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고 40cm 논란, 정부보다 보호자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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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고 40cm 논란, 정부보다 보호자가 더 낫다
조회 1620   6달전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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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 물림 사고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자 정부가 반려견 안전관리 TF팀을 조직하여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한 뒤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대책 발표 직후부터 난리가 났다. 이유는 ‘체고 40cm’라는 기준 때문이다.

 

정부는 반려견을 위험도에 따라 맹견/관리 대상견/일반 반려견으로 분류하고, 관리대상견의 경우 엘리베이터, 복도 등 건물 내 협소한 공간과 보행로 등에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맹견으로 분류된 품종은 아니더라도 공격을 보일 수 있는 개체를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취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한다. 품종을 기준으로 맹견을 구분해놨지만, 맹견으로 분류된 품종 중에서도 공격성이 없는 개체가 있을 수 있고,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이 아니지만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품종이 아닌 개체를 기준으로 관리 대상견을 지정한다는 것은 합당한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 기준을 ‘맹견의 종류에 포함되는 견종을 기르지 않더라도 반려견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경험이 있거나, 체고 40cm 이상인 개’를 모두 ‘관리 대상견’으로 분류시킨다고 밝혔다.

 

사람을 물어서 다치게 한 경험이 있는 개체를 지정하는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도대체 체고 40cm이상이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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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물자유연대)

 

체고란 바닥부터 반려견의 어깨뼈(견갑골)까지의 높이를 의미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체고 40cm 이상 반려견이 몇 %인지 실제로 체고 40cm 이상 반려견이 더 공격적인지에 대한 조사 없이 이런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해 한 연예인 가족이 기르던 개가 유명한 한식당 주인을 물었고, 물린 사람이 결국 죽게 되면서 ‘개 물림 사고’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는데, 해당 개는 체고 40cm 미만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해외의 입법사례를 참고해 체고 규정을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반려견 보호자들이 직접 사비를 들여 자료를 찾아 나눠주고 정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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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개최된 긴급진단 토론회 중 손수민 대표 – 왼쪽 두 번째)

 

내사랑리트리버 손수민 대표에 따르면, 독일 Westfallen 주에서 위험한 개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특정 품종을 기준으로 분류하고(certain breeds), 공격성을 가진 개(dangerous dogs)로 분류하고 그리고 큰 개(-large dogs, 체고 40cm 체중 20kg 이상)로 분류한다. 체고 40cm라는 기준은 아마 여기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독일 Westfallen 주에서는 certain breeds와 dangerous dogs에게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시켰지, large dogs에는 의무화시키지 않았다. 이쯤 되면 정부보다 보호자들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체고 40cm’이상 반려견이 우리나라 전체 반려견의 절반 이상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럴 경우 사실상 일부 소형견종을 기르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반려견이 관리대상견이 되어 실내에서 입마개를 하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려견 안전관리 TF팀 회의에서도 ‘체고 40cm 이상 관리 대상견 지정’이 논란이 됐고,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동물보호단체, 전문가들이 해당 기준을 반대했다는 점입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책을 밀어붙인 꼴이다.

 

반려견 보호자들은 “이번 대책은 결국 대형견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배타적 시각을 증폭시켜서 오히려 반려견주와 비(非)반려인 사이의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론화도 충분하지 않았고, TF회의에서도 의견이 모이지 않았으며, 대책 발표 후에도 반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다면 논란의 ‘체고 40cm 이상’ 반려견을 전부 관리 대상견으로 지정하는 내용은 삭제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그리고 체고를 꼭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면 관련 현황에 대한 조사를 먼저 철저히 실시하여 시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순서다.

 

지난해 발생한 개 물림 사고가 워낙 사회적인 이슈가 됐기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전문가들, 보호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특정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대책 시행 시점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문제점이 최소화 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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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소통하는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의 발행인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사회 인식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려인의 의견   총 1
 
살충제계란을 논하다가 들어온 몇사람의 말로 체고 40센치이상 입마개라는 법안이 통과하는 나라라니.... 이번 일로 원래도 어려웠던 산책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다같이 더불어 사는 나라를 만들지는 못할 망정 갈등만 조장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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