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자의 일상여행기 #006

칼럼 전문가에게 듣는 동물 이야기
칼럼  l   고양이 여행자의 일상여행기 #006
조회 1142   2015-03-16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웃음을 선사하는 돌고양이 그림

 

 

해외로 고양이 여행을 떠날 때면 그 나라에서 탄생한 고양이 캐릭터를 찾아보곤 한다. 캐릭터에는 그 나라 사람들이 바라보는 고양이의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 긍정적인 이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에 묘사된 고양이의 긍정적 이미지에서 공통점을 추출해낼 수 있다면, 고양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희석시킬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이라 모으는 이유도 있지만, 캐릭터 탐방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일본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고양이 캐릭터로 헬로키티가 있다면, 타이완에는 헨리캣츠(Henrycats)가 있다. 애니메이터에서 순수예술가로 전향한 헨리 리(Henry Lee)가 창안한 브랜드인데, 조약돌에 그린 고양이 그림을 모티브로 삼아 캐릭터를 만든 모습이라 고양이들 모습도 하나같이 동글동글한 조약돌에 그려진 듯한 모습이다.

 

헨리 리는 한때 타이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왕 필름프로덕션에서 예술감독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가 몸담은 회사는 <인어공주>나 <알라딘> 등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배경 디자인을 제작할 만큼 제법 규모가 컸다. 하지만 그에게는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의 배경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창작욕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조약돌에 그림을 그렸다. 흔히 ‘스톤 아트’라고 불리는, 돌멩이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둥글납작한 조약돌을 들여다보노라면 그 속에서 몸을 둥그렇게 만 고양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돌을 쪼아 그 속에 숨은 인간의 형상을 해방시키고자 했던 미켈란젤로처럼, 헨리 리는 붓을 들어 조약돌에 고양이 그림을 그렸다.

 

개인적인 창작 활동에 머물 수도 있었던 돌고양이 그림이 대중성을 지닌 캐릭터로 확장된 건 한 독일인 친구와의 인연 덕분이었다. 헨리 리가 직접 그려준 돌 고양이 두 마리를 선물받은 독일 애니메이터 친구가 정성 담긴 선물에 감동하자, 힘을 얻어 본격적으로 캐릭터화 사업에 착수하게 됐다고. 오랜 애니메이터 생활에서 우러난 고양이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헨리캣츠의 전매특허가 됐다. 고양이의 모습을 정밀하게 묘사하기만 했다면 여느 스톤 아트 작가들의 작품과 차별성을 얻지 못했겠지만, 사실적인 묘사에 만화처럼 과장된 표정이 어우러지면서 헨리캣츠 캐릭터는 타이완 애묘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그가 그린 고양이들은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처럼 저마다 개성 있는 설정과 이름이 있어 수집욕을 불러일으킨다. 
  
원형 프레임 안에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야 한다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익살스러운 표정이 인기를 얻으면서 헨리캣츠의 고양이 캐릭터는 해외에도 진출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내가 헨리캣츠를 처음 접한 것도 타이완에서가 아니라 스웨덴 고양이 여행 중에 들렀던 스톡홀름의 고양이 아트숍에서였으니, 유럽에까지 퍼진 헨리캣츠의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타이베이 시내에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펀에는 헨리캣츠 매장이 세 곳이나 있을 만큼 타이완 여행의 특별한 기념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 헨리캣츠의 고양이 캐릭터를 봤을 땐 ‘표정이 너무 과장된 거 아니야?’ 하고 약간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만화 속 주인공처럼 커다란 눈망울에 사람처럼 씨익 웃는 고양이가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녀석들의 얼굴을 자꾸만 보다 보니, 왜 이 캐릭터가 사랑받는지 알 것 같다. 때론 순진한 얼굴로, 때론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사람 마음을 홀리는 고양이의 모습이 잘 표현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얼굴을 보며 나도 함께 웃게 되기 때문이다. 웃을 일이 점점 줄어드는 세상에서 피식 하고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순간. 그게 헨리 리의 돌고양이 그림이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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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리 매장 앞에서 만난 길고양이. 하품하는 모습이지만 활짝 웃는 듯해 귀엽다.​

 

 

글·사진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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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사진과 글로 전하면서 출판, 전시, 강연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블로그 ‘길고양이 통신’(catstory.kr)에서 다양한 지역의 고양이 여행기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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