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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28 1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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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27 08: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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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23 1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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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23 08: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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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20 0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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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16 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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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16 08: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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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집에 가야 돼!
- ‘집’이라는 공간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 오랜 시간 고민하며 들여놓은 가구, 그곳에 남긴 작은 흠집들까지도 모두 집을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소중하고 편안한 ‘집’. 우리 부부는 우리의 브랜드가 공간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브랜드가 되기를 원한다. 매일 봐도 그리운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긴 말버릇이 하나 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출근길, 집을 나와서부터 적어도 하루에 수십 번은 읊조리는 말이다. 이건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하몽이와 하양이가 있는 ‘우리 집’에 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매일 똑같다. 하양이가 그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우다다를 하고 꾹꾹이를 하며 다른 식구들을 깨운다. 그럼 나는 밥을 챙겨주고 잠깐 낚 싯대로 놀아준다. 정신없이 출근하여 디자인실 내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한숨 쉬듯 뱉어내는 그 말. ‘집에 가고 싶다’. 일을 하다가도, 커피를 마시다 가도, 퇴근길에서도 멈출 수 없는 그 대사.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보다 심각한 ‘귀가병’에 걸린 여 집사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부산 여행 중 내가 프러포즈를 했을 당시, 그녀는 울면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하몽 이, 하양이와 함께 그 벅찬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였던 게 아닐까.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5배나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해주지 못하는 시간이 더더욱 아깝게 느껴졌다. 결국 몽양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에 ‘집에 가야 돼’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몽양이의 예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사진과 영상, 우리만을 위한 신문, 몽양이의 재미있는 모습이 담긴 스티커도 만들었다. 부끄럽지만 그게 ‘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아이들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고양이에게도 저마다 좋아 하는 장소와 놀이가 있는 법. 하양이는 이상하게 내 ‘CONICHIWA BONJOUR’ 브랜드의 가방을 참 좋아했다. 이 가방을 방문에 걸어두면 굳이 그 안에 들어가서 하몽이랑 숨숨놀이를 했다. 이 발견을 아이디어로 지금의 타이벡 방석과 터널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모든 게 하양이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고양이를 위해, 우리들을 위해 그렇게 시작된 다음 프로젝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넓은데, 고양이들에게는 집이 세상 전부라는 게 안타까웠던 우리는 이상한 장난감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보통 마따따비 나뭇가지가 아니라, 진짜 산에서 캐온 흙 묻은 개다래 나뭇가지를 주는 식으로 말이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 이었다. 보릿대로 엮은 여치 집에 캣닢 가루를 넣어 준 적도 있다. 물론 1초 만에 뜯겨 나갔지만. 이쯤 되자 ‘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고양이 덕질’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몽이와 하양이 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어 새롭게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바람은 하나였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제품들을 다른 집 고양이들, 집사님들이 함께 체험하며 사진을 찍고, 서로 자랑하고 소통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면 좋겠다고. 집이 온 세상인 고양이를 위해, 그리고 “우리 집 고양이를 보러 집에 가야 돼!”라고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사는 집사님을 위해. 여 집사에게 집이란 원래부터도 집순이었지만,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졌다. 회사에 있는 시간에 두 녀석은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결국엔 홈 캠까지 설치했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고양이는 정말 대단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둘 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집에 가서 고양이 밥 주고 응아도 치워야 하는데, 오늘은 뭘 하고 놀아주지?’ 끊임없이 집과 고양이 걱정에 시달린다. 마침내 현관에 도착한 순간, 사랑하는 내 고양이들이 문 앞까지 달려 나와 반겨주는 그 감 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녀석들의 부드러운 털과 나른한 눈 빛, 따뜻한 발바닥 젤리, 아늑한 우리 집,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그리고 그 안에서 듣는 ‘갸르릉 테라피’. 처음에는 고양이의 갸르릉 소리가 그저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안 들리면 섭섭할 정도다. 코 고는 소리도 아닌 것이 심장까지 전해 져 오는 듯한 그 울림에 이상하게도 매번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이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좋다. 우리의 지난날, 소중한 보물이 가득한 공간, 우리 집. 사랑하는 남 집사와 고양이 들,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 추억이 담긴 앨범과 숨겨놓은 비상금,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우리의 시간이 가득한 공간. 나는 앞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이렇게 평범하고 따뜻 한 날들을 이어가고 싶다. 글·사진 원승연에디터 신동혁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8 1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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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Goodbye, My Darling
- 지난 9월 15일, 자두가 고양이별로 긴긴 여행을 떠났다. 7월 말부터 자두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늘 머물던 비닐하우스도 자주 비우기 시작했고 새끼들에게 하악질을 하는 빈도도 잦아졌다. 심지어 내가 쓰다듬으려 할 때면 으르렁거리기까지 했다. 하우스에 가끔 나타나 밥만 먹고 사라지는 자두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우리 가족은 너무 궁금했지만, 따라가 볼 수도 없는 터라 답답하기만 했다. 자두의 마지막 혹시 자두가 나타지는 않을까, 자두밭에 갈 때마다 자두를 불러보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이 넘은 어느 날, 자두밭 옆 학교의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자두처럼 생긴 고양이가 학교에 나타났는데 조금 아파 보인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학교를 구석구석 둘러보며 자두를 불러봤지만 어디서도 자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어제 연락 왔던 학생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머리가 하얘졌다. 자두처럼 보이는 아이가 학교에서 죽은 채 발견 됐다는 것이었다. 애써 자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양이의 꼬리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두는 꼬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생으로부터 사진이 도착했다. 아주 짧고 뭉툭한 꼬리. 분명 자두의 꼬리였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고이 누워있는 자두를 부모님과 함께 자두밭으로 데리고 왔다. 외상은 없었다. 푸석해진 자두의 털을 쓰다듬으며 잘 가라고 인사했다. 외롭게 가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픈 거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말 하고 싶었지만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핏기 없이 굳어가고 있는 자두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언니한테 와서 아프다고 징징대기라도 하지. 자기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하우스를 떠난 건지, 마지막 순간에 아이들 없이 자유로이 주변을 여행하다가 떠나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자두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자두밭에 묻어줄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먼저 떠난 자두의 아들 홍시 옆에 자두를 묻어주었다. 처음 온기를 느꼈던 곳 자두가 마지막을 맞이한 학교는 자두가 처음으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느낀 곳이다. 자두는 우리를 만나기 전 이 학교 학생들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길고양이인 자두가 초면임에도 우리에게 살갑게 굴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차가운 길 위에서 지내던 고양이가 처음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고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곳, 자두가 생을 마감하며 떠올린 곳. 나는 자두의 나이가 많아도 2~3살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자두를 데리러 갔을 때 학교 직원분께 들은 바로는 자두가 학교에서도 벌써 몇 번이나 출산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자두밭에서의 두 번의 출산이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수많은 새끼를 낳고 기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작년 말, 자두가 이제 남은 삶을 편히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성화 수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이미 몸이 많이 망가진 뒤였던 걸까. 자두는 홀몸으로서의 자유를 1년도 채 느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자두밭에 잠시 천사가 다녀간 것이라고. 자두밭을 다녀간 천사 자두와 함께한 기간은 1년 반 남짓이었지만 함께 나눈 추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가족에게 처음으로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을 알려주었고, 11마리의 귀여운 천사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집안 곳곳에는 자두의 사진이 붙어 있고 핸드폰 배경화면은 온통 자두 사진으로 가득하다. 자두를 만난 이후로 우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 자두는 잠시 외출한 것이고, 아직도 어딘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자두의 몸은 이미 땅에 묻혔다는 것이, 얼마 전 우리가 묻어준 그 고양이가 자두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항상 집사를 마중 나오고 배웅해 주던, 집사의 발걸음에 맞춰 걸어주던, 집사가 어딜 가든지 따라와 곁을 지켜주던, 무릎에 올려놓으면 따뜻한 눈망울로 날 올려다보던 그 고양이가 참 많이 보고 싶다. 잠시만 안녕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상,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 앞에 초연해져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고 되도록이면 영영 피하고 싶다. 특히 우리 가족의 첫 고양이, 자두와의 이별은 더욱더 그렇다. 자두야, 우리 가족 앞에 나타나 주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했어. 한없이 착하고 사랑스러웠던 너를 영원히 기억할게. 이젠 그곳에서 편히 쉬고 행복하게 뛰어 놀기를 바라. 나중에 하늘에서 다시 만나면, 늘 그랬듯 언니를 마중 나와주길. 사랑해, 그때까지 잠시만 안녕.글·사진 권미소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7 08: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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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기꺼이 감당하는 마음
- 일상이 무료했던 집사는 이제 더는 심심하지 않습니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변화의 기쁨 ‘띠띠띠띠-’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현관으로 마중 나와 반겨주는 무무를 보면, 하루의 피로가 깨끗이 씻기는 것 같습니다. 무무가 온 뒤로, 제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전에는 집에 오자마자 씻고 드러누워 SNS 구경에 바빴다면 지금은 무무의 화장실 청소와 사료 그릇을 채우고 놀아주기에 여념이 없지요. 그러나 분주하게 바뀐 일상 또한 꽤나 마음에 듭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 약속 잡고 나가기 바빴던 주말은 옛 일이 된 지 오래. 요즘은 하루 종일 무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하루 가 짧게만 느껴집니다. 맛집 투어가 뭐죠? 카페 투어가 대체 뭔가요? 독립적인 무무 ‘랙돌’은 사람에게 안길 때의 모습이 몸의 힘을 빼고 축 늘어진 인형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하지만 무무는 인터넷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 손이나 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무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츤데레’. 만져주는 건 좋지만 싫은, 안아주면 축 늘어져 기대기는 하지만 금세 벗어나고 싶어 하는 성격 때문이죠. 사실 어렸을 때 무무는 종종 제 무릎 위에 올라와 앉아 있다가 잠들기도 했는데요. 이젠 몸집이 너무 커져서 불편한지, 아쉽게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답니다. 너로 인한 희로애락 무무가 어렸을 때 슬리퍼로 노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러다 그만 소중한 수염을 다 끊어 먹기도 했죠. 처음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고민만 했는데, 얼마 안 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무무가 글쎄 슬리퍼에 뚫린 빈 공간에 얼굴을 구겨 넣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 뒤로 최대한 슬리퍼를 숨겨봤지만 무무는 어떻게든 찾아내고 말았어요. 어느 순간, 무무의 수염은 다 똑똑 끊어져 있었고, 결국 저는 집에 있는 슬리퍼란 슬리퍼는 다 버리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금 저희 집에 남은 슬리퍼는 화장실 슬리퍼밖에 없답니다. 얼굴은 너무 예쁜데 수염만 못난이인 무무를 보며, 웃기고 속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끊어진 수 염이 다시 자라는 데만 두 달이 넘게 걸리더라고요. (웃음) 무무 때문에 일주일 내내 마음 졸이며 힘들어했던 적도 있었어요. 무무가 낯가림도 없고 남자친구네 집에서도 너무 예뻐하셨던 터라, 저는 종종 무무를 하루씩 맡기고는 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일을 끝내고 무무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죠. 평소와 달리 전화를 계속 안 받길래 집으로 찾아갔더니 무무가 한 시간 전쯤에 면봉을 부러뜨려 놓은 걸 삼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거의 패닉에 빠졌어요. 곧바로 집 주변 24시 병원이란 병원에 전부 전화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에 비슷한 사고들을 검색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죠. 다행히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저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자마자 저는 무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어요. 무기력한 무무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던 기 억이나네요. 엑스레이 결과 선생님은 면봉이 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변으로 나올 수 있으니 5일 정도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소화제를 받아 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살찔까 봐 제한했던 캔과 간식을 있는 대로 먹였고, 매일 무무의 응가를 비닐봉지에 넣고 손으로 헤집었습니다. 그리고 병원 가기 바로 전날 마침내 변으로 나온 면봉을 보며 얼마나 기뻤는지! 말 그대로 똥 들고 온 집안을 뛰어다녔어요. 이때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한 덕분에 지금은 위험한 것들은 다 치우고 항상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답니다.지금처럼만 매일매일 보면서도 아직 무무가 제 곁에 와준 것이 실감이 안 나고, 또 매일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이젠 모두 추억이 된 지 오래. 그 모든 희로애락을 기꺼이 감당하는 것이 집사의 책임이고 또 사랑의 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무무는 제 삶에 스며들어, 길을 걷고 장을 보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손에 쥐어져 있는 간식과 장난감들을 보며 ‘가족이 생긴다는 건 이런 느낌인가 보다’ 하며 혼자 웃기도 하지요. 아직 서투르지만, 무무가 제 곁에 오래오래 있어 주는 것만이 지금 제 바람이랍니다. 글·사진 황지원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3 1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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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가치투자
- 자고 일어나니 어제 다이소에서 산 벽걸이 후크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중량이 과했던 탓일까. 머지않은 곳에는 액자 하나가 뒤집어진 채 내팽개쳐져 있다. 접착제 부분을 라이터로 지져서 벽에 붙인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스노우 볼을 굴려보자 하맹이는 눈치도 없이 떨어진 후크를 앞발로 툭툭 치며 드리블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괜히 후크를 집어 거실 저편으로 힘껏 던진다. 털을 흩날리며 뛰어가는 하맹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언제쯤 내 집 벽에 못질을 하는 날이 올까, 하는 막연함이 앞선다. 하맹이가 후크를 잃어버렸는지 날 올려다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동시에 나는 서울에서 집을 장만하는 건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잠시 동안 하맹이와 나는 허망함이 가득한 시선을 교환하며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주말부터 우울하긴 싫다. 기분전환을 위해 TV를 켰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방영 중이었다. 메리츠 자산운용의 대표이사인 존 리가 나오는 편이었다. 그는 짧게 소개를 마친 후, 주식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나는 그의 설득력 있는 말에 쉽게 매료되었다. 문득 영화 「아가씨(2016)」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상심한 나를 위해 나타난 나의 구원자, 나의 스승님, 나의 존 리.” 그의 말대로 ‘주식 가치투자’를 하면 언젠가 서울에 내 집을 장만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부풀어오른다.스노우볼은 다음 달부터 가치투자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미래 유망종목으로 방향을 잡고 동업자의 마음가짐으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 며칠간 유튜브를 탐방하며 시사경제 콘텐츠를 탐닉하고 미래의 세상을 상상했다. 그러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자동차 분야, 그중에서도 ‘자율주행’에 관심이 생겼다. 이젠 투자를 할 기업을 선별해야 할 차례. 잡플래닛에 올라온 기업평가까지 읽어보는 집요함으로 마침내 모든 절차를 끝냈다. 뿌듯한 마음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제야 하맹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휑한 거실 한가운데 엎드려 날 노려보고 있다. 심심한 모양이다. 떨어진 벽걸이 후크라도 보인다면 이리저리 던져줬을 텐데 안타까웠다. 어쨌든 가치투자만이 해답이다. 핸드폰 금융 어플을 켜니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계좌에 이십만 원 정도의 쌈짓돈이 있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월급통장 계좌였다. 이십만 원, 이 작은 스노우볼을 굴려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해 옆집이나 윗집에서 조용히 해 달라고 소리칠 때까지 행복한 못질을 할 것이며, 추억이 담긴 액자를 벽에 걸며 환하게 웃을 것이다. 드디어 주식 계좌에 송금을 하려는 찰나, 알림이 뜬다.‘매진되었던 캣 타워가 입고되었습니다.’하맹이를 위해 스노우볼은 다음 달부터 굴리기로 한다.글·사진 양세호에디터 신동혁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3 08: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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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와 함께 태교하기
- 아기 그리고 여섯 마리 고양이 2021년 2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의 여섯 마리 고양이들에게 조카가 생긴다. 유산으로 힘들었던 기억도 잠시 또다시 기적처럼 찾아온 아기 천사 덕분에 귀엽고도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고양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나의 태교를 도와준다. 고양이 여섯 마리가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양이 말고 애를 낳아서 키워야지’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나와 남편은 양가 부모님께 우리 부부의 생각을 말씀드렸고, 다행히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아기를 갖는 일에 대해 머뭇거렸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아기가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또 내가 아기 를 행복하고 풍족하게 키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고양이였다. 아기를 돌보느라 나의 고양이들에게 소홀해지면 어쩌나 하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분명 아기에게 시간을 더 쏟게 될 텐데 결코 나이가 적지 않은 나의 고양이들은 이제 더욱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할 터였다.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 그러는 동안 나와 남편은 젖먹이 고양이 수유 임시 보호를 하게 되었다. 눈도 못 뜬 고양이들을 품에 안고 분유를 먹이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엄마 고양이가 해줘야 할 일을 밤낮으로 부지런히 대신했다. 젖먹이 고양이들은 좋은 가정을 찾아 입양을 갔고, 입양 보내기 어려운 아이들은 우리가 품기로 하면서 차츰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사랑하는 존재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나누어 받을 사랑의 몫이 줄어드는 것은 아님을, 오히려 사랑의 크기는 그만큼 더 커진다는 것을. 고양이들을 돌보며 집안일 까지 기꺼이 함께하고, 나와 고양이들을 끔찍하게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다정한 남 편과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 우리가 다시 아기 생각을 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부터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아기가 생긴다면 고양이들의 영역을 아기가 침범하게 될 텐데, 고양이들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공간 분리가 필요했다. 평소에 고양이들 출입이 금지 되었던, 주로 창고와 소품을 보관하던 작지만 따뜻한 방을 아기방으로 정했다. 원래 고양이들의 영역이 아니었으니 당분간 아기가 지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고양이의 털은 사람의 기관지에 들어가지 않고 배변 활동으로 배출된다지만 그래도 걱정이 많으신 부모님들을 위해 청소를 두 세배 열심히 하기로 했다. 로봇 청소기도 들이고 식기세척기도 들이고. 하지만 뭐랄까, 아기를 걱정하기보다는 할 일이 늘어난 우리 부부를 걱정해 주시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조리원을 예약할 때나 임신 소식을 주변에 나눌 때 ‘고양이를 보내야지’라거나 ‘아기가 생겼으니 고양이는 그만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내 임신과 출산, 육아의 전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오백 번은 더 듣게 되리라 생각하며 흘려듣는 연습을 하는 중인데도 꽤 속상하고 괴롭다. 내가 유산으로 힘들어할 때 보송보송한 털과 작은 발로 나를 위로하며 곁을 지켜주었던 이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을 그들은 모르기에 하는 말이리라. 그들에게는 내 고양이들이 반려동물도 아닌 애완동물로 보일 뿐이겠지. 여섯 마리와 함께하는 내가 그들 눈엔 유별나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위로하고 있다. 아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힘들어하진 않을까. 요즘 내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역시 그런 것들이다. 소리에 예민한 고양이들이 아기 울음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매일 열 번은 안아줄 것을 다섯 번밖에 안아주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보통 그런 것에 대한 걱정들. 우리가 다 같이 따뜻하고 행복한 꿈을 꾸듯 배 속의 아기도 작은 생명을 아끼고 동물과 함께 공존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삼색이 태몽을 가진 나의 작은 아가야. 너는 고양이 이모 삼촌들이 많단다. 엄마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따뜻하고 다정한 존재들이야. 너에게도 이 사랑을 가르쳐줄게. 엄마 아빠, 그리고 고양이 이모 삼촌들과 함께 널 맞이할 준비를 해둘 거야. 따뜻한 봄날, 우리 건강히 만나자.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조문주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0 0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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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LOVELY TRAPS
- 하늘이 높고 짙다. 신선한 아침 공기에 알싸함이 더해졌다. 가을이 온 것이다. 부비적 트랩 얇지만 강하게 스며드는 까슬까슬한 햇살. 거실 한가운데로 내려앉은 동그란 햇살 돗자리에 한자리 차지하고 누워 지그시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그림자가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조니와 데비가 보였다. 다소곳하게 앉아 나를 구경하는 두 실루엣. ‘어여쁜 햇살보다 너희가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구나.’ 나는 오늘 하루도 또 이 작은 아이들의 귀여운 함정에 빠진 것이다. 조니와 데비는 나와 함께 놀고 싶거나 맛있는 간식을 먹고 싶을 때면 곧바로 ‘부비적 트랩’을 발동한다. 부비적 트랩이 한번 발동하기 시작하면 거실에서 부엌까지 물을 뜨러 가는 그 짧은 거리조차 두세 번은 빙빙 돌아가게 된다. 부비적 트랩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바로 내 얼굴과 다리, 팔, 집안 가구 등 가릴 것 없이 모두 부비적 부비적 몸을 비비는 것이다. 부비적 트랩은 아주 위험한데, 노트북으로 중요한 작업을 하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꼭 무슨 낯선 바이러스라도 생긴 것처럼 알 수 없는 꼬불꼬불한 글자들이 화면 가득 적혀 있을 때가 많다. 잘 걸어가던 내 걸음걸이도 멈칫멈칫 이상해 지고, 얼굴을 향해 계속 부비적 부비적 하는 바람에 눈조차 제 대로 뜰 수가 없다. 더욱이 무서운 점은 한 번 걸려들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행복하고 귀여운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무시무시한 부비트랩이 아닌, 이 작은 아이들의 부비적 트랩만 가득하다 면 어떨까. 눈빛 모스 시그널 아이들이 지닌 강력한 무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탑재된 두 번째 무기는 바로 ‘눈빛 깜빡깜빡 신호’다. 나는 이것을 ‘눈빛 모스 시그널’이라고 부르는데, 꼭 아이들이 나에게 눈 깜빡임으로 모스 부호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다. 한 번은 재미 삼아 정말로 해석을 해보았지만, 대부분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기에 피식 웃으며 넘어갔었다. 하지만 그렇게 조니와 데비가 눈빛으로 깜빡깜빡 사랑을 말할 때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 아이들에게 슝 달려가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이 꼬맹이들의 노림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조니와 데비의 눈빛 모스 시그널은 강력하고 또 사랑스럽다. 데비는 눈을 깜빡거리기보다는 게슴츠레 뜨곤 사랑을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 밥 주기 전 “모두들 배고파요?” 하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들리면 멀리서도 달려와 나에게 게슴츠레 눈빛 시그널을 마구마구 보낸다. 반면 조니는 제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눈빛 모스 시그널을 마구마구 쏘아댄다. 어제도, 오늘도, 살얼음 같은 추위가 가득한 계절이 다가올 때도, 그렇게 언제나 나를 기분 좋은 함정에 빠뜨리고 간지러운 공격을 해오는 조니와 데비가 있어 도담도담 하우스엔 오늘도 사소한 행복이 가득하다. 글·사진 김보미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16 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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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사랑과 전쟁
- 드라마에서 빠지면 섭섭한 필수 요소, ‘삼각관계’. 학창시절 나는 달콤한 로맨틱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꿈꾸곤 했다.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갈팡질팡 행복한 고민을 하고, 친구들과 모여 누굴 선택할지 심각하게 토론도 하며 지금 돌아보면 참 쓸데없지만 귀여운 10대를 보냈다. 사실 20대까지도…. 엄마는 내 거야 10대 시절 소망이 뒤늦게 이뤄진 것일까? 나는 지금 삼각관계 를 뛰어넘어 무려 육각관계(?)의 주인공이 되었다. 고양이 네 마리와 사람 아들 하나, 이렇게 다섯이 나를 두고 매일 사랑 싸움을 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 치열한 사랑과 전쟁 속 에서 남편은 일개 시청자로 빠져주어 나의 선택지를 줄여 줬다는 것. 드라마 시즌 1. 당시 남자 주인공은 우리 집 장남 고양이 용복이 하나뿐이어서 아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허나 그 뒤로 식구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나를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사람 아들 ‘때때’는 고양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상대다. 이제 꽤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된 때때는 자주 “엄만 때때 꺼!” 하며 선을 긋는다. 철이 든 어른 고양이들은 때때가 잠들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달려오지만, 때때와 정신연령이 비슷한 꼬마 아가씨 금복이는 ‘야옹! 아니, 엄만 내 꺼라옹!’ 하고 때때의 손을 툭툭 쳐낸다. 금복이와 때때는 서로 가장 친하면서도 앙숙이다.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약 때때 동생이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 눈앞에 훤히 그려진다. 심술쟁이 때때 오빠의 모습은 금복이만 보는 거로. 미워할 수 없는 질투쟁이들 대부분 귀여운 장난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의 사랑이 누구 하나에 쏠리면 꼭 심술을 부리는 친구가 생긴다. 특히 질투가 많은 용복이는 내가 다른 녀석을 예뻐하고 있으면 그 아이를 솜방망이로 툭툭 치고 지나간다. 매우 잘생긴 얼굴을 가졌지만, 속이 좁쌀만큼 좁아서인지 용복이 오빠는 여동생들에게 인기가 참 없다. 얼마 전 질투가 빚어낸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안방 문을 여니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양이들이 우르르 안방으로 들어왔다. 금복이는 반갑다고 애교를 부리는데, 나는 잠이 덜 깨 울고 있는 때때를 달래느라 금복이의 애교를 받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금복이는 침대로 폴짝 올라가더니 내 눈을 똑바로 바 라보며 침대 매트리스에 쉬를 해 버리는 게 아닌가! 오 마이 갓, 공주님의 사랑을 무시 한 벌이라고 하기엔 충격이 참 세다. 휴. 넘치는 사랑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릴 때면 남편 은 얄밉게 꼭 한마디씩 거든다. “꿈이 이뤄졌네~ 다 너만 바라보고 있어~” 내가 이렇게 넘치는 사랑 속에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하하하. 사랑이 넘치는 나날 자려고 누우면 한쪽 팔엔 때때가, 다른 한쪽 팔엔 금복이가 와서 품속을 파고든다. 그렇게 잠깐 눈을 붙이나 싶으면 행복이가 문을 긁으며 냐앙 냐앙 나를 부른다. 행복이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같이 해주고 소파에 앉으면 용복이가 내 몸 위에 쿵 하고 올라와(참고로 용복이는 뚱냥이다) 꾹꾹이를 하다 내 품에서 쿨쿨 잠이 든다. 거대한 고양이에게 깔려 불편한 쪽잠을 자다 보면 안방에서 ‘엄마아아앙-’ 하며 때때가 울기 시작한다. 이렇게 거실과 안방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사랑에 취한 채 밤이 끝나고 햇님이 방긋 떠오른다. 그럼 또 끝난 적 없던 엄마의 하루가 허락도 없이 시작된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이 건넨 휴지로 청순하게 눈물을 닦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며 휴지로 대소변을 치우는, 드라마와는 아주아주 괴리감이 있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드라마 속 어느 여주인공이 와도 나보다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웃음) 글·사진 강은영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16 08:4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