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때만 키우다 버려진 축복이

칼럼 전문가에게 듣는 동물 이야기
새끼 때만 키우다 버려진 축복이
조회 2716   5달전
손서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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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일을 보기 위해 잠시 머물러 있던 나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아빠였다. 이웃집에서 개 한 마리만 우리 집에서 겨울을 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 집의 개집들은 모두 난방시설이 되어 있고 작은 개들은 실내생활과 바깥생활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어서 겨울을 따듯하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전화의 의미가 단지 겨울만을 여기서 보내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냥 우리 집에서 그 개를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아빠의 부탁인지라 나는 거절할 수 없었고 그렇게 우리 집은 또 한 마리의 식구가 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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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물이든 새끼 때는 다 귀엽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귀엽다고 했다는데, 사실 고슴도치의 새끼는 누가 봐도 정말 귀엽다. 강아지, 새끼 고양이, 아기 토끼 모두 생각만 해도 귀여운 존재들이다. 

 

털북숭이에 꼼지락거리는 호기심 많은 강아지를 보는 일은 신비롭고 절로 미소 지어지는 일이다. 흔히 새끼 강아지는 집안 식구들 모두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보물처럼 그들을 대한다. 하지만 이 강아지가 커서 성견이 되면 조금씩 대우가 달라진다. 점점 강아지 때의 귀여움을 잃어가는 말썽만 피우는 개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가 된다. 예전에는 애정 어린 존재였다면 이제는 책임과 의무만 남은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다 큰다고 해도 여전히 사람의 아기만큼이나 작고 연약하며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갑자기 냉혹해지고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개들은 이해하지 못한 채 찬밥 신세가 되거나 최악의 경우 집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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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도 그런 경우에 하나였다. 혼종견인 축복이는 분명 새끼 강아지였을 당시 굉장히 귀여운 녀석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예쁜데 어렸을 적에는 말해 무엇 할까 싶다. 애교도 많고 사람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 축복이는 어린 시절에는 사랑 받기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축복이가 커가면서 사랑스럽던 그 성격은 조금 성가시고 귀찮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집안에서 키우다가 갑자기 밖에서 살게 된 축복이는 추위에 너무 약했다. 그렇게 추위에 떨고 사람의 애정에 굶주린 채 지내던 축복이는 결국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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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는 윤이 나는 깔끔한 털을 가졌으며 까만 눈동자가 예쁜 아이이다. 조금 극성스러운 데가 있지만 원래 한창때는 에너지가 넘치기 마련이다. 반듯한 외모에 애교 많은 축복이는 또 한가지 사랑스러운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무엇인가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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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보다가 물건을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한걸음에 달려와서 다른 개들이 나의 물건에 손도 대지 못하도록 지킨다. 또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다른 개들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채소를 다듬어도 어김없이 지키고 앉아 있다. 밖에서 쑥을 캐기 위해 쑥바구니를 챙겨 들고 나가면 따라 나와서 내 옆에 놓여진 쑥바구니를 한사코 지킨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아무도 그런 일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역할이 그것이라도 된다는 듯이 언제나 성실이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혼종견에 시골 출신이지만 성격만은 어느 차도남 못지않다. 우리 집은 다견가정이라 개들끼리 투닥거리는 것이 일상이지만 유독 축복이 만큼은 서로 부대끼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한 번은 은복이와 다툰 적이 있었다. 그게 벌써 2년 전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용서를 해주지 않고 은복이가 다가오면 여지없이 으르렁거린다. 그런 성격이라 더욱 더 손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축복이 하나만 키우는 가정이었다면 더 행복하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괜시리 아무도 없을 때 온 마음을 다해 한 번 더 안아주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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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충직하고 까칠한 축복이는 우리 집에서 다시 보물처럼 값진 아이가 되었다. 나는 이제까지 강아지 때부터 키웠던 개가 단 한 마리도 없다. 모두 입양견이다 보니 성견이 되어버린 아이들만 내 품으로 찾아오곤 한다. 그래도 나는 한 번도 이들이 성가시거나 귀찮게 여겨지지 않는다. 내가 보지 못한 이들의 어린 시절도 물론 지금처럼 빛나는 존재들이었겠지만 지금도 나에게는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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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를 갖고 있는 아름다운 생명체이다. 이들이 가진 하나하나의 장점과 가치를 찾다 보면 분명 강아지 시절에 보여줄 수 없었던 또 다른 행복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부디 모든 개들이 한평생을 행복하고 사랑받으며 지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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