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소풍 리그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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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소풍 리그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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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노견 생활기

강아지 소풍 리그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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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샤워하러 가자


벚꽃 시즌을 지나자마자 본격적으로 2018 강아지 소풍 리그가 개막되었다. 한 손엔 도시락, 다른 손으론 노견의 손을 잡고 초록 풀밭 위에 자리를 잡자. 6월의 햇살은 봄의 적당한 훈훈함과 여름의 강렬함 사이에 있다. 늙은 개의 피부에 햇빛 샤워가 충분하다 싶으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늘로 찾아든다. 햇빛과 바람이 주는 어우러짐 속에 몸을 맡기고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런 계절이다. 

 

건강한 젊은 개는 가만히 쉬어야 할 의무가 없기에 나를 뛰게 해달라 오두방정 야단일테지만 다행히도 나의 개는 늙었다. 느린 걸음으로 토끼풀밭 위를 몇 번 왕복하고 나면 금방 고단해진다. 함께 쉬자, 내 옆자리로 와. 나는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이뿌니는 차가운 물을 들이킨다. 조금 움직였다고 그새 당 떨어질라 고구마도 먹이고 배추도 와작와작 씹게 한다. 상호간에 합의가 된 이 정도의 활동량이면 우리 둘 다 집에 돌아가서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다. 너도 나도 다 편안한 둘만의 소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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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느린 산책이 좋다


이뿌니가 체력이 좋았던 젊은 날에 나는 그다지 부지런하지 못했던 견주였다. 개는 어디 특별한 장소에 가서 일주일 치 한방에 몰아 신나게 뛰고 오는 것보다는 꾸준히 매일매일 성실한 외출을 필요로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다 받아주지 못한 미안함이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평범한 보통날의 산책을 함께 하고 싶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뿌니의 체력이 어제보다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나와 이뿌니는 매일 마음을 단단하게 하려 한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야 내 스타일로 소풍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며 눈물을 떨치고 일어나 나는 이뿌니가 좋아하는 도시락을 챙긴다. 

 

하도 뛰어다녀 흔들린 사진이 절반이던 때보다 오히려 사진은 지금 더 잘 찍을 수도 있고, 뭐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나 싶다. 디스크와 관절염이 늙은 개를 자꾸 멈춰 서 있게 하지만 이때다 찰칵! 사진 잘 찍어보라고 정지해주는 것 맞지? 꿈보다 해몽. 사진 찍는 나를 위해 속도를 맞춰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뿌니는 견주를 위할 줄도 아는 참으로 갸륵한 개가 되는 것이다. 마음만 바꿔먹으면 정신없는 뜀박질보다는 돗자리 위에서 잠시 멈춘 우리들의 느린 산책에 나는 전보다 더 만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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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천재 이뿌니


다른 개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기가 죽는다. 이뿌니는 할 줄 아는 게 몇 개 없다. 먹다 남은 치킨을 앞에 두고 시험 삼아 해본 몇 가지 훈련을 17년째 우려 먹고 있다. ‘앉아, 기다려, 먹어’가 끝. 그나마도 귀가 안 들리게 되면서 세 가지뿐인 나의 지령을 구분 못하는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이로써 ‘앉아’와 ‘기다려’를 안 해도 공짜로 입속에 간식을 넣어주니, 이뿌니 제 딴에는 잘됐다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에겐 비장의 무기가 하나 남아있다. 이 시기에만 한정적으로 뽐낼 수 있는 이뿌니의 특급 개인기는 바로 수영이다. 여름이 시작된 후엔 어디든 붐비는 것을 아는 터라 우리는 누구보다 이르게 물놀이를 빨리 즐기려 한다. 할 줄 아는 게 많지 않은 이 개는 물속에서만큼은 뛰어난 우등생이다. 선천적으로 물놀이 기능이 장착 되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이뿌니가 수영에 특화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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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계곡에 몸이 들어갔고 재빨리 네 발이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 신기한 몸놀림을 처음 발견했던 두어 살 쯤의 이뿌니를 지금도 기억한다. 우리 개는 수영 천재였어! 해마다 여름이 오기도 전부터 이뿌니와 물에서 놀았다. 6월은 수영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어디든 빠뜨리면 즉각 반응하는 이뿌니만의 멋진 수영 포즈를 많은 견주들이 봐주길 바랐다. ‘저 개가 우리 개예요.’ 좌회전 우회전 유턴까지도 부드럽게 진행된다. 물살을 가르고 유유히 전진하는 늘씬한 몸의 이뿌니.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은 수영 실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녹슬지 않았다. 

 

그렇지만 체력은 확실히 작년 다르고 올해 또 다르다. 한 바퀴만 돌면 바로 물에서 건져내야 할 판인데 그런 늙은 오빠 옆에 매달려 무임승차하는 늙은 여동생아, 양심이 있니 없니. 여동생이래 봤자 같이 늙어가는 처지(15세)니 눈감아줘야겠지. 수영을 처음 시작했던 두어 살 쯤의 이뿌니와 이때껏 함께 해오던 여동생이라 감개무량하다. 개들이야 별 생각 있겠냐만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십여 년을 나란히 헤엄쳐주는 둘의 모습만 봐도 가슴이 벅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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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이여, 으라차차 기운을 내라!

 

색색깔 꽃들이 지고 난 자리에 연두색 잎들이 채워졌다. 점점 짙어가는 초록의 계절, 곧 고통스러울 만큼 뜨거운 여름이 오겠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적당해서 참 좋다. 좋아하는 개들과 함께 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봄과 여름 사이 소중한 시간이다. 하루 걸러 하루 초록잎이 얼마나 싱그러워지는지 함께 산책 나가 관찰하고 싶은데 요 근래 이뿌니의 기력이 쇠해졌다. 이뿌니와 나, 계절의 삼박자가 합을 맞추던 호시절이 눈 앞에 스쳐간다. 또다시 그러한 활력의 날들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아 한동안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불끈불끈 힘솟아 일어나는 노견의 저력 또한 알고 있다. 많은 날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금 이뿌니는 간식의 향기로움에 취해 킁킁 코를 놀리며 발랄하게 살아 움직인다.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처럼 간식 앞에 이뿌니는 으라차차 기운을 낸다. 조금만 더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함께 수영장 가야지! 물에 젖은 구릿빛 피부, 곱슬머리 오빠를 기대하시라. 뭇 암캐들의 마음을 홀릴 준비가 되었다. ​ 

 

 

CREDIT

글 사진 한진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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