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는] 기타 집에는 친절한 동네 형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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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기타 집에는 친절한 동네 형이 산다
작성일2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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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집에는 친절한 동네 형이 산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보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더 큰, 오래된 공원을 이웃한 곳에서 동네 캣 형 용호 씨를 만났다. 서울의 가장 뜨거운 지역에서 바쁜 20대를 보냈던 그는 3년 전에 다소 이른 은퇴를 결심하고 기타 강습을 하며 본업인 작곡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너른 창과 그보다 더 넓게 트인 전망을 가진 가게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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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있었다

 

계약 후에 용호 씨는 빈 가게에 가서 혼자 앉아 있곤 했다. 바삐 오가던 사람과 차, 소음이 사라진 텅 빈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에게 필요한 치유의 시간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 풍경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몰랐다.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고양이 하나가 터덜터덜 걸어와서는 가게 앞 데크에 털썩 누웠다. 기타 집 앞은 아름드리나무와 한가로운 바람, 하늘에서 너그럽게 뿌려주는 햇볕이 가득했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따뜻한 평화, 고양이가 원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마치 용호 씨처럼 말이다. 일회적인 방문인가 했지만, 그 고양이는 그 후로도 종종 무심히 와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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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친구가 될래?

 

당시 15살짜리 노령견을 반려 중이었던 그에게 고양이는 신기한 존재였다. 친해지려 먼저 다가오거나 꼬리를 치지도 않았고, 딱히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문득 용호 씨는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어졌다. 근처 편의점에서 고양이 전용 캔 두어 개를 사서 가게에 두었다가 주곤 했다. 슬래쉬 라는 이름도 붙였다. 

 

가게가 문을 열고도 일상은 변화가 없었다. 바람과 햇볕이 기타 집의 가장 큰 단골이었고, 내놓은 고양이 밥에 꼬이는 파리와 고양이가 그다음이었다. 밥 때문인지 그 전부터 있던 볕과 바람, 평화 때문인지 슬래쉬는 용호 씨의 바람대로 그의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되면 으레 그러듯 여자 친구도 소개해주었고, 새끼가 태어나자 선도 보여주었다. 새끼들은 제 아빠의 선구안을 믿는 듯 기타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놀았다. 그렇게 용호 씨는 슬래쉬의 삶이 피어나고 열매 맺는 것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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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최강 고양이가 되어보지 않겠어?


슬래쉬와 가까워지면서, 용호 씨는 고양이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 그리고 길 위의 고양이가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저희들끼리 싸우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때때로 보이던 슬래쉬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슬래쉬를 이 동네에서 가장 강한 고양이로 민들겠다고. 일단 몸집부터 키우자는 생각으로 먹을거리에 신경을 썼다. 그런 용호 씨의 바람에 응답이라도 하듯, 여린 나뭇가지처럼 날씬했던 슬래쉬의 몸은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근육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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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동생들을 위한 요양소


몸이 건장해지고 얼마 후, 슬래쉬가 앞다리에 작은 상처를 달고 나타났다. 그리 위중해 보이지 않는, 작고 빨간 점 같은 상처였기에 처음에는 알아서 낫겠거니 했고, 좀처럼 낫지 않자 병원에서 약을 타서 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불길한 빨간 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길 위의 고양이는 그들의 삶이 있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두고 볼 수는 없어 병원으로 향했다. 

 

냉정한 불빛 아래에서 그 빨간 점의 정체가 드러났다. 앞발과 어깨까지 퍼진 심각한 염증이었고, 수의사는 다리 절단을 권했다. 슬래쉬를 그의 가족과 친구가 있는 길 위로 돌려보내주고 싶었던 용호 씨는 절단 대신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드는 염증 제거 수술을 택했다.

 

입원치료만 일주일, 퇴원 후에도 회복할 시간이 최소한 3주는 필요할 거라는 말에 슬래쉬를 위한 회복실을 만들게 되었다. 고양이를 위한 방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기라도 한 것처럼 길 위에서 살기 힘든 고양이들이 기타 집 앞으로 찾아왔다. 제 발로 들어와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아이, 누가 봐도 심각하게 아픈 몸으로 와서 “나 좀 받아줄 수 있겠소?”하고 문 앞에 앉아 처분만 기다리는 아이까지. 용호 씨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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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고양이 사이에서


가게가 고양이의 핫 플레이스가 되자, 자연히 주변 사람들의 불만이 싹텄다. 고양이 밥에 모이는 파리와 그 냄새, 날리는 털, 저희들끼리 다투느라 내는 소음, 그리고 기물 훼손. 이웃 아저씨의 소중한 검정색 외제차 보닛 위에서 자느라 흠집을 내고, 그분이 아끼는 오토바이 안장을 스크래쳐 대신 쓰기도 했다. 아저씨는 당장 밥을 주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지만, 용호 씨는 이불을 구해와 아저씨의 소중한 존재들을 덮어 보호했다. 그 후로도 누군가는 고양이 때문에 계속 손해나 피해를 보았다. 그럴 때면 용호 씨는 고양이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 때로는 허리를 굽혔고, 때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 틈바구니에서 슬래쉬를 위해 열어 7마리까지 수용했던 ‘아는 고양이들을 위한 요양소’는 문을 닫았고, 마지막까지 남았던 고양이 셋을 그의 집으로 들였다. 2년 남짓을 버틴 후였다. 같은 건물에 음식점이 생긴 까닭이다. 몇 시간에 걸쳐 청소를 해도 난다는 이상한 냄새에 대한 이웃의 불만을 용호 씨는 받아들인다. 그들도 길고양이처럼 이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길고양이 이웃을 포기할 마음이 없기에, 사람 이웃이 좀 더 구체적으로 불만 사항을 이야기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고 타협할 수 있는 것은 타협하고 싶어서다. 

 

지금도 드문드문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가 4마리 정도 있다. 그리고 고양이 밥 때문에 파리가 꼬인다며 밥을 주지 말라는 건물주이자 음식 장사를 하는 이웃이 있다. 또 알겠다며 그때마다 버리기 위해 밥그릇을 1회용으로 바꾸었다고 웃는 용호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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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삶을 살자

 

용호 씨는 자신의 단점으로 모질지 못한 마음을 꼽는다. 그 결과로 그의 집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셋, 고양이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 지인 한 줌이 생겼다. 또 그 대가로 싸움꾼이라는 동네 명성과 아직도 갚고 있는 병원 빚, 기타 집 앞 공터에 잠든 채 누워 있는 여덟 마리의 고양이가 남았다. 누군가는 그가 2년여 동안 해온 일을 별것 아니라고 할지도 모른다. 대단한 구조자도 오랜 쉼터 운영자도 아니니. 그런 세간의 이야기야 어떻든, 용호 씨는 기타 집에서 이제까지 그래왔듯 때로는 허리를 굽히고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며 찾아오는 고양이들의 동네 형으로 살아갈 것이다. 

 

 

CREDIT
김바다 (작가 |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 
사진 송용호, 기타 집 (https://www.instagram.com/guitar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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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거북이  
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네요. 누구보다 냥이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심을 느꼈어요. 항상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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