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강아지가 있는 소행성, 만화가 이향우


 

반려문화 문화 속 반려동물 이야기
고양이 | 고양이와 강아지가 있는 소행성, 만화가 이향우
조회3,007회   댓글0건   작성일4년전

본문

고양이와 강아지가 있는 소행성

만화가 이향우

 

고양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고양이의 시간은 어떤 속도로 흐르는지상상하게 된다. 생후 1년 정도면 인간 나이로 환산해 20살 남짓, 그 이후로 고양이의 1년은 사람의 4년과 맞먹는다고 한다. 만약 고양이 나이 20살이면, 인간 나이로는 100살에 가깝다. 만화가 이향우와 살고 있는 웬디도 스무 살,그렇게 오랜 시간을 작가와 함께 살았다. 웬디가 젖 먹여 기른 수컷 고양이 빠다도 16살이니, 흔히 보기 힘든 장수가족이다.

 

글/사진 고경원

http://catstory.kr


d8490c3d717cdecc6dd82e5dbc39cffa_1431476

 

1992년 만화잡지 <미르>로 데뷔한 이향우의 대표작 <우주인>을 보면, 옥탑방에 사는 우주인이 길에서 데려온 유기견 눈탱, 머리가 큰 고양이 요정 두둥과 함께 아옹다옹 사는 모습이 나온다.


이향우는 만화에 적극적으로 고양이 캐릭터를 집어넣거나 고양이 만화를 그리지는 않지만, 작품 속에 스쳐가듯 등장하는 동물들에는 그가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언제나 묵묵히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반려동물인 것처럼, 소행성 같은 우주인의 옥탑방을 훈훈하게 지켜주는 건 눈탱과 두둥의 온기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 자리한 이향우의 작업실에도, 반려동물이 뿜어내는 특유의 온기가 감돈다.현재 그와 동거 중인 고양이는 웬디와 빠다. 거기에 작년에 데려온 유기견 코난까지 세 마리 동물이 함께 산다. 빠다는 코난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싸우기도 곧잘 했다. 개는 고양이에게 같이 놀자고 인형을 물고 와서 흔들어대는데 고양이는 그게 싫은 거다. 그래도 한 1년쯤 같이 살다보니 '이젠 쟤와 함께 살아야 되나보다'하고 깨달았는지 데면데면 지내는 사이가 됐단다.

 

"처음엔 코난 때문에 웬디와 빠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빠다는 아직도 코난을 싫어하는데, 잘 때 웬디가 제 머리맡에 와서 자면 가만히 있지만, 코난이 오면 뭐라고 해요."


웬디의 정확한 나이는 추정하기 어렵다. 남아있는 사진도 1994년에 찍은 것밖에 없는데, 웬디가 그의 집에 왔을 때가 92~93년 전후라고 하니 계산해보면 약 19~20살이 되는 셈이다.


d8490c3d717cdecc6dd82e5dbc39cffa_1431476

 

하지만 웬디는 이향우 작가의 두 번째 고양이였다. 마음속에 묻은 첫째 고양이의 이름은 장비.


"원래 집에서 동물 키우는 걸 싫어했는데, 제가 형제가 없어서 동물을 키우고 싶었어요. 우리 집 뒤뜰에 들어왔던 도둑고양이가 있었는데 걔가 장비였어요. 4~5년 키웠는데, 윗집 아줌마가 놓은 쥐약을 장비가 먹고 죽고, 아줌마가 미안했는지 자기 집 연탄광에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줬는데, 그게 웬디였죠."


웬디는 처음에 피부병이 너무 심했다. 고양이를 보는 동물병원이 많지 않을 때라, 작가는 집이 신길동이었지만 대치동까지 통원치료를 하러 다녔다. 웬디와 함께 살던 때만 해도 중성화수술이 왜 필요한지, 그게 무엇인지 몰랐기에, 웬디는 8~9살이 되어서야 중성화수술을 받았다. 그 사이에 두 번의 출산을 했다.

 

"웬디가 발정기가 되면 스트레스 때문에 침대, 소파, 심지어 만화에 붙이는 스크린톤에까지 오줌을 쌀 정도였어요.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중성화수술을 시켜보자 생각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더라고요."


d8490c3d717cdecc6dd82e5dbc39cffa_1431476

 

둘째 고양이 빠다는 평소 '우리 집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주겠다'고 하던 친한 만화가에게서 데려왔다. 집에 이미 웬디가 있는데 어쩌나 싶었지만 거절하지 못한 것.

 

룸메이트 선배 언니가 "몸에 노란 얼룩이 있으니 얘는 빠다라고 부르자"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빠다가 처음 왔을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단다.


"웬디가 모성애가 강하거든요. 자기 새끼를 분양할 때도 데려가지 말라고 공격하려고 그랬어요.근데 아기고양이였던 빠다를 보고 젖이 나오는 거예요. 빠다가 생후 6개월이 넘어 왔는데 반년을 웬디 젖을 먹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젖이 나오는 이유가 새 고양이에게 관심을 뺏기지 않고 자기도 관심받기 위해서래요. 그게 정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미안했죠. 그 사이에도 저는 길에서 고양이를 끊임없이 주워오고 분양하고 그랬거든요."


d8490c3d717cdecc6dd82e5dbc39cffa_1431476

 

웬디는 처음 왔을 때 피부병을 앓고 있던 것 말고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편이다. 다만 올해 들어 체력이 떨어져 종합검진을 받았다. 이상은 없지만 체중이 빠져 관리를 해줘야 한단다.


그밖에는 면역이 떨어져서 가끔 콧물이 나는 정도라, 그것만 신경 써주면 된다고. 개는 약을 주면 꿀꺽 삼키지만, 고양이들은 유독 약 먹이는 게 힘들다. 웬디에게 약을 먹이면 삼킨 척하며 꿀꺽 소리를 내지만 나중에 보면 입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만큼 연기력이 늘었다.

 

고양이가 나이 들면 사람이 다 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인가 보다.고양이가 늙어갈수록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무엇일까, 작가에게 물었더니 체중 감소와 털의 탈색을 손에 꼽는다.


d8490c3d717cdecc6dd82e5dbc39cffa_1431476

 

“나이 들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살이 빠지고 몸집이 작아져요. 원래 웬디가 4~4.5kg이었는데 지금은 3.4kg쯤 될 거예요. 굉장히 많이 빠진 거죠. 털 색깔도 변색되고요. 원래 짙은 색이었는데 색이 바랬어요. 똑같이 먹거나 더 많이 먹는데도 체중이 안 늘더라고요. 그래서 사료도 바꿨어요. 맛있는 것 챙겨드려야 되고, 예쁘다고 자주 말해줘야 하죠."


빠다는 아직도 쌩쌩하다. 엄마 젖을 1년이나 먹어 튼튼한 것인지도 모르겠단다. 몸무게도 7.5kg에 달한다. 지금은 깨방정 코난이 있어서 고양이들이 마음 편히 나다닐 수 없지만 나중에 이사를 가면 고양이 전용 방을 하나 마련해줄 생각이다. 지금은 작가의 방과 마루, 베란다가 고양이들의 구역이다. 웬디는 베란다 창가 앞에서 하루 종일 일광욕을 하다가 해가 지면 작가의 방으로 들어온다. 테이블 아래 의자 두 개를 붙여두었는데 거기가 고양이들의 은신처다.

 

성별도 종도 다른 세 마리 동물이 함께 살다보니 기상천외한 일도 겪었다. 처음 코난이 집에 왔을 때, 멋모르고 고양이 똥을 먹어서 당황했던 것. 심지어 웬디가 똥을 싸고 있는데 그 밑에서 받아먹기도 하더란다. 그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서 '개 벽(?)'을 사다가 설치했더니, 마침내 코난도 고양이 똥을 떼게 됐다. 코난은 소머리 봉제인형이 달린 안마봉으로 혼내는 시늉을 하면 말을 잘 듣는단다. "소머리로 혼내줄까?" 하면 꼼짝 못한다고.


d8490c3d717cdecc6dd82e5dbc39cffa_1431476

 

소싯적의 웬디와 빠다는 밥을 안 주고 늑장을 부리면 비닐을 질겅질겅 씹곤 했다. 작가가 자다가 부스스 눈을 뜨면, 눈을 마주보면서 불량소년처럼 계속 비닐을 씹다가 토했다고. "이래도 밥 안 줄 거야?" 하는 시위다.

 

나이 들고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지만 그만큼 의사표현이 확실한 존재가 고양이다. 둘은 작가의 머리맡에서 잠드는 걸 제일 좋아한다. 이향우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존재 자체가 매력적이잖아요." 하고 답한다. 사람 속 안 끓이고, 개인주의적인 면도 좋다고 한다. 마음의 의지도 되지만 몸의 곡선 자체도 너무 예쁘고, 눈도 신비로우니까. 작가의 작업실 한쪽에는 평소 모았다는 인형이 가득하다. 한켠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의 유골함이 놓여 있다. 작가는 이 작업실에서 만화를 그리고, 만화를 그리지 않을 때는 짬짬이 아크릴화를 그리거나 바느질을 하며 지낸다.

 

언젠가 우크렐레처럼 다정한 소리가 나는 악기를배워보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무심한 듯 다정한 고양이처럼, 자기만의 소행성에 머물며 담담한 일상을 꾸려가는 이향우의 신작을 기다려본다.
 

     좋아요 1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ency_culture&wr_id=431&page=10
URL을 길게 누르시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복사되었습니다. 원하시는 곳에 붙여넣어 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url복사
반려인의 의견   총 0

이 글에 첫 번째 의견을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문화/행사 더보기

이벤트 더보기

공지사항  
체험단이벤트  |   구독이벤트  |   포토이벤트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  광고/제휴문의 |  구독문의 |  오시는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2 유스페이스 2동 507-1호(대왕판교로 670) | 대표전화 : 1544-8054 | 팩스 : 0303-0433-9971
회사명 : 펫앤스토리 | 대표자 : 황규형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이제원
사업자등록번호 : 239-88-00800 |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 제 2017-성남분당-1513호
(c) 2002-2019 petlove. All Rights Reserved
e-mail 문의하기
기사 : edit@petzzi.com
광고/제휴문의 : ad@petz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