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P (503건) [STORY] Magazine P. 제주도, 베스트 산책 스팟을 찾아서 STORY | 2021-02-04 10:38:51 [STORY] Magazine P. 안녕, 아롱 다롱 STORY | 2021-02-03 09:02:34 [STORY] Magazine P. 사랑 받을 자격 STORY | 2021-02-01 16:33:55 [STORY] Magazine P. 넌 어느 별에서 왔니? STORY | 2021-01-28 12:44:23 [STORY] Magazine P. 내 강아지의 ‘개취’ 존중 STORY | 2021-01-28 12:43:08 [STORY] Magazine P. 한라산을 등지고, 백약이오름 STORY | 2020-12-21 10:48:04 [STORY] Magazine P. 어느 보통날의 기록 STORY | 2020-12-21 10:47:28 Magazine P. 제주도, 베스트 산책 스팟을 찾아서 (*2020년 4월 작성된 글입니다)‘제주 라이프를 시작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활 터전 자체를 옮기는 일이다 보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어요.그럼에도 이주에 대한 마음을 굳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도시에 살던 개딸들이 제주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마음껏 뛰놀 수 있으리라는 확신 때문이었어요.전원 생활의 꿈 그래서 지금은 어떠냐구요? 도시개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운 일상을 한껏 누릴 수 있어 아주 아주 대만족이에요.(웃음) 하지만 이전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또다른 난관들이 곳곳에 있더라구요. 사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본디 사냥개 출신이라 눈앞에 움직이는 사냥감을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습성을 가지고 있죠. 슬프게도 평소 느리게 걷는 편인 견상궁과의 산책 조합은 전혀 맞지 않아요. 때문에 목줄을 맨 채 함께 산책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뭔가 시원한 한 방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물론 그저 제 착각이나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신나게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음껏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마음의 짐이 조금은 남아있더라구요. 사실 아직 이주 초기인데다,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는 1인이에요. 마당 넓은 집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듣도 보도 못한 벌레들과의 동거는 영 자신이 없어서… 여전히 본의 아니게 산책 노마드 신세네요.어디로 가야하나사실 길 한복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낯선 강아지와 마주한다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는 일입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죠?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목줄 풀린 개를 마주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불쾌한 말일 수밖에요. 이처럼 견주의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산책을 시켜주고 싶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과 마주할지 모르기 때문에 산책 에티켓을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죠.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므로 늘 고민이 많답니다. 그래서 나름 타협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사람들이 오다니지 않는 새벽에 일찍 산책을 다녀오는 것!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젠 새벽이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고, 개순이들과 함께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잠시 스피디한 순간을 즐기고 돌아오면 기분도 상쾌하답니다.산책 노마드 사실 산책을 즐기는 데 있어 가장 걱정되는 건 따로 있죠. 바로 자동차입니다. 특히 도심에서는 어디를 가도 도로가 아닌 곳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했어요. 정도는 덜해졌지만, 그런 사정은 제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들개 무리들을 만나기라도 하는 순간엔 등골이 어찌나 오싹해지는지…. 물론 우리 다리 긴 개순이들은 우다다 잘 도망가겠지만 말예요.(웃음) 그런데 요즘 산책 장소 떠돌이 2년 차에 드디어 파라다이스를 발견했다는 사실! 바로 바로 자동차도 없고, 떠돌이 들개들도 없는 ‘비양도(飛揚島)’예요.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이면 도착하는 비양도는 그야말로 개순이들 천국이랍니다. 물론 비양도에도 오가는 주민분과 여행객들이 많기 때문에 목줄과 배변 봉투는 필수죠. 대신 둘레길을 한 바퀴 빙 산책하는 동안에 잠시 보이는 공터에서 신나게 뛰뛰타임도 잠깐씩 맘 놓고 즐기곤 한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산책노마드 생활은 당분간 쭉 이어질 것 같네요. 다음엔 또 어디에 가면 좋을까? 어디에 가면 아이들이 좋아할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오늘도 개순이들과 제주의 구석구석을 또 둘러봅니다.글. 사진 김윤정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2-04 10:38:51 Magazine P. 안녕, 아롱 다롱 흰 눈이 흩날리던 지난해 1월, 지인의 사무실에서 꼬물이 4남매를 마주쳤다. 모두 유기견이라 했다.#1 그중 유독 눈에 밟힌 두 꼬물이가 있었다. 하나는 혼자 다른 황토빛의 털을 입고 활발하게 뛰어놀던 녀석, 또 형제들에게 치여 밥도 힘차게 먹지 못하고 기가 잔뜩 죽어있던 깜장 강아지까지.#2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 아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아마도 난 바로 그 순간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3 그 아이들을 집에 들인 뒤, 갈색 강아지에게는 아롱이, 검정 강아지에게는 다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진돗개인 엄마와 이름 모를 아빠 밑에서 나온 두 꼬물이는 하루가 다르게 귀도 쫑긋, 키도 쑥쑥 크더니 이젠 둘 다 롱다리가 되어버렸다.#4 쏜살같이 흘러간 100일. 너희에게 온기를 전해주고 싶어 데려온 나지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가 내게 살아갈 힘을 주고 있다는 걸 아롱아, 다롱아, 알고 있니? 우리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쭈욱 함께, 더 많은 세상을 만나러 가자꾸나.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오늘도 조용히 속삭여본다.글. 사진 정미선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2-03 09:02:34 Magazine P. 사랑 받을 자격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운명이었을까? 어느 날 복날에 먹힐뻔한 개를 불쌍히 여긴 한 아저씨가 데리고 와, 이만 오천 원에 팔고 있다는 글을 봤다. 처음엔 급한 대로 잠깐이나마 보호해 주려는 생각이었다.진정한 행복 내가 녀석에게 붙여 준 이름은 ‘코리’.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리는 내가 보이지 않으면 많이 불안해했고, 그런 코리를 다른 사람에게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닷가 근처에서 산책을 할 때였다. 발을 담그러 물가 쪽으로 들어가니, 코리는 내가 물에 빠진 줄 알고 낑낑대기 시작했다. 그리곤 물을 극도로 무서워하면서도 나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들어오는 거였다. 사실 당시 나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유학을 포기하고 코리를 가족으로 맞았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금까지 나는 이 결정을 단 한순간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코리 덕분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코리가 내게 오지 않았다면 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겠지. 코리를 가족으로 맞고 보니 다른 유기견들에게도 눈길이 가 임시보호를 하고, 길냥이 밥을 주고 육식도 줄이기 시작했다. 말 못 하는 이 작은 아이가 나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아기 같기만 하던 너 그러던 중 ‘배꾸’를 만났다. 배꾸는 어느 시골집 마당에서 1m 쇠줄에 묶인 채 잔반으로 배를 채우며 6년을 보냈다고 했다. 임신했지만 깨끗한 물조차 제대로 마실 수 없었고, 영양결핍으로 몸의 털도 숭숭 빠져있었다. 7월의 여름, 여섯 마리의 새끼들을 출산했지만 잔인한 무더위 속에 새끼들은 모두 별이 되었다. 사연을 읽은 순간 나는 배꾸를 무작정 집에 데리고 왔다. 6년 동안 한 번도 깎지 않은 발톱, 새끼들의 이른 죽음으로 생긴 유선염, 수많은 진드기로 인한 빈혈, 비쩍 마른 모습까지. 배꾸의 모든 게 내 마음을 아프게만 했다. 또 어릴 때부터 줄에 묶여 혼자 쓸쓸히 지냈으니 6살이라는 나이에도 모든 행동이 그저 아기 같기만 했다. 심지어는 거실 불을 켜는 똑딱 소리에도 깜짝 놀라 숨어버리는 등 배꾸에겐 실내 생활이 낯설기만 한 듯 했다. 홀로 방치되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산책 역시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도시의 온갖 소음과 길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은 배꾸에겐 그저 공포 그 자체였다.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더 서글프게 했던 것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안다. 도시 역시 주변의 이웃이나 환경에 따라 반려견과 생활하기 적합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산책을 나갈 때마다 코리와 배꾸를 ‘보신탕’이라 칭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거나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을 뿐인데 다짜고짜 욕부터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우리나라에서 젊은 여자가 중, 대형견을 데리고 길을 나선다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겪은 일화들로 단편집을 낼 수 있을 정도일까? 그러다 나는 너무 지쳐 아예 시골로 이사를 왔고 우리는 그때서야 우리를 둘러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해질 수 있었다.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구조된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예민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코리와 배꾸는 학대와 방치, 고되고 아픈 기억을 품고 있음에도 꽤나 빨리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었고, 그 결과 우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행복을 충만하게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이 짧은 글을 읽고 ‘구조된 아이를 입양하는 건 힘든 일이구나’ 하고 판단 내리지 말아 주셨음 한다. 아이들이 버려진 이유는 문제가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핑계를 대며 아이들을 길바닥에 내다 버리는 양심 없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니까.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요즈음, 이미 강아지를 반려하는 분이라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반려견을 마지막까지 보살피고, 만약 입양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펫샵에서 아이들을 데려오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손길을 뻗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엔 힘들고 외로운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고, 그 아이들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글. 사진 황세희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2-01 16:33:55 Magazine P. 넌 어느 별에서 왔니? 한 번이라도 반려견과의 이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흔히들 말한다. ‘두 번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 거야’라고.나의 부모님 역시 그러셨다. 2년 사이에 품에서 두 강아지를보내셨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MIRACLE 루시를 만나기 전, 사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어두운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단 하루도 개가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나에게 제니도 별이도 없는 삶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12년, 4년을 함께 해 온 두 마리의 고양이들 덕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의 환생을 다룬 영화 ‘베일리 어게인’을 보았고, 나에게도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생기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 시기의 내 일상은 매일같이 SNS에 올라오는 강아지 사진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다른 집 강아지 사진을 구경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무심결에 본 사진에서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별 어게인” 나에게도 정말 기적이 생긴 걸까? 눈이 많이 내린 밤이었지만 단숨에 서울에서 수원으로 내려갔다. 루시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제니와 별이를 보낸 지 딱 1년 만에 일어난 기적이었다. 제니와 별이가 동시에 떠오르는 오묘한 느낌의 눈빛! 너는 대체 어느 별에서 왔니?처음인 듯 처음 아닌 제니와 별이를 떠나 보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강아지 키우는 게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건 루시가 등장하기 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루시는 집안에서 나는 소리는 물론이고 택배 아저씨 발걸음 소리, 새벽 청소차 소리, 심지어는 식구들이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현관문 소리에도 일일이 반응했다. 게다가 윗집 강아지 두 마리까지 때를 가리지 않고 짖으며 루시의 심기를 건드렸다. 궁여지책으로 거의 모든 소리를 녹음해서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교육을 했다. 당시 가족 외식은 당연히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루시는 예전보다 덜 예민해졌다. 첫 생일, 케이크 앞에 얌전히 앉아있는 루시를 보자 한 단어가 떠올랐다. ‘1년’. 딱 1년 만에 무기력하던 내 일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루시는 우연히 내 삶에 들어와 시들어 있던 마음을 따듯함으로 물들였다.뜻밖의 은인 루시는 겁이 많았다. 집에서도 내 방에 있는 펜스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우리 가족은 그런 루시를 담요로 포옥 싸서 안고, 다양한 소음에 익숙해지도록 매일 집 주변을 짧게 돌았다. 드디어 날씨가 풀리기 시작한 2월, 온 가족이 루시의 첫 산책을 위해 출동했다. 루시가 난생 처음으로 땅에 발을 내디딘 순간, 우리 가족은 아기가 첫 걸음마를 뗀 것처럼 환호했다. 바깥에 나온 루시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벌벌 떨다가 이내 이동 가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무슨 귀소본능이라도 있는 건지, 잘 놀다가도 가방만 내려놓으면 쏙 들어가 자리를 잡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그토록 바라왔던 일이 우연처럼 일어났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간식으로 루시를 유인하며 산책하고 있었다. 루시가 간식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순간, 공사장에서 큰 소리가 났고 깜짝 놀란 루시는 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리도 너무 놀란 나머지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웬걸, 루시가 뛰다가 멈추는 게 아니라 계속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연히 마주친 공사장의 아저씨들 덕분에 루시의 본격적인 산책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지금도 루시는 산책을 나갈 때면 슬금슬금 주변 눈치를 보기는 하지만, 우리 가족이 곁에서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 준다면 루시도 언젠가는 용맹한 강아지로 거듭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 교육도 중요하지만, 루시가 아무런 탈 없이 건강하게 쑥쑥 크는 게 가장 중요하지! 그리고 나는 당연하게도 내 기대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 질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기대가 언제나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기대가 아닌 예언이지 않을까?글. 사진 이희정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28 12:44:23 Magazine P. 내 강아지의 ‘개취’ 존중 강아지를 키우는 데 필수인 사회화 교육은 보통 접종을 마친 뒤 진행된다. 가족 외의 사람들이나 다른 강아지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카밍시그널’을 교환하고, 그로 인해 성장한다. 바로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견주들은 어느 정도 반려견의 성격을 파악한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으로 반려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현실과 이상 사람이 강아지에게 물리는 사고가 한창 떠오르던 때에 나는 진저를 키우게 되었다. 시바견과 관련된 사고도 있었기에 우리 부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진저의 첫 산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5차 접종을 끝마치고 난 뒤, 우리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산책 반경을 넓혀가기로 했다. 아파트 복도를 시작으로 공동 현관, 집 앞 화단, 집 근처 동물병원까지. 진저는 처음엔 현관문 밖으로 나가면 큰일 날 것처럼 겁을 먹었지만, 얼마 안 가 재미를 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한시름 덜었다며 안심하는 것도 잠시, ‘이갈이’라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진저는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갔기에 사람의 손을 무는 일도 빈번했다. 지금은 덜하지만, 그때만 해도 시바견에 대한 인기가 대단해서 아무나 진저를 만지려고 손을 뻗곤 했다. 사실 그런 관심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혹시 다른 사람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한동안 우리는 산책할 때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을 위주로 다녔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진저에게는 낯선 사람이 말을 걸거나, 자신을 만지려고 하면 으르렁거리는 습관이 생겼다.진저가 어떤 아이인지 '강아지들은 사람을 좋아해, 그리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도 잘 지낼 거야.' 그렇게 생각해 온 나였기에, 진저의 심한 낯가림은 내게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고쳐 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으나 쉽지 않았다. 산책을 할 때에도 진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른 강아지들을 피하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우연히 간 애견 운동장에서 훈련사 선생님을 만났다. “진저는 가장 가까운 소수의 친구로도 행복한 아이예요.” 진저를 유심히 관찰하시던 훈련사 선생님이 담담하게 꺼낸 이야기에 우리 부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심지어 진저에게 애견 운동장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땐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우리 부부는 그제야 진저의 심한 낯가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은연중에 진저를 소유물로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자식 같이 키우겠다고 말했지만,나는 진저를 오로지 내 기준에 맞춰 키우고 있었다.복잡하고도 섬세한 훈련사 선생님은 진저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견종의 특성뿐만 아니라 아이의 개별적인 성향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 우리 부부는 애견 운동장에 가던 발걸음을 끊었다. 대신 독채 펜션에 가거나, 좋아하는 친구들과 프라이빗 운동장에서 진저가 마음 편히 놀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산책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전처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강아지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닌 진저와의 교감에 더욱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진저가 어떤 비밀스러운 고민을 가졌는지 알기 전까지 우리 부부는 진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저는 우리 부부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아이였다. 나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감정과 생각이 있다는 것을.글. 사진 장성희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28 12:43:08 Magazine P. 한라산을 등지고, 백약이오름 제주에 가면 바다만큼이나 꼭 가는 곳이 있어요. 바로 오름인데요, 제주에는 총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해요. 하루에 하나씩 올라도 일 년을 넘게 올라가야 할 만큼, 제주는 그야말로 오름으로 이루어진 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지요. 보통 제주 여행을 가면 1주일 이내의 짧은 기간을 두고 떠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하루 코스 혹은 반나절 코스 등 각자 여행 스케줄에 맞는 규모의 오름을 선택해서 오를 수 있다는 점이 제주 여행의 큰 장점이랍니다.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많은 오름 중 저는 웰시코기 코르키, 에코와 함께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백약이오름>으로 향했어요. 백약(百藥) 이오름은 예전부터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이곳은 넓적한 분화구 형태를 띠고 있 고, 정상에 오르면 분화구를 빙 둘러 한 바퀴 걸을 수 있게 조 성되어 있죠. 백약이오름은 SNS 인생 샷을 위한 오름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가 많아요. 일단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도 있고요, 제주시에서 가깝고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랍니다. 자, 초입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천천히 올라가 봅니다. 여기가 천국인가요? 너무 아름답잖아! 입구에서 딱 들어갈 때부터 말문이 턱 막혔어요. 백약이오름 이 여느 국립산 만큼이나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지요. 완만 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중간에 잠시 계단 구간이 나오고, 계단 구간을 오르면 다시 완만하게 올라가는 코스라 반려 견에게도 큰 무리가 없어요. 롤남매는 워낙 등산 경험이 많아 산책하듯 신나게 걸어 올라갔습니다. 워낙 경치가 아름답기 로 유명한 오름이라 삼각대를 들고 사진 촬영하러 오는 관광 객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걷다 보면 앞으로는 한라산이, 뒤로는 제주 바다와 성산 일출 봉이 펼쳐지는데 정말 황홀했답니다. 비온 뒤 잠깐 갠 하늘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 무릎 까지 자란 제주 들풀들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좁게 난 길로 연신 궁둥이를 씰룩거리며 걷다가 뛰다가 하는 코르키와 에코를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지요. 정상에 올라 가고 분화구를 쭉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게 백약이오름의 가 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표선면에 위치해 있다 보니 성산 일 출봉부터 한라산까지 한자리에서 쭈욱 둘러보는 특별한 경 험은 오직 백약이오름에서만 해볼 수 있죠. 가장 높은 곳에서 잠깐 땀을 식혀봅니다. 코르키와 에코도 얌전히 앉아서 드넓 은 제주의 풍경을 감상했어요. 저 멀리 풍력발전기도 보이고, 푸르른 바다도 보이죠? 체력이 약하신 분들도 충분히 오를 수 있어요. 저는 비가 그치는 걸 보고 바로 출발한지라 웅덩이가 있을까 봐 등산화를 챙겼는데, 편한 샌들로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답니다. 진드기! 넌 정말 너무해 반려견과 함께 하이킹을 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진드기일 거예요. 외부 기생충 약을 바르고, 진드 기 방지 목걸이도 착용 했는데도 역시나 하산한 뒤 롤 남매의 몸을 살펴보니 곳곳에 깨알같이 작은 진드기부터 손에 잡힐 정도로 통통한 녀석들까지 많이도 붙어 있더라고요. 웰시코기는 이중모를 지닌 견종이다 보니 아마 더 했을 거예요. 하루 정도는 둘 다 간지러워하며 고생을 했고요, 다음날부터는 괜찮았어요. 물론 그 이후의 대처도 중요하겠죠! 혹시 몰라 털 구석구석을 살피며 진드기를 잡고, 샴푸로 씻겨주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다 백약이오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표선면에 있는 ‘제주 허브 동산’에서 함께 쉬며 커피를 마시고 왔어요. 오름에서 차로 15 분 거리로 아주 가까운 데다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곳이라 쉬고 가기에 딱 좋았어요. 제주 허브 동산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 는 로즈마리 아이스크림까지 알차게 먹고 왔지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 지역에 사는 저로서는 날마다 갈 수 있 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코르키, 에코와 함께한 오름의 경험이 더욱 값졌답니다.글 사진 한민혜에디터 이혜수<문밖의 삶-한라산을 등지고, 백약이오름>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4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2-21 10:48:04 Magazine P. 어느 보통날의 기록 STORY | 2020-12-21 10:47:28 Magazine P. 제주도, 베스트 산책 스팟을 찾아서 Magazine P. 안녕, 아롱 다롱 Magazine P. 사랑 받을 자격 Magazine P. 넌 어느 별에서 왔니? Magazine P. 내 강아지의 ‘개취’ 존중 Magazine P. 한라산을 등지고, 백약이오름 Magazine P. 어느 보통날의 기록 1 2 3 4 5 6 7 8 9 1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