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

칼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
조회 784   2주전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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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가축일까, 아닐까?

 

가축(domestic animal, 家畜)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에 의하여 순화, 개량되어 사람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유용한 동물’이다. 개는 ‘가축화’된 동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의 가축화 시기를 ‘약 1만 2천 년 전’으로 추정한다. 최소 1만 2천 년부 터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축화’된 개도 ‘가축’이라고 봐야 할까?

 

개는 사람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동물이고, 가축화된 동물도 맞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가축’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농장에서 길러지는 산업동물(농장동물)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결국, <반려견 수 600만 마리 육박, 반려동물 사육인구 1500만 명> 시대에 개를 가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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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에 대한 정의를 사전이 아닌 법에서 찾아보자. 가축에 대한 정의가 나와 있는 대표적인 법은 <축산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이다. 둘 다 동물의 종을 기준으로 가축을 정의했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고, 한쪽에서는 가축으로 분류하지 않으면서 오해와 갈등이 생기고 있다.

 

우선, 축산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분류했다. 축산법 시행규칙 제2조(가축의 종류)에 노새, 당나귀, 토끼와 함께 ‘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참고로 축산법은 산업(축산업) 발전과 관련된 법이고,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식품안전과 식품위생(축산물위생)과 관련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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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의 식품안전/위생과 관련된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가축의 종류에 ‘개’가 없다는 것은 ‘개는 먹는 음식이 아니고, 개고기 역시 축산물로 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여전히 유통/판매된다. 보신탕집도 여전히 쉽게 찾을 수 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가 가축이 아닌데 왜 개고기는 불법이 아닐까?

 

개식용이 불법이 아닌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축산법에서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법에서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고 있으므로, ‘개농장’에서도 당당하게 “개는 법적으로 가축이고, 먹는 개와 반려견은 다르다”며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길러서 판매한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른 위생관리는 당연히 이뤄지지 않지만 말이다.

 

개가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어 개식용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많은 동물보호단체가 지속적으로 축산법상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축산법 자체가 개의 대량사육과 산업적 이용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식용이 불법이 아닌 국가 중 ‘수 천마리의 개를 식용 목적으로 기르는 공장형 개농장’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5월 15일 축산법상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던 ‘개’를 제외하는 내용의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것이다(이상돈 의원 대표발의).

 

이번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공장식 사육으로 인해 동물의 복지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어 현행법상 가축의 정의에서 개를 명시적으로 제외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반려동물 사육인구 1500만 명 시대에 맞게, 이제는 축산법 개정을 통해 개를 가축에서 제외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가축과 반려동물 사이의 애매한 줄타기를 끝낼 시점이다.

 

이번 축산법 개정안을 반기지 않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축산법 제1조를 한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각 법의 제1조에는 그 법을 제정한 ‘목적’이 담겨있는데, 과연 축산법의 목적에 ‘개’가 적용되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시라.

 

축산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가축의 개량·증식, 축산업의 구조개선,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가격안정 및 유통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축산업을 발전시키고 축산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키며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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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소통하는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의 발행인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사회 인식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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