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의 미라 고양이

칼럼
루브르 박물관의 미라 고양이
조회 2502   2달전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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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자의 일상여행기                                  

#033 루브르 박물관의 미라 고양이

 

야생 고양이가 인간 곁으로 다가와 집고양이로 길들여져 살기 시작한 것은 약 1만 년 전부터라고 한다. 반려동물로서의 고양이가 기록으로 남은 것 중 가장 오래된 장소도 3,500여 년 전 이집트라고 하니, 집고양이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행에는 이집트가 제격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집트의 현대 고양이보다 먼 옛날 집고양이들의 조상인 이집트 고양이들의 삶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프랑스 고양이 여행 중에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것도 이집트의 고양이 유물을 비교적 수월하게 접할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집트관에 잠들어 있는 고양이 미라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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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동물 미라 중 고양이 미라만을 한쪽에 모아 놓은 전시실. 관람객의 발길도 이곳 앞에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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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 박물관 이집트관의 고양이 조각상. 일렬로 선 모습이 밥 차례를 기다리는 것 같아 귀엽다.​​

 

 

검은 고양이의 얼굴을 한 이집트 여신 바스테트를 보아도 알 수 있듯, 고양이는 이집트인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성한 동물이었다. 반려 고양이가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 묻어주기도 했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죽었을 때 함께 무덤에 매장되기도 했다. 무덤 주인의 사망 시기에 맞춰서 그 많은 고양이들이 자연사를 하지는 않았을 테니, 먼 옛날 한국에서도 그랬듯 순장 형식으로 죽음을 맞았을 테다. 

 

현대인의 관점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동물 학대지만 당시 고양이 미라를 만들었던 이집트 사람들의 관점은 달랐다. 그들은 육신이 사라지지 않게 미라로 만들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고, 저세상에서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저승 가는 길에 혼자 외롭지 말자고 고양이까지 데려가느냐고, 그건 지나친 인간의 이기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고양이에게 영원한 삶을 주고 싶었고 그게 가능할 거라 믿었던 이집트인의 마음도 한편으론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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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미라는 얼굴 형상을 가능한 한 살리고, 나머지 부분은 길쭉하게 마무리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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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천 년 전의 고양이들도 앞발 고이 모은 자세는 현대 고양이들과 다를 바 없다.  ​

 

이집트 고양이 미라의 형태는 대부분 끝이 동그란 원기둥 모양이다. 미라에 따라 고양이 얼굴 모양을 간략히 그려 넣거나 몸의 윤곽을 살린 것도 있지만, 대개 얼굴만 성냥개비처럼 남기고 나머지 몸은 한 덩어리가 되도록 천으로 둘둘 말아 길쭉하게 감싸놓은 형상이 적지 않다. 가끔 쫑긋한 귀가 보이는 미라도 있는데, 심미적인 부분을 고려해 귀 모양을 만들어 넣은 듯하다.

 

루브르 박물관의 고양이 미라 중에서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이마에 딱정벌레 그림을 그린 고양이였다. 미라의 이마에 그린 딱정벌레는 영생과 환생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이 문양은 고양이 미라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여느 고양이 미라는 갈색으로 탈색된 천에 둘둘 말린 기둥처럼 만들어져 생전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 미라는 네 발로 선 고양이의 자세와 뼈대를 그대로 살렸다. 하얗게 칠한 얼굴에는 동공이 가느다란 눈과 삼각형 코, 그리고 양 볼의 수염까지 정성껏 그려 넣었다. 생생한 얼굴 표정은 고대 이집트 시대의 유물 같지 않아서 금세라도 야옹, 하고 울며 내게 머리를 비벼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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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과 환생을 상징하는 딱정벌레 그림을 이마에 담은 고양이 미라. 이 미라를 만들었을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고양이 미라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슬픈 분장을 한 어릿광대가 떠올랐다. 유한한 인간 존재를 초월해 영원한 삶을 지향했던 이집트인들의 뜻이 어떠했든, 인간의 무덤에 묻히기 위해 생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양이의 비애는 존재한다. 고양이 미라의 모습에서 애잔함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가 되어 육신이 썩지 않는 것을 영원히 산다고 보았는지 몰라도, 죽은 뒤에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무덤 밖으로 끌려나와 영원히 관람 대상이 된다는 건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 옛날 이집트 사람들은 그들이 지향했던 ‘영원한 삶’이 이런 방식으로 실현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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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신성한 동물 중 하나였다. 여신 바스테트의 모습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집 고양이 스밀라와 함께 산 지 10년이 넘다 보니, 언제가 될지 모를 작별을 미리 상상하고 준비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스밀라가 내 곁에 존재하지 않게 되고, 스밀라가 없는 시간을 오랫동안 견뎌야 할 것을 생각하면 먹먹해진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기지만, 내가 안고 쓰다듬을 수 있는 진짜 고양이는 아니다. 올 여름 스밀라의 더위나기를 위해 배털을 잘라주면서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양털로 스밀라를 고양이 인형으로 만들 때 살짝 섞어 넣을 생각이다. 

 

얼마 전 한 뉴스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박제해 드론으로 만든 사람의 기사를 보았다. 그의 입장에선 죽은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일지 모르지만, 드론이 되어 하늘을 나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려니 끔찍했다. 고양이가 남긴 육신의 껍질만 갖고 있다 해서 영원한 삶을 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것. 고양이에게 불가능한 영원한 삶을 주려 애쓰는 것보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그게 더 행복한 일이 아닐까. 루브르의 고양이 미라를 회상하며 떠오른 생각은 그랬다. 

 

 

CREDIT

글·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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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사진과 글로 전하면서 출판, 전시, 강연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블로그 ‘길고양이 통신’(catstory.kr)에서 다양한 지역의 고양이 여행기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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