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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21 10: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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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18 10: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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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16 10: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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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14 09: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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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11 09: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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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07 1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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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04 10: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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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짧은 다리의 역습
- 쫑긋 선 귀,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촉촉한 코, 스피츠답지 않은 치명적인 짧은 다리. 그의 이름은 바로 봉구 봉구라는 이름을 들은 내 친구들은 모두 다 같은 말을 한다. “유명 밥버거 집 이름이야?” 이젠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지만 그 말에 굳이 반박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동생과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봉구라는 이름은 엄마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좀 더 말랑말랑하고 럭셔리(?) 한 이름을 상상했던 나와 동생은 당연히 반대했었다. 하지만 엄마께선 ‘봉구’라고 이름을 짓지 않으면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으셨다. 별다른 수가 있겠는가! 울며 겨자 먹기로 녀석을 봉구라고 부를 수밖에.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봉구에겐 봉구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이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됐지만 말이다(웃음). 작지만 커다란 너 다른 이들처럼 나 역시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 많은 고민을 했었다. 어떻게 돌봐주고, 놀아주고, 또 아플 땐 어떻게 할 것인지 나름의 대책을 세웠다. 생각해 보면 봉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몸을 벅벅 긁고 있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증상은 더욱 심해져 봉구는 매일 밤잠도 못 자고 몸을 긁어댔다. 병원에서 곰팡이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들었을 땐 마음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수의사 선생님은 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태로, 피부 안쪽에서부터 각질이 심하게 일어나 있으며 조금만 더 방치됐다면 피부가 부패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대체 나는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강아지를 덜컥 데려왔던 걸까,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너무 늦지는 않았으니 치료만 잘하면 금세 좋아질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동안 말도 못 하고 괴로워했을 봉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자꾸만 눈물이 났다. 몸에 약을 바르고 일주일 치 약을 처방받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라도 봉구가 또 몸을 긁어 상처가 덧나는 걸 막기 위해 넥카라도 씌웠다. 이 작고 작은 아이가 거의 자기 머리 두 개 만한 넥카라를 쓰고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미어져 눈물만 났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내가 책임지기로 한 생명이니 모든 것이 내게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에 가고, 꼬박꼬박 밥도, 약도 먹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마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또 예뻐해 줬다. 정성이 통한 것일까? 3개월 뒤, 봉구는 씻은 듯이 나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우리집 평화 지킴이 오봉구 사실 우리 자매의 사이는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가끔 서로에게 쌓인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일 뿐, 평소에는 서먹한 보통 자매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봉구는 연결고리가 되어줬다. 봉구를 핑계로 함께 산책도 나가게 됐고, 일과를 공유하면서 조금씩 깊은 대화도 나누게 됐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때 나는 동생과 꽤나 심각하게 언쟁을 벌이고 있었는데(아마 거의 두 시간도 넘었을 거다)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 때쯤, 동시에 우리 자매의 눈에 봉구가 들어왔다. 잔뜩 겁에 질린 채 우리 둘 사이에 엎드려 있는 봉구를 본 순간, 마법처럼 서로를 향한 미운 감정이 착 하고 가라앉았다. ‘너도 감정을 모두 느끼고 있구나,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더 이상 싸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우리 집 평화 지킴이, 봉구 덕분에 집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전부 오래가지 못한다.이제부터 우리는 “스피츠는 폐쇄적 사회성이 강한 견종이라 꾸준한 사회성 훈련이 필요합니다.” 한 훈련사의 말을 듣고 애견카페에 봉구를 데리고 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봉구는 기가 죽어 숨어다니기 바빴고 친구들이 놀자고 오면 끊임없이 짖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억지로 사회성 훈련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보면 봉구가 입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강아지를 괴롭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자주 산책을 해 주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이 봉구에게도 더 좋을 것이었다. 3년간의 1일 1산책이 도움이 된 걸까? 이제 봉구는 산책길에서 만난 다른 친구들 엉덩이 냄새도 곧잘 맡는다(정작 자기 냄새는 못 맡게 하지만 말이다). 최근 동생이 열심히 돈을 모아 차를 샀다. 봉구를 태우고 처음으로 넓은 공원에 가 봤는데, 신나서 방방 뛰는 봉구의 모습에 또 마음이 시큰해졌다. 매 순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아직 못 해준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짧은 다리를 포개고 내 옆에 누운 봉구를 향해 속삭여본다. 부족한 보호자라서 미안하다고, 함께 바다도 보러 가고, 애견 펜션도 놀러 가고, 그렇게 못 해본 것들을 하나하나 경험해보자고,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나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이다. 글. 사진 오지원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21 10: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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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이 시대의 스마트 견(犬)
- 우리 딸들은 천재견이야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아가씨 제이와 가족이 된 후 궁금했던 게 하나 있는데요. 바로 ‘우리 강아지는 얼마나 똑똑할까?’였습니다. 태어난 곳, 따뜻한 엄마 품, 같이 어울리던 형제자매를 떠나 저와 가족이 된 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을 무렵, 잠도 덜 깬 2개월 차 꼬맹이가 비틀거리며 배변 패드를 찾아 걸어가 쉬야를 하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거든요. 처음 목격했을 때는 어안이 다 벙벙해 “처…천잰데?!” 하며 물개 박수를 쳤더랬죠. 그러고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의 매력에 풍덩 빠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와 또 가족이 되었구요. 레이 역시 또 금방 적응하고는 배변 패드에 볼일을 아주 제대로 야무지게 보더라구요. 그래, 우리 딸들은 전부 천재가 맞아.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의 지능 순위는 어떨까?’ 하며 얼른 검색을 하기 시작했죠. 그렇다면 얼마나 지능, 흔히 ‘IQ’라고들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꽤 오래전 일이지만 지능에 대해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요. 최초의 지능 검사는 전쟁과 관련이 있었다고 하는데, 전쟁터에서 적군과 아군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 이를테면 총기나 무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 등을 가려내어 우수한 군인을 효율적으로 훈련하기 위해 했던 검사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더라구요. 다들 어렸을 때 지능 검사 한 번씩 해보셨지요? 보통은 100을 기준으로 해서 지능이 높고 낮음을 가르게 되죠. 멘사 회원들은 기본 IQ가 150, 160 이상이라고 하는데, 무튼 이래저래 뒤적거리다가 강아지들의 지능도 견종마다 차이가 있다는 글을 봤어요. 에헴, 나는 천재견을 모시고 사는 견상궁! 당연히 우리 딸들은 상위권이겠지 기대하고 스크롤을 내리는데, 음…음…내려도 내려도 보이지 않는 그 이름. 66위 :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아니, 분명히 울 애들은 천재임이 분명한데! 믿을 수 없다! 숫자는 숫자일 뿐 그러고 보면 강아지의 지능 역시 사람의 편의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 아닐까요? 전쟁터에서 잘 싸우는 군인이 가장 우수한 군인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지시에 잘 따르는 견종이야말로 우수하고똑똑한 견종일까요? 만약 아니라면, 강아지의 지능은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요즘은 사람의 지능도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누군가는 예술적 지능이 높지만 사회적 지능은 낮고, 누구는 학습 지능은 높지만 창의성 부분은 약점일 수 있다는 등. 우리 강아지 친구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장애물을 멋지게 잘 넘는 아이가 있고, 요리조리 빠르게 수영을 잘 하는 아이가 있고, 또 유난히 강아지 친구들을 좋아하고, 알뜰히 잘 살피는 아이가 있는 것처럼요. 아무렴 어때요? 숫자는 숫자일 뿐, 반려인과 깊이 교감하며 매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산책도 하고 위로도 받고, 늘어져 쿨쿨 낮잠도 자고, 자주, 또 많이 웃으며 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그게 바로 천재견의 일상이지요. 글 김윤정사진 이성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18 10: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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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CHEMI-STRY
- 믹스견 클로이의 임보처를 찾아요 2019년 4월 7일, 내가 유기견 입양 거리제에서 처음으로 클로이를 만난 날이다. 길 위에 버려졌던 많은 아이들이 임시보호자와 함께 울타리 안에서 눈을 빛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때 갈색의 맑은 눈, 머털이처럼 정리되지 않은 털, 걱정 없어 보이는 해맑은 얼굴을 한 아이가 긴 발톱으로 내 다리를 툭 치며 인사를 건넸다. ‘추정 나이 2~3살, 4.2kg, 안락사 직전 구조된 암컷 믹스견, 심장 사상충, 구조된 아이 중에 가장 털 빠짐이 심함, 다른 강아지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 입양제 벽면에 적혀있던 그 아이의 이름은 클로이였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밥 먹는 내내, 내 다리를 툭 쳤던 클로이의 갈색 눈망울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잔잔한 행복이 모여 ‘단기 임보처에 있지만 내일부터는 위탁처로 돌아가게 됩니다.’ 유독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었다. 입양은 고사하고 당장 임시 보호처조차 구해지지 않은 아이였다. 사회성이 떨어지는데 위탁처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잠시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반려견 현미가 떠올랐다. 2017년 8월. 우리와 가족이 된 현미는 이미 2번의 파양 경험이 있는 파양견이었다. 전 주인이 3개월 정도 된 현미를 분양받아 키우던 중, 집주인의 반대로 파양하게 되었다고 했다. 강아지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클로이가 현미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선뜻 임시 보호를 결정하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남편과 며칠간의 고민 끝에 임시 보호 신청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임시 보호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유기견 거리 입양제에 한 달에 한 번은 참석하기. 온라인카페와 SNS에 클로이의 모습, 성향, 근황을 기록하기. 예쁜 모습만 기대하고 유기견을 입양했다가 다시 파양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에 털 빠짐, 사회성, 심장사상충 등 입양 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을 신청서에 세세하게 적었다. 입양하길 참 잘 했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언제 남이 될지 모를 기약 없는 네 식구가 되었다. 말 그대로 ‘임시’ 보호자. 임시라는 단어에 이토록 무거운 책임감이 드는 것은 살면서 처음인 것 같았다. 첫날 클로이는 밤새 기침을 했다. 조금만 추워도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하루 대부분을 누워서 보냈다. 코는 바짝 말랐고 숨 쉬는 것을 힘들어해 급한 대로 방 안에 젖은 수건을 옆에 놓아주었다. 첫날은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고, 다음날은 가벼운 산책을 했다. 클로이는 산책하는 동안 줄을 당기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오롯이 냄새 맡는 것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굳은살 없이 말랑한 발바닥 패드와 아주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보니 아마도 오랜 시간 바깥세상에서 자유로이 산책한 적 없어 보였다. 위탁처에서 다른 강아지와 잘 어울리지 못한다던 클로이였다. 실제로 산책을 데리고 나가보면 다른 강아지가 다가오는 것을 불편해했고, 현미에게조차 경계심이 가득했다. 다행히도 현미는 물도, 밥도, 간식도, 장난감도 모두 클로이에게 양보해 주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애정 표현을 자제하고 무심하게 대하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짝 말랐던 코는 촉촉하게 윤기가 생겼고, 속살이 다 보일 정도로 듬성듬성했던 털은 어느새 빼곡하게 채워졌고, 뼈가 만져지던 마른 몸엔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 걱정했던 심장사상충도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한 달, 두 달, 임시 보호 기간이 길어질수록 알 수 없는 조바심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클로이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둘 다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클로이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렇게 클로이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현미와 클로이는 서서히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이젠 매일같이 레슬링하며 뛰어놀기 바쁘고, 함께 몸을 맞대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일상이다. 가끔은 서로의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 하기도 한다. 지극히 평범했던 나와 남편의 일상이, 클로이로 인해 잔잔한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우리 부부는 매일같이 얘기한다. 우리, 입양하길 참 잘했다. 글.사진 채혜영에디터 조문주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16 10: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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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BY MY SIDE
- 첫 만남은요 처음으로 아메리칸 불리라는 견종을 접한 건,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였어요. 생긴 건 묵직하고 우락부락하게 생겼으면서 막상 성격은 순둥순둥한 게 참 매력적이다 싶었지요. 타지 생활이 길었던 터라 혼자 사는 게 편했던 저는 자연스레 귀국 후에도 혼자 보금자리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찾아온 외로움은 이전에 느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어요. 끝이 없는 외로움과 무력함에 지쳐가던 저는 이곳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김포에서 지금의 악동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왜 악동이냐고요? 많은 분이 악동이라는 이름에 담긴 사연을 궁금해하시는데요, 음, 어린 시절의 저는 말 그대로 말썽꾸러기였다고 해요. 네, 악동이는 사실 제 별명이었습니다. (웃음) 당시의 저처럼 천진난만하고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악동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솔직히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워낙 장난기가 많은 녀석이라 뭐든지 입으로 가져 물고 뜯고 하는 통에 멀쩡한 가구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배변 훈련도 쉽지 않았고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타이르고 또 타이른 결과 어느 순간 악동이도 철이 들더라고요. 물고 뜯지도 않고, 아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배변을 가리는 걸 봤을 땐 거의 감격스럽기까지 했다니까요. 아,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인가? 강압적인 교육보다는 지속적인 관심, 애정이야말로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이요? 이런저런 일들로 제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우울할 때,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제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정말로 요 녀석은 얼굴만 봐도 제 기분을 바로 알아차리나 봐요. 머리가 복잡해 잠시 쉬려고 소파에 누워있으면 총총 다가와 은구슬 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절 빤히 쳐다봅니다. 기특한 녀석, 마치 위로를 해 주는 것 같지요?악동’s favorite 뜻밖에도 악동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스파’예요. 몸에 물이 닿으면 발버둥을 치고 도망가려는 강아지도 많다고 들었는데, 악동이는 이상하게 샤워할 때조차 눈을 지그시 감고 얌전히 물줄기를 즐긴답니다. 사실 저도 스파 마사지를 받는 걸 좋아하는데, 서로 닮아간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또 악동이는 정말 사교성이 좋은데요, 꼭 자기가 소형견인 줄 아는지 작은 친구들을 보면 낑낑대면서 좋다고 온몸으로 표시를 하는데 귀여워 죽겠다니까요. 또 공만 보면 환장(?)을 할 정도로 저를 닮아 스포츠도 무척 좋아하고요. 제가 TV로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고 있으면 꼭 옆에 와서 가만히 스크린을 쳐다봐요. 뭔가 정말로 아는 것처럼 말이에요. 요즘은 유니폼도 전부 세트로 맞춰서 함께 입고 열심히 응원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악동이는 캠핑 가는 걸 무지 좋아해요. 제가 아무래도 ‘집돌이’다 보니 에너지 넘치는 악동이는 많이 답답했나 봐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캠핑 갈 때를 대비해 커다란 차도 한 대 구입했답니다. 커다란 차에 악동이를 태우고 바람을 솔솔 맞으며 달리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요. 악동이도 기분이 좋은지 냄새도 킁킁 맡고 주변 경치나 물가를 빤히 쳐다보는데, 어딘가 할아버지 같아서 정말 웃겼어요. 아,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글쎄 악동이가 밤에 코를 어찌나 우렁차게 골던지 깜짝 놀란 거 있죠?이대로 쭉 함께 끝으로, 악동이는 제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랍니다. 사건 사고도 잦았지만 혼자 살면서 지치고 외로울 때 항상 곁을 지켜준 건 친구도, 가족도 아닌 악동이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악동이를 데리고 본가에 갈 때면 모든 가족이 악동이를 예뻐해 줘요. 특히 아버지가 악동이를 정말 좋아하시는데, 아마 악동이가 옆에서 저를 알뜰살뜰 잘 챙겨준 결과겠지요? 이제는 서로의 존재가 너무도 당연해진 우리지만, 그래도 새삼 한 가지 소원을 더 빌어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쭉 함께이기를!글.사진 악동이 파파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14 09: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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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너와 나, 함께 그려보는 내일
- 극성 언니와 무한 체력 우량아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오던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한없이 작고 소중한 셔틀랜드 쉽독 아가 셋이 태어났어요. 첫째 메리, 둘째 크리스, 셋째 마스까지. 저는 그중 크리스에게 한눈에 반했고, 3개월 되던 때 제 품으로 데려왔답니다. 그리고 크리스는 ‘마로’라는 새 이름을 얻었어요. 유독 몸집이 작았던 마로가 해맑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에 새벽에도 알람을 맞춰가며 장어 즙과 발효 참치 등 몸에 좋다는 건 전부 챙겨주었죠. 끼니마다 꼬박꼬박 언니의 사랑을 듬뿍 먹고 자란 마로. 1년이 지났을 때, 마로 언니인 저는 ‘극성 언니’라는 별명을, 마로는 ‘무한 체력 우량아’라는 별명을 얻었답니다. 하나 되는 어질리티 어화둥둥 사랑 먹고 자란 마로는 기운도 호기심도 넘쳐나는 깨발랄 아가씨로 성장했어요. 우리 마로가 조금 더 사람과 깊이 교감하며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독 스포츠(Dog Sports)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로는 ‘어질리티(Agility)’라는 독 스포츠를 통해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고집쟁이였던 마로는 이제 저와 눈을 가만히 마주칠 줄도 알고, 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게 되었지요. 이제 마로는 함께 달리며 저의 몸짓과 음성신호에 맞춰 호흡하며 교감해요. 7살이 된 지금, 마로에게는 어질리티가 가장 신나고 즐거운 놀이예요. 함께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고 점프해서 허들을 넘을 때면 마로도 얼마나 의기양양해 하는지 저까지 다 행복하답니다. 부디 많은 반려 가족분도 어질리티를 강제성이 동반되는 훈련이 아니라 보호자와 깊이 교감할 수 있는, 함께하는 놀이로써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너와 나 우리 언니랑 노는 것이 최고인 마로이지만 특별히 더 소중한 친구가 있어요. 바로 ‘서아’라는 16개월 꼬마 천사인데요, 둘 사이가 어찌나 각별한지 늘 꼭 붙어 놀곤 해요. 서아는 늘 마로에게 사료와 간식을 챙겨줍니다. 또 자기 간식도 나눠주고요. 서아와 마로는 같이 숨바꼭질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며 즐거운 일상을 보냅니다. 서로 지켜야 할 약속에 대해, 사랑을 주는 법, 그리고 받는 법에 대해, 그렇게 하나씩 찬찬히 세상을 배워가고 있지요. 바람이 하나 있다면 마로와 서아가 지금처럼 쭉 함께 지내며 배려, 나눔,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고 배워갔으면 하는 거랍니다. 누가 뭐래도 둘은,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서로의 소중한 친구니까요.글.사진 신혜원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11 09: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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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THE BIGGEST PRESENT
- 평화로운 오후. 내 무릎 위에 앉아 골골송을 부르는 폼폼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던 중, 새삼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우리는 이렇게 가까워져, 서로를 완전히 믿을 수 있게 된 걸까?서두르지 않아 우리의 사이가 처음부터 가까웠던 것은 아니다. 첫 만남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이 상황은 감개무량할 정도로 커다란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노아와 폼폼을 스위스에서 만났다. 노아는 처음부터 우리를 좋아했고 호기심도 참 많았다. 새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동장에서 나와 집안 여기저기를 탐색했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내게 다가와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애교를 부리는 새끼 고양이 노아는 정말 작고 귀여웠다. 반면 한 배에서 태어난 폼폼은 예민하고 겁이 많았다. 낯선 집에 도착했다는 두려움에 밥도 먹지 않고 구석에 웅크려 있어서 우리의 애를 태웠다. 다행히 차차 새집에 적응해갔지만, 남편과 나를 오랫동안 경계하며 마음을 내어 주지 않았고, 툭하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기 일쑤였다. 조금 친해진 것 같아 턱 근처를 살살 쓰다듬어 주려고 하면, 얌전히 손길을 즐기다가도 예고 없이 있는 힘껏 ‘냥냥펀치’를 날리며 도망가곤 했다. 처음에는 노아와 달리 왜 폼폼은 우리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폼폼의 성격이 본래 그런 것을 어찌하랴. 그저 받아들이고, 폼폼이 원하는 대로 한 발자국 물러서서 기다려주는 수밖에. 천천히, 살며시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온 지 대략 1년쯤 되었을 때였다. 어느 날 폼폼이 갑자기 소파 위에 누워 있는 내 곁으로 올라와 골골송을 부르며 배에 꾹꾹이를 해 주었다. 그때의 충격과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도도하고 까칠한 폼폼이 스스로 다가와 꾹꾹이를 해 주다니?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턱 근처를 쓰다듬어 주니 아예 내 배 위에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 그날을 시작으로 폼폼과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냥냥펀치를 날리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폼폼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간 숨겨왔던 우리를 향한 강력한 신뢰의 감정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폼폼, 하고 부르며 손을 내밀면 그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달려와 머리 박치기를 하는, 정말이지 집사의 심장을 마구 폭행하는 귀여운 애교까지 서슴없이 보여준다. 심지어 이제는 무릎에 앉아 골골거리며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기까지 한다. 폼폼은 사실 애교가 아주 많은 성격인 것 같다. 다만, 폼폼은 천천히 신뢰를 쌓아 나갈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무르익어가는 관계 처음 스위스에 왔을 때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시골에 고립된 것만 같았다. 그것이 너무 외로워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려 부단히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빠르게 친해진 지인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우리의 관계는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 역시 부자연스러운 속도는 내달리면 결국 탈이 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반면 폼폼과 나의 관계는 달랐다. 어서 친해지고 싶었지만 굳이 애쓰지 않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마음을 열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폼폼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갔다. 그 결과 현재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에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도 참 많다. 특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인간관계 문제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럴 때면 아이들과 나 사이의 신뢰 관계가 무척 큰 위로가 되어준다. 마음을 모두 내보여 준 고양이는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는지는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느리지만 신중하게 쌓아간 우리의 유대감은 내가 스위스에 와서 얻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짙어지고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글.사진 이지혜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07 1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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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사랑 표현법 이해하기
- 이미지 확대보기 고양이가 7마리와 함께 산다는 소리를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
그럼, 남편도 고양이를 좋아해?
남편만의 사랑법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남편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꽤 심각한 고양이 털 알레르기까지 있다. 그저 아내인 내게 맞춰주기 위해,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반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털 알레르기도 없기에 털쟁이들과의 삶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오랫동안 많은 아이를 돌봐왔다. 그래서일까? 나와 결혼 후 고양이를 처음 대면하는 남편의 마음은 결코 나와 같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나와 같은 크기의 사랑을 고양이에게 주길 바라왔었다. 내 눈에는 언제나 한없이 부족한 남편의 행동을 보며, ‘왜 이건 안 챙겨줄까? 왜 이 부분까지 생각을 못 할까?’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남편은 지금도 시시때때로 붉게 올라오는 반점과 간지러움을 약을 먹고 버텨가며 어떻게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나보다 더 깊은 남편만의 사랑 표현법이 아닐까. 물론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고양이들은 매일 함께 살을 부비며 놀아주는 나를 더, 아니, 나만 졸졸졸 따라다니지만 말이다(웃음).방법은 달라도 통하니까 사랑 표현법이 다른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우리 집 막내 단비는, 언제나 아주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보기 드문 고양이다. 심지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사랑 표현을 하며 보낼 정도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고, 휴식을 취하려고 소파에 앉기만 하면 잽싸게 달려와 품속을 파고든다. 오죽하면 요즘 단비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단비야~”, “단비야!”, “단비야 쫌!”일까. 하지만 단비만이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내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모모. 이름을 부르면 벌떡 일어나서 달려오는 모카. 쓰다듬어주면 갑자기 애교쟁이로 변하는 고등어. 배를 만져도 발바닥을 만져도 엉덩이를 만져도 참아주는 너그러운 찡가. 등 돌리고 앉아있지만 실은 나를 매우 좋아하는 모리. 물음표 꼬리를 만들며 ‘냐옹~’을 외쳐주는 찡콩. 모두 단비만큼 눈에 띄는 방법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온 마음으로 내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음을 날마다 다시금 확인한다.서로를 향해 흐르다 육아를 하면서 집안에는 아기 장난감들이 하나둘 생겼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있다. 바로 고양이들이 아기 장난감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왜 고양이 용품을 따로 샀는지 싶을 정도로, 녀석들은 고양이 전용 장난감보다 아기 장난감에 더 열광했다. 새로운 물건이 도착할 때마다 아이들은 이미 한껏 들떠서 옹기종기 모여든다. 시기가 지나 아기가 흥미를 잃은 장난감들은 고양이 차지가 되고, 아직 시기가 되지 않았지만 미리 구비해 놓았던 용품들도 고양이 차지가 된다. 덕분에 우리 집 대장님 (아기의 애칭)은 졸지에 7마리의 고양이 언니 오빠들로부터 장난감을 물려받고 있다. 동물과 사람의 경계는 무너졌고, 사람 것, 고양이 것이라는 기준 역시 사라졌다. 우리는 그저 한 가족일 뿐. 서로에게 물려 쓰고 물려받으며, 보통의 형제들처럼 함께 지내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란 결코 종(種)에 한정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고양이로부터 배웠다. 날마다 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곁을 지키는 가족. 인연을 돌고 돌아 한데 모여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글.사진 황류리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04 10: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