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매혹되다, 작가 김영하에게 듣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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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고양이에게 매혹되다, 작가 김영하에게 듣는 고양이
조회2,542회   댓글0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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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매혹되다

작가 김영하에게 듣는 고양이

 

바다를 구불구불하게 둘러 이어진 동백섬의 산책로를 그는 익숙하게 앞장서 걸었다. 늘 산책을 하러 온다는 이곳에서 때로는 숲 어디쯤에서 자다가 내려온 고양이를 마주치기도 한다고 했다. 무뚝뚝하게 큰 키로 고양이를 마주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지만,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고양이와의 관계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에세이집 <랄랄라 하우스>에서 매듭을 짓는다.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첫 번째 반려묘, '방울이'가 아니었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그는 서두에서 추억했다. 또한 그와 고양이의 고마운 인연의 끈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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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부산에 머무르고 계신데, 부산은 어떤가요?
A. 부산에는 영화제 때 처음 왔었는데, 따뜻하고 한가로워서 좋아하는 도시예요. 항구라서 전통적으로 많은 곳에 열려 있으면서도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죠. 저는 오래 살 도시를 정하는 기준이 있는데, 바다가 있어야 돼요. (이유가?) 바다는 아무리 봐도 싫증이 안나요. 그리고 해산물을 좋아하거든요.

 

 

Q. 즉 해산물이 많은 도시(웃음). 고양이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A. 부산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해 좀 너그러운 편이에요. 여유롭다고 할까? 동네에서도 가끔 보거든요. 한번은 어디 나가는데, 아파트 막다른 골목 같은 데서 웬 아주머니가 고양이를 안고 뭘 먹이고 있더라고요. 안길 정도면 캣맘을 아주 오래 하신 건데, 동네에 그런 분이 계신지 그때 알았죠. 저희 고양이 때문에 장모님도 캣맘이 되셨어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가서 밥을 주시는데, 그래서 오히려 건강해지셨죠.

 

 

Q. 반려묘 방울이, 깐돌이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A. 2003년쯤 처음에 치즈태비 고양이 방울이가 왔어요. 친구가 맡긴 길고양이인데, 길에서 따라오더래요. 며칠만 맡아달라고 부탁받았는데 그대로 키우게 되고,6개월 있다가 두 번째로 까만 고양이 깐돌이를 만났어요. 피부병이 걸려서 비실비실 했는데, 제 앞에서 픽 쓰러지더라고요. 밥도 못 먹고 몰골이 말도 아니었는데, 데려와서 치료하고 키우고 나니 아주 미묘가 됐어요. 얼굴 무늬 균형도 잘 맞고, 이렇게 예쁜 고양이 흔치 않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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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래 고양이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A. 키워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사실 그 무렵에 만화 그리는 이우일씨가 고양이를 데려왔어요. 페르시안 고양이인데, 하얗고 예쁘더라고요. 나도 저런 고양이를 키워야지 했는데 난데없이 코숏만 두 마리를…(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이놈들을 빨리 입양시키고 멋진 품종묘를 키워야지 했는데, 키우다보니 얘네가 훨씬 예쁜 거예요. 몸의 형태나, 근육, 도약하는 것까지. 몸의 움직임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멋있더라고요.

 

Q. 방울이와 깐돌이는 사이좋게 지냈나요?
A. 둘이 꽤 늦게까지 우다다를 했어요. 방울이가 보통 의자 위를 선점하고 있고,깐돌이가 밑에 있다가 둘이서 한 방씩 날리면서 싸우기도 하고. 보통 깐돌이가 졌지만. 깐돌이는 지금도 잘 지내요. 방울이 있을 땐 노란색과 까만색이 같이 있으면 조합도 참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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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 분들이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데. 글 쓰실 때 고양이가 있으면 영향이?
A. 고양이가 옆에 있으면 안정감을 줘요. 만화가들도 그렇고 밤늦게까지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시간이면 같이 사는 사람들도 자고 혼자 깨어있는데, 고양이들은 야행성이니까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온기를 가진 좋은 친구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 척 하면서 앉아 있고. 물론 방해할 때도 많지만. <랄랄라 하우스> 표지도 그럴 때 찍은 사진이에요.

 

 

Q. <랄랄라 하우스> 표지의 고양이 발 말씀이시죠. 직접 찍으신 건가요?
A. 네, 방울이 발이에요. <위대한 개츠비> 번역할 땐데 방울이가 그걸 깔고 올라 앉아버린 거예요. 그러니 뭐 일을 못하게 됐잖아요. 옆에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을 찍었죠.(콘셉트인 줄 알았어요.) 고양이는 콘셉트가 안 먹히잖아요. 절대 말을 안 듣고. 매력 있는 여성이랑 비슷해요. 너무 가까이 가면 할퀴고 싫어하고, 근데 또 너무 멀어지면 다가오고.

 

 

Q. 그런 고양이형 여자가 매력이 있나요? (웃음)
A. 개형, 고양이형 여자가 있다면 당연히 고양이 쪽이 매력 있지 않을까요? 너 없음 안 된다고 따라다니고 달려들고 그러는 것보다(웃음). 고양이는 자기 매력을 스스로 아는데 그 매력에 무심한 태도를 보이죠. 모르긴 해도, 고양이랑 인간이 오랜 기간 함께 살면서 여성들이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알게 모르게 고양이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Q. 고양이의 매력도 역시 그런 도도한 점일까요?
A.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종일 제 몸만 가꾸고, 인간이 자기를 좋아하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 같은 고상한 태도를 가지고 있죠. 사람을 매혹하는 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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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지만 사실 길고양이에 대해 여전히 안 좋은 인식이 있어

어려운 점도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옛날에는 불쌍했어요. 그런데 고양이를 키워보고 겪어보니, 그 애들도 사는 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보면 구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아요. 전에 고양이 한 마리를 더 키울 뻔 했어요. 한예종 교수로 있을 때 학교에서 다리를 저는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다쳐서 사냥을 못 하니까 산에서 내려온 것 같더라고요. 구조해서 치료한 뒤에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랑 얼굴을 좀 익히려고 했는데, 낫자마자 엄청나졌어요(웃음). 성질도 대단하고, 힘도 엄청나고, 걔는 그 동네 짱이 분명해요.

 

방울이랑 깐돌이도 꼼짝을 못 하고 너무 무서워하더라고요.안 되겠다 싶어서, 건강해진 뒤에 발견된 산 쪽으로 데려갔어요. 이동장에서 나가자마자 바위 위로 올라가더니, 한번 딱 돌아보고는 뒤도 안 보고 가버렸죠. 집에서는 뛰었다 하면 순식간에 집 끝에 다다르고, 답답해하던 녀석이라 자기 영역으로 돌아간 게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새끼 고양이를 발견해도 근처에 어미가 있을 수도 있는데, 엄마 잃어버렸구나 하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겠죠. 인간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보다, 나름 자유롭고 본성에 맞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자기들 삶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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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시각도 달라지는데, 키우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고양이는 특이하잖아요. 모든 동물이 다 그렇지만 또 다르게. 조용하게, 고요하게 앉아있는 걸 보면 인간을 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은 뭔가를 계속 하잖아요, 부스럭부스럭.고양이랑 살다보니 내가 참 수선스럽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간이 별을 보면 겸손해진다고 하죠. 그런데 고양이는 별과는 또 다르게 그런 게 있어요. 우리보다 먼저 죽고, 작고 힘이 없는데 훨씬 우아한 동물이죠. 그런 게 나를 돌아보게 해요.

 

 

Q. 반려동물의 존재가 오히려 인간에게 주는 깨달음이 있는 거네요.
A. 고양이와 나는 다르니까요. 인간만 존재하는 세상에선 인간의 본질을 생각할 필요가 없죠. 그런데 동물이 함께 있으니까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거든요. 인간 역사에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은 대부분 신화인데, 신화는 계속해서 동물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 것이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주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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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세요.
A.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결여된 부분을 동물이 해주는 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성인이 되면 친밀한 행위를 별로 안 하죠. 아빠 왔다고 가서 핥아주고 그러지 않잖아요(웃음). 그런데 개는 그렇게 하고. 서로의 본성에 비어있는 부분을 채우는 거죠. 또 최근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동물과 어릴 때부터 자란 경우 면역력도 훨씬 강하다고 해요. 인간만 청결하게 격리되어 사는 게 사실 더 이상하지요. 동물로부터 진화하고, 함께 살고, 많은 걸 공유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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