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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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계절이 왔다
조회682회   댓글0건   작성일3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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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노견 생활기

벚꽃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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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


처음 이뿌니와 가족이 되었을 때 나는 개만 좋아했지 코커스패니얼이라는 이 귀엽고도 낯선 견종에 대해 정보가 없었기에 동호회에 가입해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참 이상한 현상이지만 한국 반려견 시장에서는 특정 견종이 시기마다 유행을 타던데, 내가 이뿌니를 가족으로 맞이한 때가 바로 코커스패니얼 붐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그래서 동호회엔 개와 견주들이 넘쳐났고 그곳에서 쿵짝이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나 우리의 개들이 가장 활력 넘치는 그때 가장 신나는 한때를 보냈었다. 바다로 계곡으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터라면 어디든, 열 살 이전의 이뿌니는 누구보다 바쁘게 많은 곳을 누벼왔다. 영역표시한 곳이 실제로 그의 땅이 되는 것이라면 나는 이뿌니 덕에 경기도 일대에서부터 강원도까지 부동산계 재벌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들의 사회생활이라는 건 함께 사는 사람의 인생그래프를 따르는 법이어서 직장 생활, 결혼, 출산 등의 여러 이유로 바빠진 사람들로 인해 개모임은 지속되기 어려웠다. 게다가 개들도 어느덧 노견이 되었기에 우르르 단체로 모여서 놀기보다는 개인플레이를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소위 말하는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다고 할까. 개들의 반짝이던 청춘은 짧았다. 노년의 개와 함께 한걸음 뒤로 물러나 우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출발지점에 함께 서 있던 그 많은 개들 대부분이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잉글리쉬 코커스패니얼은 예쁘장한 외모에 비해 막상 실내에서 키우기에는 불편하단 이유들로 한국에선 더 이상 보기 힘든 견종이 되었다. 한때는 유행이었다가 또 한때는 불명예스럽게 유기견 1위의 견종이 되었다가 지금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견종. 이뿌니처럼 곱슬거리는 갈색 털을 지닌 그 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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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두 번째 사회생활


씁쓸한 말이지만, 개와 함께 하는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동네의 반려견들 모습에서도 유행의 흐름이 보였다. 만 16년째 산책만 꾸준히 나가봐도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뿌니가 본격적인 노견 생활에 접어들자 마음이 급해진 나는 사라진 친구들을 찾아주고 싶었다. 되도록 많은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 다시 개모임을 시작했다. 이것이 이뿌니의 생애 두 번째 사회생활에 접어들게 된 계기이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에선 거의 멸종되었나 싶을 정도였던 잉글리쉬 코커스패니얼 또래 친구들을 많이 찾았다. 

 

유행하던 코커 붐 시기를 거쳐 온 몇 안남은 소중한 친구들. 풍성한 모량과 진한 갈색 빛을 뽐내던 친구들의 얼굴엔 하얗게 세월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그 모습 또한 어찌나 애잔하고 사랑스러운지.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또래 친구들을 다시 만나니 고향의 소꿉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반가움으로 충만해졌다. 각자 단골 동물병원 한군데씩 끼고 사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 된 노견들이지만 하얘진 털과 뿌옇게 흐려진 눈동자 뒤로도 숨길 수 없는 특유의 똥꼬발랄함. 노견의 삶에도 여전히 명랑함은 그득하다.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아는 법이라고. 우리들은 같은 노견을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개들에게 기꺼이 ‘이모’가 되어주었고, 매일 내 개와 더불어 친구들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밥은 잘 먹었나요?”, “오늘은 기력이 있나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부지런히 나다녔다. 강아지들과 소풍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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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성기가 시작되다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십여 년 전의 그때처럼 노견들 체력 대비 아이돌급 스케줄을 소화하며 소풍 시즌을 즐기고 있다. 막상 개들끼리는 서로 호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폭풍같이 휘몰아치던 청춘을 불태우고 늘그막에 만난 친구들이기에 젊은 시절 했을 법한 실수 같은 건 없는 편이다. 개들에게도 연륜이라는 게 있긴 한가보다. 혈기왕성한 시절엔 간간히 개들끼리 다툼도 일어났었는데 노견들의 모임엔 느릿느릿, 타박타박 차분한 평화로움만이 가득하다.

 

만나면 반갑다고 힘차게 꼬리를 흔들고 네가 영역표시 한 곳에 내가 새로운 영역표시로 덮어쓰기 같은 놀이나 할뿐, 힘을 많이 쓰는 점프와 전력 질주, 무례한 액션은 없다. 우리는 삐걱거리는 관절을 가지고 뒤뚱뒤뚱 나름대로 최고의 속도를 낸다. 들리지 않는 귀 대신에 코로 잔디밭에 남겨진 친구들의 냄새를 수색하기 좋아하며, 고구마와 배추가 오늘의 메뉴인 도시락 가방 탐색으로 스릴을 맛본다. 활동의 크기와 종류는 뒤떨어졌을지 몰라도 노견들의 식탐은 젊은 개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이빨 빠졌다고 얕잡아 보지마라. 부서진 치아와 잇몸으로도 재빠르게 간식을 낚아채는 모험을 아직도 즐긴다.​ 

 

 

벚꽃의 계절, 드디어 봄이 왔다


이제 싱숭생숭 마음을 간지럽히는 벚꽃의 계절이 왔다. 우리는 흐드러지는 하얀 벚꽃 잎을 보며 아름답다 느끼지만 개들 입장에서 본다면 먹는 게 아닌 이상 4월의 벚꽃에 관심이나 있을까. 저들은 벚꽃에 방심해있는 우리들의 도시락을 호시탐탐 노릴 생각뿐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매해 벚꽃 앞에서 우리 개들의 인증 사진을 찍고야 만다. 움츠려있던 기나긴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올해도 이렇게 벚꽃 앞에 섰구나.

 

벚꽃에 관심이 있든 없든 겨울을 이겨낸 너희들은 우리의 또 다른 봄이다. 꽃잎 한 방울 두 방울 조용히 피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구름처럼 빈틈없이 하늘을 꽉 채우는 하얀 꽃잎무리, 몇 번 눈을 깜빡이다보면 순식간에 후두두 떨어지고 없는 찰나와 같은 이 계절. 우리는 개와 함께 나와 있는 이 시간이 마냥 소중하다. 이제 초록풀이 무성해지는 싱그러운 초여름의 계절로 접어들면 우리는 신나게 수영하러 다닐 것이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친구들과 함께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할 것이다. 생명을 가진 새싹들이 성장하기 시작하는 봄의 관문 앞에 제대로 설수 있어야 여름과 가을까지 직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인지, 봄의 문턱 앞에 선 노견들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모든 노견이 건강하길.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마음으로 기도한다. 조마조마하던 겨울을 버텨낸 강인한 노견들에게 드디어 봄이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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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한진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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