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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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허물다
조회917회   댓글0건   작성일1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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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견가정은 처음이라

울타리를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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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밤

아니나 다를까 노리는 또 실수하고 말았다. ‘아직은 둘째가 일렀나?’하는 찰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간 가운데 ‘아차..!’보리는 보리이다. 이 둘 사이에서 나의 역할이 중요한 문제였고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서둘러 고쳐먹었다. 곰곰이 생각하다 한 번 부딪혀보기로 했다. 서로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보리와 울타리를 거실로 옮겼다. 보리의 존재에 또다시 당황스러워하는 노리를 품에 안고 조심스레 토닥여주었다. 서운하지 않도록, 질투하지 않도록. 한참을 어루만지니 노리는 차안정을 되찾았다. 이때 조용히 보리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 작은 울타리에서 답답했을 보리와 신나게 놀아주었다. 첫 만남 때보다 긴장감은 조금 사그러진 듯했다. 셋이 되어 첫날 밤. 아니나 다를까 보리의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낯선 곳에서의 밤은 꽤나 어색한 모양이다. 울타리 구석에 자리를 잡고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듯 말듯, 작은 소리에도 놀라 깨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리의 첫날 밤은 더했다. 밤새도록 울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보니 내 발밑에서 몸을 웅크려 잠을 자고있었다. (하지만 노리는 울타리가 없었기에 지금의 보리보다 조금 더 나은 환경이긴 했다) 오늘 하루가 누구보다도 길고 험난했을 보리를 위해 나는 보리가 잠에 푹 들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보리의 모습을 한참을 지켜보다 결국 내가 먼저 잠이 들었다고 한다.

 

둘 사이의 벽 또는 방패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노리와 보리를 분리하였다. 누군가에게는 울타리가 벽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방패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 3일은 가깝지만 먼 사이로 그저 서로의 존재를 알아갔으면 했다. 처음 보리의 존재를 부정하던 노리는 이틀 정도가 지났을까. 울타리 주변을 얼쩡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은 자는 보리 곁에 다가가 자신도 몸을 동그랗게 말아 낮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고 숨을 참으며 끅끅 웃고 말았다.보리는 처음부터 노리에게 관심이 많았다. 친해지고 싶어서인지 노리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그저 노리가 있다는 자체가 매우 흥미롭고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이 둘의 삼일 밤낮이 빠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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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나도 될까?

‘이쯤 됐으면 괜찮지 않을까?’ 서서히 그리고 조심히 문을 열어, 보리가 울타리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했다. 보리는 가장 먼저 나에게 꼬리 모터를 흔들며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쫄래쫄래 노리를 따라다니며 귀찮게 했다. 그런 노리와 보리를 보고 있자니 3살 노리에겐 5개월 보리의 에너지와 호기심은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듯했다. 노리의 모든 곳을 따라다니다 못해 노리만의 공간( * 이곳은 나조차도 터치하지 않는 공간이다)까지도 침범했다. 반면에 보리는 무척이나 신났다. 울타리를 벗어나 만끽하는 넓은 공간에 실컷 뛰어도 보고 뒹굴기도 하며 영락없는 호기심 가득 장난꾸러기였다. 온 방 안을 후비고 다니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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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게 맘 편해

이렇게 생활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우리 룸메이트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보리는 제 시기에 맞게 늘 활기찼고 배변교육을 하며 이 공간의 룰을 배워나갔다. 생각보다 빠른 습득에 뿌듯한 마음이 몽실몽실 들었다.하지만 노리는 더이상 움직이지도, 부름에 반응하지도 않았다. 포기한 게 맘 편한 듯 보였다. 맛있는 간식을 몰래 줘도, 원하는 산책을 실컷 해도 집에서는 무기력했다. 보리가 다가가면 얼른 일어나 자리를 옮기곤 했다. 밥을 먹지 않아 손으로 떠 올려 코앞까지 대줘야 그제서야 마지못해 먹었다. 남자친구와 나는 병원에 데려가 상담을 받는 것을 고민해 볼 정도로 노리의 변화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Credit

글·사진 신소현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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