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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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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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세화씨 문방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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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제주

 

꾸벅꾸벅 졸리기만 하던 봄날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 버렸다. 2018년 제주도의 봄은 따뜻하기도 했고, 갑작스런 눈보라에 춥기도 했다. 조금 일찍 찾아온 여름의 습격으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가늠하기 힘든 날씨였다. 그나마 사람들은 추우면 옷을 껴입고, 더우면 벗으면 되지만, 항상 북슬북슬한 털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우리 길냥이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집 주변에서 가끔씩 보이던 길냥이들은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지 않으면 항상 근처를 돌며 산책하는 모습이 목격되었지만, 더운 날에는 기운 없이 터벅터벅 걷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제주도의 여름은 바람이 많이 불어 타 지역에 비해 조금 덜 하다고는 하지만, 지글지글 끓는 아스팔트 위는 강렬한 햇볕에 그 어느 지역보다 뜨거워 보인다. 그래서 시내 쪽에서는 한가로이 앉아 놀고 있는 길냥이를 보기란 아주 힘든 일이다. 하지만, 바닷가 마을은 너무 다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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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씨 문방구의 ‘삼색이’

 

햇볕이 쨍하고 내리쬐는 날에도 구멍이 송송 뚫린 제주 돌담 위에 철퍼덕 누워 얼굴을 비비고 몸을 닦으며 곧 잠이 들려고 하는 녀석이 있으니...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삼색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말 한마디나 표정만으로도 동물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눈에 보이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과 친한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는 평소에 무뚝뚝하던 사람도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추억을 이야기하는 입가엔 미소가 번져 있으며, 손가락은 고양이와의 친분을 증명할 사진을 보여주기에 바쁘다.

 

‘삼색이’에게 맛있는 밥을 주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는 ‘세화씨 문방구’의 대표 디자이너인 이진아 씨는 지금껏 만나본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사랑이 넘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삼색이’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표정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진아 씨는 약 2년 전 ‘세화씨 문방구’ 앞 건물인 ‘카페공작소’에서 작업을 하며 ‘삼색이’와 만나게 됐다. 제주시 세화리에 위치한 카페공작소 근처에는 길냥이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고 한다. 카페에서는 길냥이들에게 조금씩 밥을 주기 시작했고, 많은 고양이들이 찾아와 밥을 먹었지만 ‘삼색이’가 밥을 먹으러 오기 시작하면서 영역 다툼이 있었는지, 처음에 오던 고양이들은 천천히 발길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삼색이와 함께 오던 고양이가 두 마리 더 있었는데, 그 고양이들도 약 1년 전부터는 보이지 않고, 지금은 삼색이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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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삼색이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암컷인 삼색이는 두 번이나 새끼를 낳았지만, 아직 카페가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새끼를 데려온 적이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밥을 먹지 않고 입에 물고 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어딘가에 새끼를 낳았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에는 배가 불러오는 모습을 보고 곧 새끼를 낳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켜봤는데, 어느 날 배가 홀쭉해진 상태로 와서는 카페 구석에서 나오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고, 진아 씨가 이 모습을 모습을 이상하게 여겨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한 뒤 중성화 수술을 해주었다고 한다.

 

진아 씨는 몸이 약해진 삼색이가 자신에게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팠고, 그 후 애정이 점점 커져 지금은 집에 있는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욱 마음이 쓰인다고 한다.

 

삼색이도 이런 진아 씨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보통 카페에 오면 카페와 문방구 사이의 돌담에서 밥을 먹거나 앉아서 잠을 청하는 일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문방구 안 쪽을 탐색하며 보금자리를 옮기려고 하는 것처럼 보여 천천히 준비 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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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닮은 고양이

 

항상 돌담 위에 앉아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을 겁내지 않고 친근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발자국 소리에 민감해 누군가가 쿵쾅 다가오면 자다가도 눈을 번쩍 뜨고 경계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천천히, 아주 살금살금 다가가 턱 아래로 손을 내밀고 따뜻한 인사와 함께 말을 건네면 다정하게 인사를 하는 듯 턱을 손에 살살 문지르며 애교를 부린다.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귀여운 아이가 생각난다. 하는 행동이 어찌나 비슷한지, 잠들 때의 모습이나 장난칠 때의 모습,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 아이와 너무 닮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동물이 바로 고양이다.

 

날씨가 더운 날이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긴 혀로 몸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리에 하루 종일 앉아 턱을 괴고 쳐다보고 싶어진다.

 

CREDIT

글·사진 조아라

에디터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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