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랑데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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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의 랑데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작성일1주전

본문

 

고양이와의 랑데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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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초봄으로, 그날은 비가 왔다.

그래서 그녀의 머리카락도 내 몸도 무겁고 눅눅해졌고,

주위는 너무 좋은 비 냄새가 가득했다.

지축은 소리도 없이 천천히 회전하고,

그녀와 나의 체온은 세상 속에서 조용히 계속 열을 빼앗기고 있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용건을 남겨 주세요.』

그 날, 그녀가 날 주웠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고양이다. 

 

 

현관을 열고 그녀가 마주친 것은 버려진 고양이다. 아직 지나간 겨울을 기억하게 하는 냉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 비오는 봄날. 몸은 무겁고 눅눅해졌지만 그녀와의 첫 만남이 있던 날이기에 좋은 비 냄새를 기억하는 고양이처럼, 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보는 나도 고양이와 집사의 아름다운 만남을 기억하느라 고양이가 버려져있었다는 사실을 3번째 볼 때 서야 깨달았다.

 

고양이는 상자에 담겨 있었다. 열려져 있는 창문이나 문으로 어쩌다 들어와 집사를 간택하거나 추위에 떨고 있는 고양이를 집사가 데려온 것이 아니다. 아마 이전 집사가 상자에 담아 그녀의 집 앞에 놓아둔 듯하다. 전화도 받지 않고 하루의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던 그녀도, 집사에게 버려진 그녀의 고양이도, 만남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처럼 상냥하고, 연인처럼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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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녀의 고양이도 그녀를 금세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들의 고양이들이 그렇듯이, 그녀의 고양이도 그녀가 매일같이 어딜 그렇게 나가는지 그다지 관심이 없다. 좁은 방안에서도 매일 같이 정글 숲을 해쳐나가는 모험을 떠날 줄 아는 고양이에게 집사들이 매일같이 반복하는 일상은 그다지 흥미를 주지 못하는 듯하다.

 

다만 고양이는 그녀가 긴 머리를 묶고 ‘다녀올게’라고 말하며 또각또각 나가는 모습을 좋아한다. 마치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의 모습 같다.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순 없지만, 잠시 고양이가 된 그녀의 행동을 통해 고양이와 집사가 교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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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만난 새끼 고양이 미미도 그녀를 좋아한다. 비록 그녀가 사람이라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고양이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인간이더라도 고양이는 그녀를 좋아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고양이와 집사 간에 교감을 사랑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을까. 귀여운 고양이 미미 대신 자신보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인간을 좋아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해주는 멋진 남자가 아닌 애완동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바보 짓’이 아닌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녀 간의 연애와는 다를 것이다.

 

다만 사랑을 약속하는 것 이외에, 단순히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것 이외에 우리가 사랑에 관해 사용하는 말을 생각해보자. 사랑에 빠진다(fall in love). 사랑으로도 다정한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 미래를 약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오는 날 나 홀로 방안에 외로움을 견뎌야만 하는 세상에서, 그 세상으로부터 오는 전화를 별로 받고 싶지 않을 때, 세상으로부터 고양이에게 빠져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작은 공간에서 서로의 기분을 느끼며 마침내 함께 있는 이 세상을 긍정할 수 있다면,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당신과 당신의 고양이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INFO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 1999

 

 

CREDIT

냥객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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