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꿈꾸는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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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꿈꾸는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조회 1306   2년전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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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자의 일상여행기                      

#007 복합문화공간 꿈꾸는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타이완의 타이베이나 카오슝, 타이중은 한국에도 직항편이 개설되어 방문이 수월해졌지만, 다른 내륙 도시의 경우 접근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전철이 개설된 대도시에서는 노선도만 잘 보면 어렵지 않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지만, 작은 도시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바가지요금을 감수하고 택시를 타거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버스를 타거나 할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타이동의 수수 게스트하우스였다.

 

여행을 사랑하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주인장 수수가 운영하는 이 게스트하우스에는 헌책방, 카페, 아트숍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하고 머릿속에 그렸던 풍경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못 견디게 가보고 싶었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시골 마을은 아니지만 소도시라 전철이 없고 기차역과도 제법 떨어져 있어 접근성으로 따지면 중상급 이상의 난이도가 있다는 점. 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왕복하기엔 너무 변수가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려 결국 택시를 탔다. 타이완 고양이 여행의 유일한 현지 가이드였던 구글맵을 켜고서. 다행히 택시기사 아저씨는 최단 경로로 달려주었고, 어렵지 않게 주택가 한가운데 숨어 있던 수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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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과 게스트하우스, 아트숍을 겸한 수수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수수의 품에 안긴 어린 고양이를, 더블이 기웃거리며 구경하고 있다.  ​

 

 

멀리 한국에서, 그것도 오직 이곳을 보기 위해 타이동을 찾아왔다고 하니 수수는 무척 감격하는 눈치였다. 침대방부터 단체 여행객이 묵을 수 있는 옥탑방까지 게스트하우스 곳곳을 보여주고, 길에서 구조해 집고양이로 키운다는 얼룩고양이 더블도 소개해줬다. 녀석이 더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유래가 재미있다. 처음에 구조했을 때는 아주 작고 가벼운 고양이였는데, 금방 건강을 회복해 몸무게가 두 배로 늘어나는 바람에 이름을 더블로 지었단다. 더블은 이제 게스트하우스의 지킴이로 맹활약 중이다. 가끔 수수가 구조해온 신참 길고양이들을 기웃기웃 구경하고 참견하면서.

 

수수 역시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자로 살다가 게스트하우스를 열게 된 사람이었다. 헌책방과 겸하다 보니 한때는 숙박비를 헌책으로 받은 적도 있다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주인장답게 수수는 고양이 작가들과도 인연이 많았다. 타이베이와 허우퉁에서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매년 세계 고양이 작품전을 여는 화가 페페 시마다의 원화가 붙어 있고, 아트숍에서는 카오슝에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면서 길고양이 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리진룬의 TNR 고양이 노트도 판매 중이었다. 타이완의 고양이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수수의 게스트하우스에 하룻밤 묵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숙박하면서 타이동 길고양이 이야기도 듣고, 다양한 고양이 아트상품까지 구입할 수 있을 테니까. 
 
아쉽지만 카오슝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혹시 콜택시를 불러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기차역까지 태워주겠다며 수수가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고양이 여행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타이동 시내 한복판을 달리게 될 줄이야. 수수는 기차역에 나를 내려주더니 도시락을 사주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도시락이 매진됐다는 소리에 아쉬운 얼굴로 타이동 특산품인 고구마 과자를 굳이 사서 안겨주던 수수.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큰언니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언젠가 여행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연인을 만나게 되면, 그때는 수수의 게스트하우스에 함께 찾아가 인사드리고 싶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수수가 더 큰 웃음으로 우릴 반겨주리라.

 

 

CREDIT

글·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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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사진과 글로 전하면서 출판, 전시, 강연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블로그 ‘길고양이 통신’(catstory.kr)에서 다양한 지역의 고양이 여행기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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