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끈끈해질 우리 사이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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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끈끈해질 우리 사이를 기다리며
조회1,298회   댓글0건   작성일5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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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 DOG

다시 끈끈해질

우리 사이를 기다리며 

 

 

빨리 큰다 빨리 큰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클 줄이야. 아기가 빠르게 크는 속도만큼, 까노는 아기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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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차이에 따른 마음의 거리

 

아기가 누워만 있던 시기에는 까노가 비교적 적응을 잘 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까노가 아기에게 마음을 여는 속도와 아기가 까노의 세상으로 뛰어 들어가는 속도의 격차는 컸고, 까노는 아기를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였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짖었을 뿐인데 그럴 때마다 짖는다고 혼이 났다.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까노의 짖음은 더 잦아졌고, 나는 하루에도 몇십 번씩 ‘쉿!’, ‘짖지마!’를 외쳤다. 완벽한 까노에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낯선 대상을 향해 짖는 습관이었다. 그 짖음은 주로 아기에게 향했고 점점 더 심해졌다. 반면 아기는 코앞에서 짖는 까노를 보며 그것도 좋다고 연신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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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돌아간 공간 분리

 

아기 매트 주위에 울타리를 쳐보기도 했다. 그 결과, 나와 아기가 울타리 안에 있으면 결국 까노도 들어왔고, 나와 까노가 울타리 밖에 있으면 아기도 울타리 밖으로 기어 나왔다. 공간 분리는 실패로 돌아갔고 우리 셋은 결국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기어 다니는 아기의 눈높이에서 까노의 세상은 너무나 재미있어 보이는 듯했다. 까노의 집에 기어 들어가는 걸 좋아했고, 까노가 먹는 사료를 손에 쥐고 싶어 했다. 

 

우렁찬 목청에 비해 소심한 성격인 까노는 아기가 자신의 집에 들어가 누워 있으면 주변을 뱅뱅 돌다가 금방 포기했다. 사료 그릇과 물그릇을 아기 손에 닿지 않게 다른 곳으로 옮겼더니 까노는 한술 더 떠(아기가 손 댈까봐) 빠르게 먹어 치워버리기도 했다. 사료에 대해 항상 시큰둥했던 까노가 사료를 잘 먹기 시작한 건 좋은 변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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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한 입만 흘려줘

 

태어난 지 200일 남짓 된 아기보다는 태어난 지 1000일이 넘은 까노와 말이 더 통할 것 같아서 아기보다는 까노의 행동을 제지하는 일이 많았다. 단, 아기가 까노의 털을 잡아당길 때만은 아기의 행동을 제지했다. 까노의 털을 만져보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하고, 아직 힘 조절을 못해 움켜쥐는 행동을 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아기가 아직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잘못된 행동은 느낌으로 알 것이라 믿는다. 까노의 털은 잡는 게 아니라 쓰다듬는 거라고. 부드럽게 살짝만 만져야 하는 것이라고. 

 

까노가 아기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아기 곁에서 맴돌 때가 있는데, 그건 아기가 이유식을 먹을 때다. 그때만큼은 사이가 좋아 보인다. 알고 보면 까노는 아기가 흘리는 이유식에 목적이 있다. 특히 소고기가 들어간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까노가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때만큼은 아기가 까노에게 손을 뻗어도 짖지 않고, 그 손 냄새를 맡기 위해 코를 들이대 본다. 아기의 손에 잔뜩 묻어 있는 이유식을 노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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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함에 대한 짖음, 미안함에 대한 눈물

 

까노는 아기가 잠에서 깨는 순간을 나보다 빨리 알아챈다. 헛짖음을 시작하면 그건 아기가 깼다는 신호다. 속상한 것은 까노가 아기에게만 짖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짖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짖음은 나에 대한 원망과 불만처럼 들렸다. 어쩔 수 없이 아기보다 까노를 혼내는 일이 더 많은 나에 대한 불만, 어쩔 수 없이 까노보다 아기를 더 많이 안고 아기와 더 자주 나가는 나에 대한 불만 같았다. 아기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문득 눈물이 터진 날이 있었다. 예전에는 까노와 같이 걷던 산책로를 아기하고만 걸으려니 집에 있는 까노한테 너무 미안했다. 지나가는 강아지를 볼 때마다 눈에 밟혔다. 까노는 나와 계속 같이 있어도 남편이 오면 마치 하루 종일 혼자 있었던 것처럼 반기고 좋아했다. 

 

까노와 나는 분명 누구보다 좋은 사이였는데, 까노의 마음이 전보다 멀어진 게 느껴졌다.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까노 산책 담당은 남편이 되었다. 아기와 까노 둘을 한번에 산책시키는 건 자신이 없었다. 한 손에는 유모차, 한 손에는 리드줄을 쥐고 둘의 안전을 보장하기엔 아직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말에는 아기와 까노 둘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나가곤 했다. 노키즈 존과 애견 동반 불가인 곳을 제외하면, 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을 제외하면 넷이서 함께 갈 곳이 많지는 않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불가능하고 정신도 없지만 넷이 나갔다 온 날에는 웃고 있는 듯한 까노의 얼굴에 마음만큼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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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끈끈해질 우리 사이를 기다리며

 

까노가 나에게 전만큼 의지하지 않아도, 불만이 많이 생겨 나를 향해 짖어도 나는 기다리면 된다고 믿고 있다. 아기와 까노가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의 크기가 비슷해지면 까노도 조금씩 아기에 대한 마음을 열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 또, 까노에 대한 내 사랑이 짝사랑일지라도 내가 더 사랑해줄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또다시 까노와 나의 사이가 끈끈해지리라.

 

 

CREDIT

글 사진 주은희 (https://www.instagram.com/happyccano/)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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