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companions] 활동가로서의 캣맘, 이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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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companions] 활동가로서의 캣맘, 이효남
작성일1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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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로서의 캣맘, 이효남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워 허공에는 날선 바람이 가득했고 바닥에는 얼음이 늘 두껍게 앉아 있었다. 돌보는 이들이 길고양이를 위해 내놓은 따뜻한 식수도 금세 얼음덩어리가 되곤 하던 추운 겨울, 며칠째 수온주가 영하 10도 언저리에서 머물기만 했던 어느 늦은 오후에 서울 용산구의 <쉬어가개냥>으로 이효남 씨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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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뜨이다

 

태어날 때부터 동물애호가인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리고 10년차 캣맘인 효남 씨도 마찬가지였다. 개는 여름이 한창일 때면 으레 떠나고 새롭고 어린 개가 다시 오는 것이었으며, 고양이는 참새나 까치처럼 길에 있는 동물일 뿐이었다. 그녀를 바꾼 것은 나이가 들고도 한참 후 길 위에서 만난 하얀 강아지 두 마리였다

 

늦은 밤의 귀가길, 행색이 남루하고 길생활을 오래한 것 같은 이 둘을 무슨 마음에서였는지 차에 태워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마당에 나가 보니, 무척 말랐던 하나는 대문 밑 틈으로 도망을 가고 없었고, 그나마 살집이 있던 하나는 그대로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잔인한 일이었겠어요. 둘이서 짝이 되어 힘든 삶을 함께 했을 텐데. 얼마나 따라가고 싶었을까요.” 함부로 길에서 개를 데리고 온 것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서 효남 씨는 저 말을 덧붙였다. 그때 남은 강아지 송이는 효남 씨에게 스쳐지나가는 존재였던 동물을 삶 속에 머무는 존재가 되도록 했다.

 

사람이 점령했던 도시가 평화를 찾고 어둠을 두른 채 숨을 고르는 어느 깊은 밤, 효남 씨는 새로운 삶이 될 존재와 조우했다. 쓰레기 봉지에 머리를 박고 바삐 움직이는 여덟 생명이었다. 길고양이. 스쳐 지나려는데 한 고양이의 목줄이 눈길을 잡아챘다. 사람이 해준 목줄이 고양이의 목을 너무 죄고 있었다. 그 목줄 좀 풀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먹을 것을 주었다. 가까이 오면 풀어주려 했는데, 경계하고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아 하루, 또 하루. 그러다 밥 엄마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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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으로서의 캣맘

 

사물로 인지되던 동물이 동료 생명으로 느껴지는 것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가혹한 형벌이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고단함과 아픔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한 번 눈에 띄자, 이제까지 어떻게 안 보일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많은 길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날씨와 상관없이 밤이면 밥과 물을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비와 눈, 벚꽃과 낙엽을 길고양이와 함께 나눈 지 3, 효남 씨에게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봐야 예쁘다는 말이 있지만, 오래 봐서 더 잘 보이는 것은 상대의 고통이다. 허기와 목마름만 해결해주면 힘들어도 자유로이 지낼 줄 알았던 길고양이가 때때로 차가운 몸으로 그녀를 맞곤 했다.

 

질병, 학대, 사고…… 다양한 원인이 있었겠지만, 당시 그녀의 귀에 들어온 것은 TNR이었다. 발정만 막아도 민원도 줄고 로드킬 같은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시에는 TNR 자원봉사제도가 있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봉사자 모집에 효남 씨는 기꺼이 참여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더 깊이 캣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밥 주는 사람은 밥 먹는 이를 알아본다. 다 똑같아 보이는 고등어, 젖소, 배트맨, 블랙캣이라도 정기적으로 밥을 주는 사람은 차이를 알고 구별해낸다.

 

TNR 업체가 지나가고 나면, 밥을 먹으러 오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웃 캣맘에 수소문해서 찾으러 다니는 것과 동시에 구청에도 민원을 넣었다. 업체에서는 해당 지역 주민이 싫어해서 제자리 방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하곤 했다. 이런 관행 때문일까? 아직도 구청에서 하는 TNR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중성화를 진행하지 않는 캣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효남 씨는 포획 및 방사의 과정에서 포획인이 규정을 준수하는지, 병원에서 규정에 맞게 수술과 후처치를 진행하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게 캣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효남 씨는 TNR 참여 이전의 자신과 그 이후를 밥엄마와 캣맘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캣맘이 된 그녀는 민원으로 고양이를 위한 의사를 전하고, 모니터링으로 고양이의 안전을 확인했다. 그런 덕분에 제자리 방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TNR의 수가 그녀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많이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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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 나의 삶

 

오랜 시간, 많은 곳을 돌며 고양이를 만나온 그녀에게 아픈 고양이가 보이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까지 구조해서 입양 보낸 고양이의 수를 물었더니 그녀는 셀 엄두도 못 내겠다는 듯 숨만 푹 내쉬었다. 10년 정도를 길고양이 돌봄과 구조, 임보와 입양, 파양과 재임보의 쳇바퀴를 돌다 보니 그녀는 어느 순간 쉼터의 운영자가 되어 있었다.

 

쉼터 운영자로서, 또 캣맘으로서 목표나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 게 뭐 있겠냐고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에 옅은 졸음이 커튼처럼 드리웠다. 바닥은 고양이들이 좋아할 정도로 따끈했고, 뒤에는 기대기 좋게 두꺼운 밍크 담요가 드리워진 어깨 높이의 수납장과 머리를 두기 딱 좋을 만큼 폭신한 캣쿠션, 그 안에는 만족스런 표정의 고양이 하나가 있었다. 인터뷰 전에 효남 씨가 아래층에서 한 시간 가까이 강아지들을 목욕시키고 미용을 돕고 왔다는 것이 퍼뜩 떠올라 인터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 어떤 질문과 대답도, 그 어떤 글도 그 순간 효남 씨에게 주어져야 할 짧은 휴식만큼 소중할 수는 없을 듯했다.

 

때때로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대로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는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을 갖곤 한다. 내게는 그 순간이 그랬다. 따뜻한 방과 편안해 보이는 효남 씨, 그리고 자유롭게 오가며 친애의 표시를 하는 고양이들. 대단할 것도 없는 그 순간의 평화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인터뷰를 마치겠다는 내 말과 함께 끝났다. 효남 씨는 인터뷰를 하느라 늦춰진 쉼터 청소를 위해 따뜻한 방바닥을 떨치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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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동물 보호 활동가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은퇴와 세대교체는 어디에서나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그나마 정기후원자의 수가 많고, 법인이라도 설립되어 있는 단체라면 비교적 어려움이 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풀씨처럼 흩어져 있는 현장 캣맘의 세대교체는 어찌해야 할지 생각하기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만나는 캣맘에게 매번 같은 질문을 하지만, 답은 대동소이하다. 효남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몸이 움직이는 한 밥을 주러 다닐 거라고,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고.

 

효남 씨는 캣맘 일이 그녀의 삶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어려운 문제의 답일지도 모른다. 길고양이 돌봄이 특별한 사회운동이나 혼자서 100여 개의 밥자리를 돌봐야 하는 것이 아닌 일상이 되는 사회. 그것이 진정 길고양이 혹은 동네 고양이의 올바른 모델은 아닐까.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이 가고 옷에 묻은 고양이털 같이 늘 있었던 듯 능청스레 다가와 있는 봄처럼, 그런 사회가 슬그머니 늘 그랬다는 듯 찾아와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마도 효남 씨의 이런 생각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캣맘이라는 단어가 가진 사회적 시각이 좋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캣맘 스스로가 캣맘으로 불리는 걸 꺼려하기도 하구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부정적 시각을 바꿔 나가는 게 캣맘의 역할이고, 캣맘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긍정적일수록 우리가 돌보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함께 바뀔 거라고요.”

 

쉬어가개냥 카페 http://cafe.naver.com/takecare2017

 

 

CREDIT

글 김바다 (작가 |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

사진 이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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