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고양이] 경북 농장의 자유로운 영혼 러시안 블루 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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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고양이] 경북 농장의 자유로운 영혼 러시안 블루 쿤이
작성일1주전

본문


이웃집 고양이

경북 농장의 자유로운 영혼

러시안 블루 쿤이

 

놀라지 말아요. 초록이 무성한 잎새 사이로 잿빛 통통한 고양이 한 마리가 톡 튀어나와도 표범 아니에요, 쿤이에요. 놀라지 말아요. 외진 흙길 끝에서 발라당 누워 배를 긁어달라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도 개 아니에요, 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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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을 누비는 자유 고양이 쿤이

 

청포도알처럼 영롱한 눈빛을 굴리면서 오늘도 즐거움을 찾아 농장을 누비는 러시안 블루 한 마리. 경북 영주의 외딴 농장에서 강아지 친구, 흑염소 친구랑 뛰어노는 쿤이를 보면서 정말 고양이가 맞을까 의심이 들었다. 성큼성큼 날쌔게 달리는 폼을 보면 표범 같고 이내 흙바닥에 드러누워 그대로 잠드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강아지 같고… 영 헷갈리는 녀석을 만났다. 사실 쿤이는 도심에서 살던 도시 고양이. 그런 쿤이가 어쩌다가 시골 고양이가 되어 자유로이 마당을 누비며 살게 된 것일까.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어. 고양이를 잃어버려서 찾고 있는 와중에 똑같이 생긴 녀석을 발견했다고. 그런데 성별이 달랐대. 잃어버린 애는 암컷인데, 똑닮았지만 수컷인 고양이를 구조하게 었다고. 잃어버리고 애타는 마음은 똑같을테니 주인을 찾아주려고 수소문했는데 동네에선 얠 잃어버렸다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찾는 사람도, 잃어버린 사람도 없어서 결국 이곳에 오게 된거야. 그때 아들이 잃어버린 순이는 결국 찾지를 못했어. 혹시 서로 찾던 고양이가 바뀐 건 아닐까? 그렇게 위로를 하는 거지 뭐. 그 녀석도 누군가에게 구조되어 잘 살고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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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찾지 못한 고양이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아들은 닮은 쿤이를 곁에 두지 못하고 시골에 계신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농장에서 적적하게 생활하고 계신 아버지에게 쿤이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될지 알지 못한 채. 새 삶을 살게 된 쿤이는 금세 적응했고 곧 일하는 아버지 뒤를 졸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키워줄 사람을 찾아봤는데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없어서 농장으로 데려왔어. 근처에 사람, 차, 다른 고양이들이 없어서 안전하겠다 싶기도 했고. 사실 얘가 고양이를 좀 무서워하더라고. 편의점 앞에서 구걸하면서 사람들에게 치이던 애를 구조했다던데 사람만 얘를 괴롭혔던 게 아니었나봐. 고양이만 봐도 자지러지는 걸 보면.  유기견이었던 백구, 복이도 와서 함께 지내고 있는데 걔들하고는 참 잘 지내. 고양이만 무서워 해."

 

자유 고양이 쿤이. 그래도 이젠 앞마당 나무를 자연 캣타워 삼아 오르락내리락하거나 버섯을 키우려고 놓아둔 나무에 스크래칭을 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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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세요, 잘 지내고 있어요

 

"멀리 가지는 않아. 다른 고양이가 나타날까 봐 겁나는지 농장 안에서만 놀다가 들어오곤 해. 강아지들이랑 뛰어놀다가 아기 염소랑도 폴짝대다가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고. 눈치백단 애교이백단이라니까.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쿤이는 고양이가 아니라 막내 아들 같다니까."

 

농장주 강창구 씨의 쿤이 자랑은 끝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쿤이는 흙길 한가운데 대자로 뻗어서 세상 편하게 잠들어 버렸다. 강아지들이 지켜주어 안심이 되는지 아주 푹 잔다. 식성은 또 얼마나 좋은지 아침에 사료를 대접 가득 부어놓으면 하루 안에 다 먹어버리는 쿤이. 그래서 창구 씨는 아예 대포장 사료를 보내라고 딸에게 주문해 놓은 상태다. 좀처럼 사람 음식은 탐내지 않는데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나몰라라 하는 녀석이 빵은 그렇게 좋아한다고. 

 

"딸들도 각자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아들도 고양이를 키우지만 이렇게 예쁜지 몰랐는데, 우리 쿤이는 참 기특하고 예뻐. 애교도 많고. 애가 있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때가 많아.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쿤이 덕분에 웃는 날이 많아졌어. 요새는 우리 애들이 안부 전화하면 나도 잘 지내고 쿤이도 잘 지낸다고 해.(웃음) 서로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니까 무슨 할말들이 그렇게 많은지 전화 끊고 나서도 카톡으로 또 고양이 얘기를 하고 사진도 보내고. 가족끼리 예전보다 더 자주 연락하게 되더라고. 쿤이가 여러모로 복덩이야, 복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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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식구와 함께하는 시간

 

명절을 맞아 도심으로 나갔던 식구들이 농장으로 모였다. 사람들이 많아져서 쿤이가 제일 신났다. 졸졸 따라다니면서 식구들마다 아이콘택트를 하고, 얼굴을 부비부비하고. 가족이 함께 나선 산책에선 붉게 핀 가을 꽃 아래 발라당 누워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애교쟁이도 이런 애교쟁이가 없다. 

 

한때 편의점 앞에서 먹을 것을 동냥하던 쬐죄죄한 고양이는 사라졌다. 목욕할 때 산더미처럼 쏟아진 구정물과 함께 과거의 슬픔도 배고픔도 다 지워졌다. 가족들이 얼마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지 저도 아는 눈치다. 명절을 맞아 잔뜩 쌓인 고양이 간식을 보면서 내놓으라고 냥냥냥~ 먹으면서도 뭐가 그리 맛있는지 옹알옹알. 영락없는 막내 아들 맞다. 

 

세옹득실(塞翁得失)이라고 했던가. 아들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어쩌면 쿤이는 우리 가족이 되려고 그날 그렇게 순이를 애타게 찾던 아들의 눈에 띄였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길고양이 생활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쿤'이 된 이상 원없이 사랑받는 고양이로 살 운명이었으리라.  

 

 

CREDIT

박수현 객원기자

사진 강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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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ssong  
너무예쁘네요ㅠ
저도 러시안블루를 키우고 있어서 더 공감이가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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