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골목걷기 #1 부산 감천2동 태극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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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고경원의 길고양이 골목걷기 #1 부산 감천2동 태극마을
조회1,437회   댓글0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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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골목걷기 #1

부산 감천2동 태극마을

 

버스를 타고 부산 감천동 산복도로를 달려, 언덕배기에 있는 감정초등학교에 내립니다. 내리막 쪽 차도를 따라 조금 걷다, 다시 오른쪽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태극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붉은 융단처럼 채색된 비탈길은 경사가 만만치 않습니다. 손수레를 갖고 길을 내려가는 아저씨 발걸음은 조심조심, 행여나 아래로 굴러 떨어질까 싶은 조바심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조심스러움과는 별개로, 길고양이는 그런 길도 수월하게 올라갑니다. 미행하는 인기척을 느끼자 잠시 자동차 밑에 숨었다가, 제가 자동차 앞에 쭈그리고 앉는 틈에 어느새 계단을 잽싸게 뛰어 내려가 골목 사이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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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태극마을

 

길고양이가 사라진 길을 따라 들어간 곳은 사방이 탁 트여, 태극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전쟁 무렵 부산으로 몰려든 피난민 중 일부가 이곳에 정착해 살았다고도 하는데, 태극도를 믿는 신자들이 많아 '태극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산비탈을 따라 성냥갑 같은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풍경 때문에 '부산의 산토리니'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요.그러나 이 풍경은 산비탈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네모반듯한 집을 다닥다닥 붙여서 지어야만 했으니까요.

 

태극마을은 요즘 '문화마을' 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습니다. 2009년 예술문화단체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에서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행한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프로젝트'가 좋은 반응을 얻어,2010년에도 '미로미로 프로젝트'라는 후속으로 프로젝트가 이어졌기 때문이지요.한국전쟁 전후 가난했던 시절의 이미지를 떨어버리고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지역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거 노후 지역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거나조각품을 설치하는 등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활발히 시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사람들이 흔히 '벽화마을' 부르는 곳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주민의 주거환경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대신, 담벼락에 그림 몇 개 그리는 일만으로 삶이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섭니다. 서울 이화마을 날개벽화의 경우처럼 관광객이 밤낮으로 몰려들어 피해를 끼친 경우도 있고,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일회적인 이벤트처럼 시행되었다가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흉물로 바뀐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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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태극마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감천2동의 빈집 중 6곳에 작품을 설치한 '빈집 프로젝트'는 음침한 폐가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문화 활동을 통한 마을재생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굳이 길고양이를 만나러 가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두루 들러볼 만합니다.태극마을 내 감천동 전시홍보관인 '하늘마루'는 옥상에 전망대를 마련해 놓았고, 1층에는 전시장 아카이브와 작가의 방 등이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태극마을에 들렀다면 이곳을 가장 먼저 들러보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감천동 문화지도도 받을 수 있으니 골목을 탐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골목길이 좁고 건물이 비슷비슷해서, 자칫하다간 같은 길을 맴돌다 지칠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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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루에서는 주민들의 사생활 유지를 위해 오후 6시 이후에는 마을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벽화마을은 '놀이공원의 포토존처럼 예쁜 그림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닌 '사람 사는 마을'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하고 방문한다면 거부감을 덜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길고양이가 사는 골목을 찾아다니면서 염두에 두는 점 중 하나가, 사진에 찍히고 싶지 않은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가끔 "괭이만 찍지 말고 내도 좀 찍어 도고!" 하고 넉살 좋게 요청하는 어르신을 만나면 흔쾌히 찍어드리지만,분명 카메라 든 외지인을 불편해하는 주민들도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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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좁은 골목을 타박타박 걷다가, 허물어져가는 슬레이트 지붕 틈새에 숨은 노랑둥이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이쪽을 조심스레 경계하는 눈치이더니, 그래도 호기심을 어쩔 수 없는지 동그란 눈을 들어 한참을 올려다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상황은 바로 뒤에 일어났답니다. 지붕 밑, 바로 옆 자리에 고동색 형제 고양이가 있었던 것이지요. 노랑둥이보다 더 겁이 많은지 얼굴 반쪽만 지붕 아래로 빼꼼 내민 모습에 그만 웃고 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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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 가고 새끼들만 있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걱정스럽지만, 슬레이트 지붕에서 머지않은 곳에 휴식을 취하는 삼색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엄마 고양이가 육아에 지친 몸을 잠시 쉬러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복잡한 미로처럼 꼬이는 골목길을 헤매다 허리가 뻣뻣해지고 다리가 아파도, 골목에 보석처럼 숨은 길고양이를 만난 날은 호랑이 기운이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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