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돌고래 마을의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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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443   2017-01-04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고양이 여행자의 일상여행기

#32 분홍돌고래 마을의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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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란터우 섬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좌불상’이라는 포린 사의 천단대불로 유명하다. 1993년 완공한 불상은 높이 34미터, 무게 250톤에 달한다. 홍콩국제공항이 란터우 섬에 있기 때문에 관광객은 대개 옹핑 케이블카를 타고 천단대불을 구경한 다음 홍콩 시내로 들어간다.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란터우 섬의 또 다른 명소인 타이오 마을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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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돌고래로 유명한 타이오 마을의 지역적 특색을 살린 고양이 카페의 벽화. 

 

 

옛 홍콩의 분위기를 간직한 수상가옥이 있는 타이오 마을은 분홍돌고래가 출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25홍콩달러를 내면 작은 보트를 타고 약 25분간 돌고래 투어를 할 수 있다. 다른 여행자는 이곳을 분홍돌고래 섬으로 기억하겠지만, 홍콩의 고양이 섬을 돌아볼 목적으로 찾아간 내 눈에 밟히는 건 온통 고양이뿐이었다.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고, 못 만나도 분홍돌고래를 보러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타이오 마을에서는 정말 많은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고양이만 찾아가는 세계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2007년 무렵에는 그날그날 갈 곳의 이동 경로와 지도까지 꼼꼼히 출력해가야 안심이 됐다. 모르는 곳에서 혼자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 길을 잃었을 때의 시간 낭비나 체력 소모도 싫었다. 하지만 여행이 반복될수록 촘촘한 계획을 짜는 일이 드물어졌다. 물론 큰 틀은 짜 두지만, 예전에 비하면 무계획 여행에 가까운 수준이다. 반면 고양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가 뜻밖의 만남을 경험하는 일이 늘었다. 고양이가 데려다준 길 끝에는 또 다른 고양이가 있거나, 혹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타이오 마을에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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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카페 입구. 통통 튀는 걸음걸이로 무지개다리를 앞서 건너는 천사 고양이들이 귀여우면서도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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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손님들이 찾아온다.

 

 

마을에는 특별한 고양이 카페가 있다. 시장통을 누비는 길고양이를 따라가다 발견한 곳이었다. 카페라지만 큰 규모는 아니고 원룸 정도의 아담한 공간에 탁자며 캣타워를 알뜰살뜰 비치해 놓았다. 분홍돌고래 마을답게 카페 안에는 고양이와 분홍돌고래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그림이 곳곳에 있다. 뜻밖에 한국의 <구름빵> 그림책 속 캐릭터인 고양이 인형이 떡하니 카페에 앉아 있기에 한국인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반가웠다. 

 

귀여운 공간 이미지 때문에 처음에는 ‘고양이 팬시상품을 함께 파는 가게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주인장은 타이오 마을 내의 길고양이를 돌보며 TNR 활동도 꾸준히 하는 길고양이 보호 활동가였다. 카페 운영 수익금과 고양이 예술가들의 아트상품, 길고양이 사진 등을 판매한 수입으로 마을 내의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었다. 타이오 마을 길고양이 지도까지 제작해 엽서와 미니 포스터로 만들었는데, 그림 지도여서 중국어를 몰라도 누구나 길고양이 출몰 장소를 찾아가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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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길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후원 그림. 고양이마다 스토리를 부여해 실제 그 고양이를 후원하는 듯한 마음이 들게 한다.

 

 

고양이 섬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준 주인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후원 판매 중인 고양이 그림을 한 점 샀다. 섬 내의 길고양이를 의인화해 모델로 등장시킨 그림인데, 길고양이 이름과 정보가 적혀 있어서 뭔가 실제로 그 고양이를 후원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후원 상품을 접할 때 고양이에 대한 스토리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느낌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양이 여행을 하는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개발해 판매하는 길고양이 후원 상품을 접해 보니, 한국 길고양이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도 참고가 되었다. 적은 돈이지만 내가 구입한 그림 값이 타이오 마을 길고양이에게도 혜택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카페를 나섰다. 

 

길고양이 지도는 그리 넓지 않은 타이오 마을을 돌아보는 내내 적잖은 도움이 됐다. 다음 일정을 고려하면 슬슬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야 하건만, 골목 곳곳에서 발라당 발라당 몸을 뒤집으며 애교 부리는 고양이들이 어찌나 내 발목을 잡던지. 고양이 간식 주머니는 탈탈 털려 몸은 가벼워졌으나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도 함께 발라당 드러누워 놀고만 싶었다. 아쉬움은 섬 고양이 곁에 내려두고, 사진으로나마 그 기억을 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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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그런데 간식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던 고양이. 이러니 주머니를 탈탈 털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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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삐 걸어가는 고양이를 뒤따라가다 보면 뜻밖의 장소로 인도될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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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한 구석에 길고양이 밥집이 있다. 동네 아주머니가 갖다준 생선 요리를 배불리 먹고 떠나는 길고양이 삼형제.

 

 

CREDIT

글·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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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사진과 글로 전하면서 출판, 전시, 강연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블로그 ‘길고양이 통신’(catstory.kr)에서 다양한 지역의 고양이 여행기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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