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는] 누가 이 고양이를 모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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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누가 이 고양이를 모르시나요?
작성일2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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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고양이를 모르시나요? 


다섯 명의 여자가 전단지와 물, 사료, 간식캔, 채집망을 들고 낯선 아파트 단지를 걸었다. 초기에는 순찰차가 한 번 아파트를 돌고 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네거나 안부를 묻는 주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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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눈도 다 못 뜬 생후 일주일 된 고양이가 임시보호자의 집에 도착했다.

 

 

고난의 끝, 긴 불안의 시작


보호소나 길에서 고양이를 구조하는 일은 발견, 구조 결심, 병원 이동, 치료, 치료비 수납, 임시보호, 입양처 물색, 입양자 심사, 입양처 이동으로 이루어진다. 이 긴 과정은 마음과 육체, 통장을 갉아먹는다. 그래도 활동가들은 차라리 이때가 속 편하다고 말한다. 진짜 불안은 입양을 보내고 난 뒤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양이 입양 심사는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를 요구할 뿐 아니라 중성화나 예방접종, 방묘창, 실외 반려나 외출 불가 같은 조건 제시하며 계약서를 작성하고 가정 방문까지 한다. 이런 심사를 거쳐 반려인을 찾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그것은 며칠, 혹은 몇 달, 몇 년 후에 갑자기 “더 이상 키울 수 없을 것 같아요.”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돌아온 고양이 감당은 오롯이 활동가와 그 가족 몫으로 남는다. 차라리 이른 파양은 축복이다. 수일 안의 재합사라면 그저 짧은 외출 정도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수개월 이상이 흐른 후라면, 돌아온 고양이는 사방을 경계하고 사나워지며 제 원래 반려인을 온 몸과 정신으로 갈구한다. 울고 털을 세우고 식사와 물을 거부하기도 한다. 기존 고양이 역시 딱하긴 마찬가지다. 갑작스런 영역 침입자에 스트레스 받아 배변배뇨 실수, 식수나 식사 거부, 울음, 공격성, 급기야 병원 신세까지. 그 난관을 거치며 새로 입양 가족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감사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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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와서 메이라 불렀던, 구조자가 입양할 예정이라 잘 돌보는 것만 생각했던 아이

 

 

 

파양 연락이 고맙더라구요


다섯 여자는 그 날 밤 4킬로미터를 넘게 걸었다. 함께 걷기도 흩어졌다 다시 한 군데서 모이기도 한 그들의 팔다리는 벌레에 물려 울긋불긋해졌지만 수확은 없었다. 처음 실종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인근 과수원과 산, 수풀과 자재더미, 계단 밑과 주차장까지 훑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도 찾던 고양이는 만나지 못했다.

 

그 후로도 현장을 쭉 찾고 있지만, 토박이 고양이 몇을 만났을 뿐이다. 게다가 실종 고양이는 이제 갓 100일을 넘은 어린 것이었다. 겁이 많아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지도 못하는 새침하고 수줍은 아깽이. 건사료 넘기는 걸 힘들어해 불려서 먹여가며 키운 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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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를 붙이고 풀과 나무 사이를 걷는 일의 반복이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은 입양자이자 구조자였다. 태어난 지 일주일 된 고양이를 발견했다며 병원에 데려와 수유만 해준다면 자기가 데려가 키우겠다고 했던 남자. 병원을 통해 소식을 들은 활동가는 선뜻 그 손을 잡았다. 5월에 만나서 ‘메이’라고 불렀던 그 고양이는 활동가의 집에서 2개월 13일을 살다 구조자이자 입양자의 집으로 이동했다. 평소라면 상담과 심사, 계약서를 챙겼겠지만, 메이의 구조자였기에 모든 것을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구조한 사람인데…’하는 믿음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동 첫날, 가족 중 하나에게 알러지 반응이 생겼다는 연락이 왔다. 공간을 분리하고 상황을 보라 조언했고, 1주일쯤 지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지인에게 메이를 보내려 한다고 했다. 

 

평소라면 그날 바로 다시 데리고 왔겠지만,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 구조자였고, 같은 병원으로 2차 접종을 올 예정이었던지라 마음을 놓았던 것이 패착이었다. 병원에 확인해보니, 접종 예정일에 메이가 내원하지 않았다. 확인 연락을 하니 바빴다며 곧 갈 거라 했지만, 그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불안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다시 연락하자 이미 재입양을 보낸 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구조자 입양이 아닌 재입양이니 입양계약서와 가정방문은 당연히 필요했다. 입양자는 가정방문과 계약서 작성을 통해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확인받고 수정할 수 있다. 방묘창, 방묘문, 화장실 위치, 위험물 확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구조자는 “제 고양이 아닌가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은 활동가에게는 마침표나 마찬가지다. “문제가 생겼다”라는 뜻이다.

 

활동가가 강하게 재입양처 방문을 주장하자, 구조자는 병원에까지 전화해서 항의했다. 다행스럽게도 병원은 활동가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말해주었다. 계약서와 가정방문은 꼭 필요한 절차라고 말이다. 구조자와 재입양자가 사생활보호에 민감한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진실은 늘 그렇듯 좀 더 잔인했다. 구조자의 집으로 이동한 후, 메이는 많이 울었던 모양이었다. 구조자는 메이가 너무 울어서 이틀이 지났을 때쯤, 목줄도 없이 메이를 어깨에 얹고 밖으로 나갔는데, 갑자기 뛰어내려 달려가 버렸다고 했다. 그게 끝이었다. 20여일 만에 들은 진실, 지독히 허무하고 까마득한 길의 입구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 이야기를 끝으로 구조자는 입을 닫은 채, 자신의 집 지근에 있는 실종 장소에 다시 나와 보지도, 전단지를 붙이는 걸 돕지도, 활동가들을 불안과 의심 섞인 눈으로 보는 경비실이나 관리실에 협조 요청을 하지도 않았다. 메이를 찾는 일은 선의로 손을 내밀었던 활동가의 몫으로 남았다. 

 

얼마 전 2년 만에 파양하겠다는 소식을 받고 데려와 무척 힘들어 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데도 수색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파양 연락을 해준 게 고맙더라고요. 제 애는 그래도 눈앞에 있잖아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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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공원에 유기된 어린 고양이를 구조해 가족을 찾아준 지 2년. 여전히 사람과 고양이 모두 좋아하지만 어른 고양이는 조금 힘들어한다. 관심과 사랑을 듬뿍 주며 누누의 상처를 돌봐줄 반려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는 사람만 가는 길, 당신도 함께 해주길 바라는 길 


활동가라고 보통의 우리네처럼 개인사가 없을 리 없다. 가족 대소사, 집안일, 직장일, 자신의 건강, 거기에 고양이까지.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붙이고 SNS에 퍼트린 후, 그 고양이를 봤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 대부분 전단지를 많이 붙인 실종지역 인근이지만, 10킬로미터를 달려가야 하는 활동가가 새벽길을 나선다. 때로는 가족에게서 싫은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그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그들 역시 이 아득한 절망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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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에 난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각 동 사이로 또 한 바퀴, 잠시 앉아서 주변을 돌아보며 고양이의 흔적을 훑는다. 혹시라도 동네 고양이가 보이면 “우리 오월이 좀 데리고 와.”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너무 넓네요.”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아파트 단지와 원래는 돈다는 이웃 단지, 그 사이의 상가까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로 수색은 막연하고 답답했다. 한 번 돌았을 뿐이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 금세 떠올랐다. 어린 데다 성격도 위장도 예민하고 길 위에서 사는 법을 배운 적도 없는 어린 것이 온통 낯설기만 한 곳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을까? 누구라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그 질문에 활동가들은 각오하고 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각오는 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안고 누군가 떼어버린 자리에 다시 전단지를 붙이고, 새벽에 울리는 전화에 뛰어나가며, 사료와 물, 간식캔을 들고 낯선 동네를 걷는다. 구조한 고양이를 스스로 다 책임졌다면, 입양을 결심한 뒤 습성을 공부하고 평생 함께 하는 반려인의 책임을 다했더라면, 혹시라도 헤어졌을 때 자신의 가족을 끝까지 찾는 책임을 다했더라면, 싫은 소리를 들을지라도 임보자에게 약속한 실종 고지의 책임을 다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누군가 감당했어야 마땅한 책임이 빠져버린 그 공허하고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그 길을 이제까지 고되게 걸어왔던 이들이 또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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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혹은 오월이라 불리는 어린 고양이를 찾는 전단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버리지 마세요, 키우기 힘들어지면 돌려주세요, 평생 함께 해주세요. 그러나 너무도 지켜지지 않는 이야기. 단단했던 약속이 헐거워지고, 있을 줄 알았던 책임감이 텅비어버린 그 자리에 “소중한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햇빛에 바래고 비에 젖으면서도 안간힘으로 버티며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이들이 조금 더 버틸 수 있도록 누군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길…. 그들이 누군가의 손을 잡았듯이. 

 

 

실종 고양이 제보, 누누 입양 문의_https://cafe.naver.com/haengo



CREDIT

김바다 (작가 |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 

사진 행복한고양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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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거북이  
우리 오월이 꼭 돌아오리라 믿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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