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그리고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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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그리고 앞으로
조회3,637회   댓글0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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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그리고 앞으로
용인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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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유기견들이 발생한다. 한쪽에서는 안락사 위기에 몰린 개들을 살리려고 노력하는데 또 한쪽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개를 내다버린다. 휴가철이나 명절에 버려지는 개가 급증한다는 뉴스는 매해 빠지지 않고 나온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포기하고 싶다. 유기견은 없어질 수 있을까.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박운선(http://cafe.daum.net/hkgdog)

 

어느 날 우연히
경기도 용인에 있는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이하 행강집)’은 시위탁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에 올랐던 유기견들이나 애니멀호더에 의해 학대에 가깝게 방치됐던 개들이 머무는 곳이다. 2005년에 개소해 올해로 딱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행강집을 이끌어 온 박운선 소장은 한때 애견농장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가 번식업을 시작하고 1년도 안돼서 그만둔 건 우연히 보게 된 유기견 한 마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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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동물병원에 취직했는데 어느 날 슈나우저를 데리고 왔습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피부병에 걸려있었지요. 왜 데려왔냐고 하니 열흘 지나면 주사 맞고 죽는다 합니다. 그 한마디에 ‘이건 아니구나’ 했어요. 제가 분양한 애들도 그렇게 돌아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딱 그맘때쯤 누군가 아픈 코카스파니엘 다섯 마리를 농장 견사 앞에 버리고 갔다. 전부 다 치료해 입양 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애견 농장을 하는 게 맞는 것인가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가야 할 길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했던 번식업이 생명을 죽이는 일이었다면 앞으로는 생명을 살리는 길을 걷겠다고. 행강집은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운명처럼 시작됐다. 박 소장은 농장을 접은 후 유기견을 한 마리 두 마리씩 거두면서 입양 보내기와 구조하기를 반복했고 현재는 195마리의 개들을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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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형 보호소
행강집은 여느 보호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립형 보호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보호소와 함께 운영하는 ‘행강 애견호텔’의 수입으로 보호소 관리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다. 박 소장이 보호소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호텔비를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한 터라 기존 업체들로부터 상도의에 어긋나지 않냐는 항의전화도 많이 받았다. 그도 비싼 요금을 받으면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기견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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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기견을 발생시킬 수 있는 고가의 호텔요금을 책정할 순 없었어요. 맡길 곳이 간절히 필요한데 그 돈을 내지 못하면 아이들이 또 어디로 가겠습니까. 현재 보호소 운영비의 80퍼센트가 호텔 수입으로 마련되며 부족한 부분만 뜻 맞는 분들의 도움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후원금뿐만 아니라 봉사자가 없어도 개들이 보살핌을 받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이 박 소장이 생각하는 자립형 보호소다. 봉사자에 의존해 자체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보호소의 개들은 더러운 환경에서 지낼 수밖에 없고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행강집은 현재 아이들 모두가 골고루 사랑 받고 산책을 나갈 수 있는 단체봉사만 받고 있다. 개개인이 봉사를 다녀가면 그날 밤 여지없이 개들끼리 싸우는 사고가 일어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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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혼자 하려고 하다 보니 외롭지요. 저희 보호소 온라인 카페엔 저밖에 없습니다(웃음). 그렇지만 한 사람, 두 사람에게 의탁하고 그들의 후원과 봉사에 점점 취하다 보면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는 의지력이 약해질까 염려됩니다.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제가 끝까지 책임져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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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감과 사명감
그렇게 굳건한 의지로 행강집을 10년째 지켜 온 박운선 소장. 그런 그가 요즘 ‘지친다’는 말을 자주한다. 처음엔 눈앞에 있는 생명들을 살리면서 만족감을 느꼈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야가 넓어지다 보니 끝도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유기견들을 보호하고 입양 보내는 게 언제까지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일부분이에요. 나머지 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철장을 붙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제발 자기 좀 꺼내달라고……, 그러다가 주사 한방에 생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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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장은 유기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법적인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대단위 사육장 허가제를 실시해서 많은 동물들이 지내는 시설의 환경과 사육두수를 검사하고 규제하면 애견번식농장은 거의 다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적합한 환경을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유기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동물보호법이 강화될 조짐이 안 보인다. 밝은 미래가 있어도 힘든 일인데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으니 이 일은 왜 하고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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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는 아무 희망도 없어요. 법을 만들고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동물복지는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박운선 소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어하면서도 한편으론 가장 큰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하루에 천 번도 더 그만두고 싶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사랑’이 그런 것임을 보여주려 한다는 박 소장. 부디 그 사랑이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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