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얼마 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주던 두 명의 캣맘이 돌에 맞고, 그중 한 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며칠 후 경찰은 초등학생들이 벽돌 낙하 실험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보면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이 마치 갈등의 원인인 것처럼 표현하며, <캣맘 VS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 간의 갈등/대결 구도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캣맘은 갈등의 원인 제공자일까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동이 잘못된 것일까요? 그리고 과연 길고양이는 우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정답은 모두 “그렇지 않다”입니다.
길고양이는 ‘주택 또는 도심지에서 자발적으로 번식하여 자생하는 고양이’를 뜻하며, 구조하고 보호해야 하는 유기동물과 다릅니다.
캣맘 또는 캣대디는 길냥이들을 돌보고 밥을 챙겨주는 분들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누구도 이들에게 밥을 주라고 시킨 적이 없습니다.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는 일이 진정으로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밥을 주는 일종의 ‘자원봉사자’입니다. 이런 분들을 마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 제공자’인 것처럼 표현하는 일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렇다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동이 어떻게 길고양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길고양이들이 일으키는 문제점은 크게
1. 소음(발정 소리, 영역 다툼 소리) 2. 배설물 3. 쓰레기통 및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 등 3가지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의 개체 수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TNR입니다. TNR은 포획(Trap)-중성화(Neuter)-방사(Return)의 약자로 많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길고양이 관리 방법입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서도 점차 TNR사업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TNR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길고양이들을 잘 포획해야 합니다. 이때 캣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캣맘들이 특정 공간에 사료를 주게 되면 자연스레 그 공간으로 길고양이들이 모이게 되고 포획이 쉬워집니다. 즉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TNR사업에서 캣맘들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중성화된 길고양이들은 발정이 오지 않기 때문에, 중성화된 길고양이들이 늘어날수록 소음에 대한 피해도 자연히 줄어듭니다.
또한 캣맘들은 단순히 먹이만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길냥이들의 배설물까지 치우는 경우가 많으며, 길고양이 역시 캣맘들이 준 사료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쓰레기봉투를 뜯지 않게 되어 민원이 줄어들게 됩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문제점 3가지를 사실상 캣맘들이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길고양이 역시 해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한 마리의 길고양이가 하루에 2~3마리의 쥐를 잡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이 아는 것처럼 쥐는 유행성출혈열, 페스트, 렙토스피라 등 다양한 질병의 직/간접적 원인이 됩니다. 즉, 사람에게 올 수 있는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길고양이가 한몫을 하고 있는 거죠. 실제 한 지역에서 길고양이를 다 잡아 없앤 뒤, 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후회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서울시 강동구는 2013년부터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시작하여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 내에 각 관공서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사료 회사가 사료를 후원하고 캣맘들은 지정된 급식소에 사료를 놓아줍니다. 길냥이들은 자연스레 관공서에 설치된 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길냥이와 관련된 민원이 줄어들고, TNR사업의 성과도 점차 높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28개로 시작한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는 현재 60개로 늘어났습니다. 지자체도 좋고, 사료 회사도 좋고, 캣맘도 좋고, 일반 주민들도 만족하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길고양이=도둑고양이’, ‘고양이=요물’ 등 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많았습니다. 이런 선입견이 캣맘에 대한 분노와 갈등으로 이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살펴본 것처럼 길고양이와 캣맘은 나쁜 존재가 아닙니다. 선입견과 오해를 풀고 길고양이들과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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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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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
소통하는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의 발행인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사회 인식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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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3개
캣맘 노릇 5년째 현재 집에 있는 아이도 길거리캐스팅입니다. 한데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은 이유가 없어요. 그냥 싫다고, 보기도 싫고 듣기도 싫다고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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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길고양이에게 매일 밤 밥을 줍니다..저 말고도 몇분 계시는데..물론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그래도 덕분에 쓰레기를 뒤지는 상황도 밤중에 우는 상황도 현저히 줄었어요..저는 저희들이 피해를 준다는 생각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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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주 먹을걸 주니까 이제 도망가진 않음...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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