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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29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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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28 08: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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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26 08: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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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26 08: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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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21 1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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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19 08: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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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15 11: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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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내 시간은 전부 너였단다
- 올해로 10살이 된 호두는 사실 길에서 구조된 일명 ‘스트릿(street)’ 출신의 고양이입니다. 다들 지금의 호두를 보면 묘생 역전을 했구나 하시는데요. 사실 반대예요. 인생 역전을 한 건 바로 저와 남편이랍니다.두 B형의 만남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진짜 어른이 된다고들 하던데, 저희는 호두를 반려하면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당시 학생이던 우리 부부는 연애하는 내내 참 열심히 싸우고 심지어는 몇 번 헤어진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호두를 만나고부터 참을성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죠. 저와 남편은 동물을 반려해본 경험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했던 남편의 호기심 덕분에 우리의 묘연은 시작되었거든요. 돈이 없던 학생 시절 우리 부부는 뭐든 열정으로 대체해야 했습니다. 박스를 주워다 하나하나 잘라 스크래쳐를 만드는가 하면, 전공 서적을 쌓아 캣타워를 만들어 준 적도 있었네요.(웃음)그리고 더 까칠한 고양이 너무 서툴고 무지했던 탓이었을까? 그 자그마했던 새끼 고양이는 저희가 쌓아 올린 전공서적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게 됩니다. 당시 호두는 마취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아이였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네요. 어쩔 수 없이 호두는 그대로 치료를 받아야 했고,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남자분이셨다는 이유로 남자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저와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길은 모두 거부하는 상태. 우리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했죠. 하지만 호두의 경계심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대신 우리가 더 큰 사랑과 관심을 호두에게 쏟기로 했답니다. 맘이 열리네요 우리가 들어가죠 길에서 태어나 엄마를 잃고 비닐봉지 옆에서 발견된 호두는 지금도 비닐봉투만 보면 그렇게 열심히 핥아요. 비닐봉지가 호두의 어릴 적 추억인 걸까요? 저희가 보여준 사랑에 화답하듯 시크한 호두는 나름대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제가 아플 때는 ‘냥냥 난로’를 가동해 곁을 지켜주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보다 절 많이 의지하는 편입니다. 여행을 간다거나 집을 오랫동안 비우게 될 때는 가족들에게 호두를 부탁하는데 아무리 맛있는걸 챙겨주더라도 이틀 정도는 먹지 않고 기다린대요. 그럴 땐 맘이 참 쓰여요. 걱정 마. 널 두고 어디 안 갈 거야, 호두야.바쁜 집사를 위해 호두가 도와줄게! 사랑하는 집사를 위해 호두가 날마다 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 깨워주기! 일정한 패턴으로 사는 집사가 혹시라도 늦잠 잘까 싶어 알람 시계 역할을 도맡아 하죠. 또 제가 바빠서 밥그릇을 채우는 걸 잊었을 때면 제 귀에 대고 ‘야옹’, 솜방망이 같은 손으로 제 다리를 툭툭 쳐 알려주곤 하죠. 바쁜 집사를 배려하는 호두, 철든 고양이 맞죠? 온통 너로 가득하단다 돌이켜보면, 알게 모르게 저와 남편을 향한 호두의 다정한 몸짓과 눈빛이 우리를 더 큰 어른으로 만들어 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쭉 우리 부부도 호두의 묘생을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주려고요. 만약 당신이 반려동물을 맞이하고 싶다면, 부디 깊이깊이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호두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그 작고 빛나는 눈동자 속에는 저와 남편의 실루엣으로 온통 아른거려요. 그만큼 반려동물들에게 우리는 그야말로 ‘전부’랍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호두야, 널 만난 건 우리 인생 최고의 행복이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글·사진 호담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29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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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THE POWER OF CAT
- 스위스에 살고 있다 보니 부모님을 비롯해 많은 친구가 겸사겸사 우리 집에 방문하곤 한다. 하지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인 여동생은 일이 바빠 유럽에 올 만한 장기 휴가를 낼 수가 없었다.사이버 고양이를 직접 두 눈으로 다행히 코로나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2주가량의 휴가를 받은 덕분에 동생은 처음으로 스위스에 놀러 올 수 있었다. 노아와 폼폼을 입양했을 때, 나는 온 가족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여동생에게 아이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만질 수는 없는, 왠지 ‘사이버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니 귀엽긴 한데 실제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현실감 없는 존재랄까. 무엇보다 그녀는 원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강아지파’였다. 함께 스위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동생은 ‘노아와 폼폼과 친해지고 싶은데 애들이 날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절대로 귀엽다고 큰 소리를 내거나 무작정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모른척하며 네게 익숙해질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지만 동생은 무척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예쁜 고양이임이 분명해 드디어 스위스에 도착해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전형적인 경계심 많은 고양이 노아와 폼폼은 낯선 인간의 출현에 일단 멀찍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동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동생 또한 최대한 아이들을 모르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집에 스며들려 노력했다. 노아는 호기심이 많고 폼폼에 비해 사교적인 편이라 동생과 금방 친해질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민하고 겁 많은 폼폼은 어떨까? 과연 짧은 시간 내에 마음을 열어줄까?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첫날부터 폼폼은 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 킁킁 냄새를 맡더니 조금 뒤에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평소처럼 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보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던 폼폼 특유의 머리 박치기 애교까지 동생에게 해 주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아이들을 동영상, 혹은 사진으로만 접했던 동생은 실제 노아와 폼폼의 매력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언니가 보내준 사진이나 영상은 아이들의 실제 매력을 절반도 담지 못했다며 단언하건대 노아와 폼폼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들임이 틀림없다고 했다. 물론 고슴도치 집사인 나는 주관성을 잃은 지 오래이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을 이제 깨달은 것이냐”고 타박했지만. 이제는 강아지파 아닌 고양이파 고양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혹여 발톱으로 할큄을 당할까 싶어 껴안는 것은 무서워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새 장난감으로 아이들과 놀아주며 동생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폼폼이 해주는 머리 박치기 애교에 홀랑 넘어가 버린 듯했다. 오늘은 손을 내밀면 다가오지만 내일은 안 그러면 어떡하냐며, 매일매일 손을 내밀어보고 폼폼이 여전히 애교를 부린 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기뻐했다. 우린 스위스에 머무르며 짧게 프랑스 파리에도 다녀왔는데, 동생은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어서 스위스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될성부른 극성 집사의 기질을 보이기도 했다. 2주가량 노아와 폼폼과 함께 지낸 이후로 그녀는 열광적인 ‘랜선 이모’가 되어버렸다.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내 얼굴은 필요 없으니 어서 아이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매일 한 장 이상씩 아이들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라고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본인 반려묘도 아니면서 맘에 드는 노아와 폼폼의 사진을 본인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쓰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이제 자기는 강아지파보다 고양이파라며, 온종일 고양이 관련 유튜브를 본다고 한다. 확고한 강아지파였던 동생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고양이는 사람을 바꾼다 지금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때문에 언제 다시 스위스에 놀러 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만, 동생은 극성 이모답게 그때는 장난감을 한 아름 사 가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또한 언젠가는 본인도 꼭 반려묘를 입양하겠다는 다짐까지. 노아와 폼폼은 반려동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극성 집사로 바꾸어 놓더니, 이제는 여동생조차 그 매력에 퐁당 빠져 허우적거리게 만들어버리고야 말았다. 자기들이 많은 사람의 생각을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까? 고양이에겐 사람을 바꾸는 묘한 힘이 있다고, 나는 100% 확신한다글·사진 이지혜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28 08: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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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다행이야 네가 있어서
- 고양이들의 대책 회의 이전엔 외출하면 고양이들이 떠올라 서둘러 집에 돌아갔다. 명절이나 휴가가 주어져도 외박을 할 수가 없어 당일 돌아오거나, 지인에게 집에 들러 고양이를 한 번 살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고양이들이 혹시나 배를 곯진 않을지, 빼꼼 열린 서랍의 틈새나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 한편이 늘 불편했다. 어느 순간 외출이 즐겁지 않게 느껴졌고, 약속이 생기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다. 고양이가 아닌 나에게 분리 불안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작은 인간이 태어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아기와 온종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몸도 마음도 금세 지쳤다. 시계는 어찌나 느리게 움직이는지, 하루가 길어도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집순이 그 자체였던 나는 종종 집 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돌아가던 시곗바늘도 집 밖에서는 다시 제 속도를 찾은 것 같았다. 위기감을 느낀 고양이들이 나를 집에 머무르게 하려고 자기들끼리 대책 회의라도 한 것일까? 나의 외출 빈도가 늘어나자, 고양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육아 도우미를 자처했다. 새로운 육아 도우미 찡가와 찡콩 아기 집사가 울면 우리 집 첫째와 둘째인 찡가와 찡콩이는 울음소리가 들린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간다. 그리곤 곁에 앉아 아기를 바라보거나, 나에게 ‘아이가 울고 있어요!’ 하고 알려주듯 함께 야옹 야옹 소리를 내준다. 또 아기가 서툰 몸놀림으로 비적비적 집 안을 돌아다니면, 높은 곳에 올라가 상황을 지켜보며 안전을 챙겨주기도 한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기가 배밀이를 막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로봇 청소기가 아기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드르륵드르륵 움직이고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찡콩이는 그 앞을 막아서더니 단호한 앞발로 청소기를 밀어내 아기를 지켜줬다. (정말이다!) 돌보는 눈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아기가 우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심지어 내가 집안일을 할 때면 고양이에게 아기를 맡기기까지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자 집 밖보다 아기를 함께 돌봐주는 보호자가 많은 집이 더 편해졌고, 자연스럽게 내 외출 빈도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나를 집에 머물게 하려는 고양이들의 작전은 성공! 고양이 아빠가 생기다 아기 집사가 태어난 지 어느덧 10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아기 집사와 고양이의 관계 또한 돈독해졌다. 물론 7마리의 고양이들이 다 아기와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같은 고양이들끼리도 더 친하고 덜 친한 사이가 있듯이, 여전히 소리지르며 집안을 돌아다니는 작은 인간을 보면 도망가는 쫄보가 있는가 하면, 그러거나 말거나 무관심한 아이도, 호시탐탐 아기 집사의 물건을 탐내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나의 육아 도우미를 맡고 있는 찡가와 찡콩이는 아기 집사와 나름의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찡콩이는 때론 단짝 친구처럼, 때론 아빠처럼 아기 집사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아기 집사는 이제 막 서툰 발음으로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했는데, 아기 집사는 자신을 돌봐준 찡콩이에게서 아빠와 같은 따뜻함과 든든함을 느꼈는가 보다. 종종 찡콩이를 보며 “아빠빠바!”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아직 뭘 모르는 아기의 입에 나온 ‘아빠’란 말은 나의 찡콩이가 얼마나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준 건지 가슴 깊이 느끼게 해줬다. 고양이라는 행운 제아무리 집순이라 해도, 내 의지로 집 안에 머무르는 것과 나갈 수 없어 집에 머물러야만 하는 건 차이가 무척 크다. 코로나로 인한 답답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맘대로 나갈 수도 없는데, 육아도 나 홀로 감당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찡콩이 뿐 아니라 아기 집사를 피해 도망가는 모카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웃음이 터지고, 늘 아기 집사의 물건을 자신이 똑같이 따라 쓰는 모모를 보면서도, 그리고 순간순간 다른 고양이들의 엉뚱한 행동을 보면서 하루에 몇 번이고 웃음이 터진다. 누구에게나 버거운 육아임에도 건강한 에너지와 웃음을 주는 고양이들의 존재가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나에게 고양이가 있다는 건, 무엇보다 커다란 행운이다.글·사진 황류리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26 08: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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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밀당 좀 할 줄 아는 고양이, 꿍디
- 꿍디가 집에 온 지 벌써 10개월 가까이 되어갑니다. 낯가림이 심해 창고에서만 지내던 꿍디는 이제 완전히 적응을 했는지 동네를 활보하고 다닙니다. 꿍디가 동네 마실을 다니다가 배가 고파지면 언제든 돌아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우리 집 마당 구석에는 고양이 사료가 항시 구비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옆 동네 고양이들에게까지 소문이 퍼졌는지 사료를 먹으러 우리 동네로 원정을 오거나 아예 정착해버린 녀석들도 많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고양이지만 강아지가 더 좋아 그동안 외로웠던 꿍디에게 든든한 친구들이 생겼다는 생각에 처음엔 기뻤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착각이 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꿍디의 성격이 얼마나 고상한지 다른 고양이가 먹다 남긴 사료는 입에도 대지 않고 제 집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하면 그곳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탓에 꿍디의 집도 벌써 5번 이상 바뀌었지요. 도시에서 살다 왔다고 시골 고양이들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세상 이렇게 도도한 고양이는 처음 봅니다. 웃긴 건 좋다고 꿍디 뒤를 쫓아다니던 새끼 고양이들에겐 눈길도 안 주더니, 우리 집 강아지들 중 한 녀석 ‘햇님이’ 뒤는 졸졸 따라다닌다는 겁니다. 자신이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고양이라니 참 웃긴 녀석이지요. 올겨울 다른 고양이랑 어울리지도 못하는 꿍디가 혼자 외롭게 보내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햇님이가 꿍디의 곁을 지켜줘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꼭 놀아줘야 해! 자영업자인 저는 보통 아침 8시에 가게에 나가서 밤 9시 이후에 집에 들어옵니다. 집에 오면 도마뱀인 땅콩이와 아몬드를 위해 귀뚜라미를 잡아주고, 샤워 후 노래를 들으며 사진을 보정하는 게 제 일상입니다. 이 평범한 일상에 언제부턴가 꿍디가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만지면 싫어하고 화를 내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 안 만지면 화내고, 이제는 꼭 날마다 1시간 이상은 놀아줘야 기분이 풀리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가게가 비교적 한가할 땐 큰 문제가 없지만, 붐비는 날에는 꿍디와 놀아주는 것이 어렵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어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녀석은 단 하루도 안 놀아주면 화가 나는지 창문을 긁고, 방충망을 뜯으며 심지어 창문을 열고 방에 들어오기까지 합니다. 그러곤 잠든 제 얼굴을 앞발로 툭툭 치고 만져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애정 결핍, 혹은 집착일까요?(웃음) 산책은 좋지만 걷는 건 싫어 가게 브레이크 타임에 엄마와 뒷동산 산책로를 걷고 있으면 햇님이와 꿍디도 저희 모자 뒤를 따라오곤 합니다. 햇님이는 저희를 앞질러 달려가는 반면 꿍디는 저희 뒤를 따라 두세 걸음 걷고 ‘야옹’, 그리고 다시 두세 걸음 걷고 ‘야옹’ 하며 성질을 냅니다. 걷기 힘드니까 안아달라는 신호지요. 처음 집에 왔을 때는 날씬한 체형에 뜀박질도 잘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운동도 싫어하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심기를 거스르면 밤에 또 못 자게 괴롭힐 것만 같아, 눈치를 보며 안아주기로 합니다. 그럼 꿍디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골골거리며 품속을 파고들지요. 말 안 듣는 철부지 아이가 생기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웃긴 건 한 30m 정도 가면 질렸는지 발버둥 치고 품에서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참 변덕도 심한 아이랄까요.츄르 주는 사람 좋은 사람 사실 얼마 전 꿍디에게 실망을 했습니다. 평소에 우리 가족들만 따라다니는 꿍디이기에 가족만 사랑해 주는 아이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츄르만 주면 누구나 좋아하는 고양이였습니다. 평소에 길에서 앞집 아주머니를 마주치면 눈길도 안 주고 도망가던 꿍디였는데 아주머니가 츄르로 유혹하니 바로 뛰어가서 재롱을 부리는 겁니다. 역시 사람이나 고양이나 맛있는 걸 잘 주는 사람이 좋은가 봅니다. 정작 원고를 작성 중인 이 순간에는 내 무릎에 올라와 만져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꿍디. 진정시키기 위해 녀석이 좋아하는 노래, Frank Sinatra의 「My Way」를 들려줘야겠습니다.글·사진 안진환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26 08: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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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군고구마, 유자차, 귤 그리고 망고
- 고양이 보호자들은 비교적 다른 동물보다 고양이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은근하게 정을 주는 모습, 개인적인 성향을 지녔지만 무심한 듯 고양이를 쓰다듬고 장난감을 흔드는 모습. 뜨겁지도 않지만, 차갑지도 않다. 오늘은 내가 아는 고양이 보호자 중 그 이미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집사와 그의 고양이 ‘망고’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한다. 내 인터뷰 요청에 그는 정말 많이도 거절했다. “나랑 망고는 뭐 별거 없어”라는 말 한마디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더욱 독자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게 원래 별거 없지만, 그래서 더 따스하고 몽글한 법이니까.무심한 듯 따스하게 “망고는 뭐… 아비시니안치고 얼굴이 조금 뭉툭하고 둥글둥글해. 그래도 살이 잘 안 쪄서 3킬로 후반을 잘 유지하고 있고, 얼굴엔 갈색 줄무늬가 있고, 낯선 사람에게는 하악질도 하고, 목욕도 별로 안 좋아하고, 억지로 하는 스킨십도 안 좋아해. 같이 사는 여동생의 강아지 브라우니도 안 좋아하고.” 집사 못지않게, 망고도 내가 가진 고양이의 이미지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 낯선 사람한테는 조금 까칠해야 고양이지. 집사만 좋아하면 되는 거지 뭐. “그래도, 내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현관에서 야옹거리고 있고! 씻으려고 화장실 들 어가면 계속 그 앞에서 울어. 내가 샤워하는 걸 걱정하는 것 같달까? 음, 확실한 건 나를 좋아한다는 거지.” 호불호는 확실하게 “망고는 특정 회사의 캔 사료만 먹어. 츄르, 다른 습식 사료, 캣닙, 마따따비 등 내가 진짜 온갖 간식을 시도해봤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오직 그 회사 캔 사료.” 단조로운 어투로 빠르게 말을 이어가면서도, 망고의 취향까지 세세하게 말해주는 집사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 호불호가 확실한 건 망고뿐만 아니라 집사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확고한 입맛으로 맛있는 음식점들을 꿰뚫고 있었으며, 소설과 영화에 있어서도 확실한 취향을 보여주곤 했으니까. 성격은 확실하게 닮은 둘이었다.강아지와 같이 살지만 망고는 브라우니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같이 산다. 갈색 푸들과 갈색 줄무늬 고양이. 함께 누워있는 예쁜 그림을 연상했지만, 전혀 아니란다. “망고는 브라우니 안 좋아해. 근데 뭐 그건 브라우니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쩌겠어. 보호자들이 남매라서 같이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여동생은 망고 좋아해. 하지만 부모님은 항상 그런 건 아냐. 평소에는 예뻐하시는데, 망고는 종종 가구를 스크래쳐 대용으로 사용하니까. 그리고 남동생은 망고 덕에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망고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만지지는 않아. 그래도 망고가 가족이라는 건 다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이랄까? 심지어는 서로 앙숙인 브라우니조차 말야. 둘은 마치 남한과 북한의 관계 같아.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사이.” 극적인 요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소설과 영화, 그리고 사진을 좋아하는 집사는 망고와 앞으로도 조용하고 잔잔하게 지냈으면 좋겠단다. 큰 사건은 처음 망고를 데려왔을 때, 짧고 굵게 지나갔던 허피스 정도면 충분하다고. 망고가 앞으로는 아프지 않고, 먹고 싶은 캔 마음껏 먹으며 집사를 데리고 살아줬으면 좋겠단다. 파격적인 연출은 없지만 주말을 채워주는 독립 영화처럼. 조용하지만 집안을 채워주는 재즈 음악처럼. 겨울날 마음을 따스히 덥혀주는 군고구마와 유자차의 향기처럼. 잘 익은 귤의 새콤달콤함처럼. 잔잔하게, 포근하게, 당연하게, 오래오래 함께하기를.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21 1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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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먹고, 놀고, 사랑하라
- 제철 귀여움 요소 핫! 지금 하니가 내 품속으로 파고들어 골골거리며 쉬고 있다. 딱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겨울이 오면 나는 껴입기 좋도록 크고 통이 넓은 니트를 많이 입는 편이다. 사람 품이 제일 안락하고 따뜻하다는 걸 알아버린 영리한 하니는 무릎도 성에 차지 않는지 이젠 아예 옷 속을 파고든다. 사실 처음 하니의 파고듦을 당(?)했을 때, 순간적으로 민망함이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품속에 들어온 아이의 편안한 골골 소리와 보드라움, 따뜻함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하니가 무릎 위에 올라오면 오히려 내가 먼저 옷을 벌려서 쏙 감싸버리는 쪽으로 바뀌었다. 실은 글을 쓰 고 있는 지금도 그렇지만, 으하하! 고양이의 귀여움이야 사시사철 변함이 없지만, 그 진가가 톡톡히 발휘되는 계절은 단연코 겨울이라 주장하고 싶다. 이불 파고들기(살짝 들췄을 때 보이는 보름달처럼 꽉 찬 눈동자와 ‘왜?’라고 묻는듯한 표정)나 무릎에 올라오기(방광이 터질 것 같지만 행복하다), 살 꼭 붙이고 자기(지각 당첨인 걸 알면서도 못 일어난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뜨끈한 온돌 위에 대자로 드러눕기(평소에 잘 허락하지 않으시는 뱃살과 젤리 조물거리기가 가능한 순간) 등등…. 또한 털도 방한용으로 길고 두꺼워지는데 특히 단모종인 우리 폴리와 하니의 경우 뭐랄까, 털이 더벅더벅하게 자라서 식빵을 굽는 바로 그 모습이 내겐 견딜 수 없이 귀여워 보인다. 무엇보다 털이 쪄서 군데군데 가르마처럼 쩍쩍 갈라진 사이로 ‘핑크빛 속살’이 살짝 보이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 너무 나만 아는 모습일까? 여름철에는 털이 솜털처럼 가볍고 빽빽해서 절대 볼 수 없기에, 그런 숨은 매력이 특히 희귀한 보물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모전냥전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도 잠이 많아지고 활동량이 줄어드는 계절, 겨울. 원래도 천성이 게으른 나는 겨울 특유의 처지는 분위기를 싫어한다. 오히려 일조량이 풍부해서 쨍하고 밝은 날을 훨씬 좋아하는 편이다.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핫초코 한잔~’ 같은 상상까지는 좋지만, 현실의 춥고 흐리기만 한 겨울은 내게 결코 로맨틱하지 않다. 신기하게도 세상 까불이였던 폴리 하니도 겨울에는 특유의 극성스러움이 조금 줄어든다. 나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계절의 영향도 클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들도 햇볕을 적게 쬐면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바, 따라서 겨울철엔 아이들의 활동성이 최대한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특히 써주는 게 중요하다. 그에 대한 나의 방법은 ‘매일 일정 시간을 채워 놀아주는 것’이다. 한 번 처지면 끝이 없는 내게 정반대 성향의 뱅갈 고양이가 온 것은 신이 보낸 최고의 선물이라며, 그동안 철썩같이 믿어왔다. 그런데 만약 그런 아이들이 나를 닮게 된다면? 정말 싫다.주인님의 행복권 그런 이유로 놀이 시간은 가급적 지켜주려고 꽤 노력하는 편이다. 폴리 하니는 사냥 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보통 30분은 거뜬하게 붕붕 날고뛰며 잘 놀아준다. 그러다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으면, 잠깐 멈추고 내 할 일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아주 곡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놀아주느라 허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하니는 기본 1시간은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라서 어쩔 수 없다. 힘은 들지만 하니 덕분에 나도 함께 운동한 것 같아서 내심 스스로 뿌듯할 때도 많다. 다 놀았다~ 싶으면 서열이 높은 폴리는 캣타워의 가장 높고 안락한 곳에 먼저 자리를 잡고, 하니는 만족스러웠다는 듯 크게 골골골 노래를 부르며 내게 다가온다. 우리 아이들을 보며, 고양이도 놀면 놀수록 흥미가 붙어서 더 열심히 놀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고양이에게도 “운동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철칙은 통하는 것 같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고양이의 본성을 최대한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집사인 내가 지켜드려야 할 ‘주인님 행복권’ 중 하나라 생각한다. 존재 자체로 복덩이들 신나게 놀고 제일 좋아하는 동결 간식까지 맛있게 먹은 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꼭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나까지 행복해진다. 너무 열심히 놀아서 귀 끝까지 붉어진 내 작고 소중한 아이들. 그래, 추울수록 가만히 웅크리고 있기보다는 힘을 내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나는구나! 오늘도 우리 복덩이들 덕분에 사소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글·사진 장보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19 08: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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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나의 라임 오렌지 고양이
- 학창 시절, 학원이나 야자를 마치고 텅 빈 집에 돌아올 때면 참 슬펐다. 하루의 끝에서 바라본 우리 집 창문은 늘 검은색이었다. 불 꺼진 집에 돌아와 괜히 온 방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던 나는 강아지를 간절히 바랐다. 내가 아무리 늦게 돌아와도 언제나 문 앞까지 꼬리를 흔들며 뛰쳐나와 나를 반겨줄 강아지. 나를 붙든 사진 한 장 대학교 입시가 끝난 어느 날, 나는 무작정 강아지 입양 카페를 뒤지기 시작했다. 털이 보송한 포메라니안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 털이 보송한 작은 강아지는 너무 ‘비쌌다’. 요즘도 동물의 값을 따지는 문화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때는 그런 것들이 지금보다 더 당연히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내 동물권 감수성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무조건 예쁘고 작고 어리고 건강할 것. 하지만 몇 날 며칠을 뒤져도 작고 어리고 건강한데 가격도 적당한 포메라니안은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하루아침에 강아지를 포기하고 고양이 게시판에 발을 들였다.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저렴한 데도 예쁜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창피해서 입 밖으로 꺼낼 수조차 없는 말이지만, 그때는 정말 그랬다. 때마침 내가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가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원래 이유 없이 고양이를 싫어해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차츰 낮아진 고양이에 대한 벽은, 입양 카페의 고양이 게시판에서 잔뜩 흔들린 어느 새끼 고양이의 사진을 발견한 순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고양이란 이런 것이구나 팔뚝만 한 크기의 노란 새끼 고양이었다. 짤막한 글이 사진 아래에 적혀 있었다.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네요.”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자마자 생각했다. ‘얘를 데려와야겠다’. 그저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 없을 정도로 활동적인 저 고양이가 건강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바로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았다. 엄마를 겨우 설득해 입양비를 챙겨 들고 혼자 버스에 올랐다. 보호자를 기다린 지 몇 분쯤 지났을까. 고양이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나타났다. 곧 군대에 가야 한다며, 그는 자신의 까까머리를 머쓱하게 만졌다. 작은 가방에 담겨 나온 고양이는 연신 삐약삐약 울어댔다. 아, 새끼 고양이란 이런 것이구나. 야옹야옹 울지 않고 삐약삐약 우는구나. 고양이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 이름과 생일을 물었다. 그런데 그는 이름도 새로 지어주라며 생일도 모른다고 했다. 아마 얼떨결에 고양이를 떠맡게 돼 어 쩔줄 모른 채 데리고만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내게 딱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집에 가면 몇 시간, 며칠 동안 구석에 숨어 나오 지 않을 수도 있는데 괜찮다고. 적응되면 알아서 나올 거라고. 한 순간 가족이 되다 그렇게 보호자와 헤어진 후, 나는 택시에 고양이 화장실과 사료를 싣고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고양이는 가는 내내 쉬지 않고 울었다. 먕먕. 매옹매옹. 고양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가는 내내 기쁘면서도 두려웠다. 그제야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나쁜 일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어디로 숨어버리진 않을까? 나를 싫어 하진 않을까? 고양이는 우리 집에 도착하자마자 삐약거리며 온 집안을 탐험했다. 느릿하고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세상의 모든 것을 경계하며 집안 곳곳을 살폈다. 그렇게 5분이나 지났을까? 경계하는 발걸음도 잦아들고 울음소리도 멎었다. 전에 길렀던 햄스터가 두루마리 휴지심을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나, 고양이에게 휴지심을 굴려주자 녀석은 바로 그걸 껴안고 데구루루 굴렀다. 그러다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어버리는 그 모습을 엄마와 함께 바라보며 한없이 웃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지만 전부 기억난다. 가족이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작은 새끼 고양이가 내 방에서 뜀박질하며 놀기 시작했을 때, 그 모습을 보며 엄마와 내가 웃었을 때, 단지 그 한순간,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2010년 1월 2일의 일이었다.글·사진 오분나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15 11:2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