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우표 이야기 | ① 봄에 태어나 여름에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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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우표 이야기 | ① 봄에 태어나 여름에 떠나다
작성일1년전

본문

 

구사일생 

길고양이 우표 이야기 

봄에 태어나 여름에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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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우표는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삶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매달 제작합니다. 선택하지 않았지만 피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살아내고,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의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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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우표는 늦봄 어느 빌라 주차장에서 태어나 여름에 떠난 아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엄마 삼색이는 원룸 주차장 구석에 있는 밥자리 근처에서 아이 넷을 낳았다. 엄마 삼색이가 태어날 때부터 있던 밥자리였으니 여기보다 더 나은 곳은 없었을 것이다. 먹을 걱정이 없고 괴롭히는 사람도 없었던 엄마 삼색이는 사람들을 피하지 않았다. 당연히 새끼들도 사람들이 다가오면 엄마 등 뒤에 숨어서 바라볼 뿐 특별히 경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새끼 중에서 둘이 사라졌다. 아마도 엄마가 몸이 약했던 아이 둘을 다른 아이들을 위해 도태시킨 것 같았다. 남은 아이 두 마리 중 한 아이의 얼굴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상처가 난 아이를 엄마가 끊임없이 핥아주었다. 핥아주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었지만 그래도 아이의 상처는 조금씩 나아졌다. 이제 엄마 곁에는 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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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럽게 더웠던 지난 7월 여름 어느 날. 밥자리가 치워졌다. 빌라 주차장이 더럽다는 민원이 있다는 경고문이 붙었고, 더 이상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밥자리가 치워졌지만 엄마와 아이들은 떠날 수가 없었다. 왜? 집이었으니까. 삼색이 엄마와 아이들은 기다렸다. 오지 않는 밥을. 그러다가 엄마가 먼저 빌라를 떠났고 아이들은 남았다. 아이 둘은 계속해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밖에 달리 할 것이 없었다. 주차장은 밥자리만 치워졌을 뿐 깨끗해지진 않았다. 밥자리가 있던 곳에는 고양이 사료 대신 사람들이 버리는 작은 쓰레기들이 굴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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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밥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 눈빛에 살짝 경계심이 보였다. 다행히 나를 비롯해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생겼지만 태어나서 자랐던 주차장은 떠나야만 했다. 거처를 근처 놀이터 안쪽 숲으로 옮긴 아이들의 눈빛은 경계심으로 가득 차 버렸다. 집을 빼앗긴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다가 더위가 한창이던 8월 중순. 늘 기다리던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아이가 별이 되었다는 소식을 밥 주는 아주머니에게 전해 들었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뭘 잘못 먹어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고 한다. 그저 잠자는 것처럼 풀숲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남은 아이 하나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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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자리를 치우니, 아이들은 엄마에게 외면당해 서둘러 집에서 떠나야만 했다. 빌라 주차장은 여전히 더럽고 지저분하다. 밥자리와는 아무 상관없이 쓰레기 관리와 청소를 하지 않으면 더럽고 지저분할 수밖에 없다. 결코 고양이 때문이 아니다. 호의는 베풀 때는 신중해야 하지만 한번 시작한 호의는 함부로 거둬들이면 안 된다. 호의가 지속되면 그것은 그들의 삶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빛이 그걸 이야기하고 있다. 늦은 봄볕 아래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결국 낙엽을 밟아 보지 못하고 모두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CREDIT

글 사진 김하연 | 사진 작가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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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3
chopin123  
ㅠㅠ 우표야....진짜 천국가라♥♥ 꼭 꼭 다음생에는 인간으로 행복히 태어나거라 ㅎㅎ 댓 하나 꼭 달아주려구 회원가입했다♥♥♥♥ㅎㅎㅎ~좋당
답글 0
재미와줄리  
미안하다
답글 0
여니거니  
다음생에는 꼭 오래오래 살다가라.. 우리집으로 와라..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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