1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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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집사

장터에도 묘연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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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세상에서 연이 닿는다는 것


사람들은 ‘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 이외에도 운명, 숙명 따위의 말들을 좋아하는데, 이는 세상살이가 인간의 능력으로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거리에서 스쳐 지나갔던 남녀가 몇 년 후 다시 만나 연인이된다든지, 꿈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았던 누군가를 현실에서 만난다든지 등의 일이 그러하다.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만남에 매일 노출된다. 혹자는 사람들의 손가락에 ‘인연의 붉은 실’이 묶여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뒤엉켜 있는 이 붉은 실이 다 풀려 서로에게 닿는 순간 만남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연’이 사람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사람과 동물 사이의 연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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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에서 국밥 대신 만난 고양이


“우리 오일장이나 가봐요. 그래도 시골에 오면 오일장을 가봐야죠.” 

“그래 오일장엔 맛있는 것들이 많다더라. 가서 시장 음식 좀 먹고 오자.” 

경기도 김포에 당도한 일행들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다들 구수한 오일장의 분위기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색빛의 파라솔이 만개해 있었다. 파라솔 아래엔 꽃받침처럼 수많은 상인들이 각자의 물건을 늘어놓고 흥정하는 중이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시장 초입. 입구 오른편에는 노오란 박스 안에 옹기종기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다.

 

박스에 몇 마리, 케이지에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 박스에는 검은 녀석과 얼룩 고양이들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있었다. 반면 케이지에 들어있는 하얀 고양이 두 마리는 예쁜 나비넥타이를 한 채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마 조선시대 인간의신분이었다면 그들은 양반 계급쯤 되어 보였다. 다시 박스로 눈을 돌리니 뒤섞인 고양이들이 조그만 아우성을 내며 서로의 체온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계속 파고들어가는 폼이 태어난지 2~3주 정도 되어 보였다. 눈만 겨우 뜬 채 장으로 끌려 나온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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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겁결에 찍게 된 사진


“귀엽네 고놈들...”

 

과거 회사에서 고양이를 키웠으나 그 녀석이 새끼를 낳곤 서먹서먹해졌다. 게다가 회사일이 바빴기에 같이 시간을 보낼시간이 많지 않았다. 물론 녀석은 손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긴 했지만. 갑자기 그 녀석들이 눈에 어른거렸다. 꿇어앉아 아이들을 쓰다듬었다.

 

따스한 체온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콩닥콩닥 숨을 쉬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생명의 따뜻함이여. 이것은 단순한 숨소리가 아닌 삶의 온도를 공유하는 소리였다. 그때 고양이를 파는 상인이 말을 걸어온다.

 

“이봐. 뭐하는 사람이여?”

“네. 전 사진 작가예요.”

“아 그래? 그럼 나 사진 한 장 찍어줘 봐.”

“카메라를 안 가져왔는데 핸드폰으로 찍어드릴게요.”

“그래 뭐 그럼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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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겁결에 받게 된 고양이


낡은 티셔츠를 걸치고 있는 상인의 얼굴엔 세월의 주름이 가득했다. 반복되는 삶에 지친 모습이었고, 옆에는 방금 먹어치운 점심이 놓여있었다. 엉겁결에 나는 사진을 찍어주었다.

 

“네 됐습니다. 나중에 보내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그런데 고양이 많이 좋아하나 봐?”

“네 예전에 키우기도 했고 좋아하는 편이죠.”

“그래? 그럼 이거 가져가서 키워.”

 

갑자기 박스에서 새까만 고양이를 한 마리 쑥 집어준다. 귀부터 꼬리까지 완전히 까만색이다. 까만 털 뭉치 같다. 제대로 고양이의 모양새도 갖추기 전의 모습.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투적으로 소리를 질러댄다. 소리는 너무 작아 애처로울 지경이지만 녀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본인의 정체성을 분출하고있었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꼬물꼬물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조그만 박스에 담아 집까지 데리고 왔다. 바닥에 놓으니 제대로걷지도 못한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내딛는 모습이 아이들이 걸음마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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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양, 잘 부탁해


여자아이였다. 김포 오일장에서 받아왔으니 이름을 ‘김포’로 지었다. 앞으로는 김포양(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와 나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되었다. 아마 내가 오일장을 방문하지 않았거나 방문했더라도 그곳에 앉아서 고양이들을 보지 않았다면 우리의 인연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운명적인 만남이 그러하듯 가정은 불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만남이 중요한 것이고, 인연의 끈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럼 이제 너와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CREDIT

글·사진 신상천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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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잘부탁드려요.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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