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고양이 마을, 소설 <1Q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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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여기도 고양이 마을, 소설 <1Q84>
조회362회   댓글0건   작성일2016-11-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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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여기도 고양이 마을 

소설 <1Q84>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키우지 않는 것도 아니야. 메신저 프로필 란에 박힌 고양이 사진을 보고 누군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속 썩이는 자녀를 둔 아비의 푸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우리의 관계는 조금 모호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평일을 보내고, 주말마다 본가에 올라가 고양이를 만난다. 그렇게 주말 집사 노릇을 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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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집사로 산다는 것


본가의 현관문을 열면 정적이 가득하다. 엉덩이가 가벼운 집안 내력 때문에 어릴 적부터 주말의 집은 항상 고요했다. 문을 닫고 내부로 들어선다. 분주히 무언가를 하고 있던 고양이가 달려 나와 멀찌감치 멈춰 선다. 몸이 경직된 채 눈을 마주친다. 나를 기억하니? 떨리는 물음. 긴장되는 피아 식별의 시간. 등허리를 구부리며 털을 세우려는 녀석의 몸짓에 나는 더욱 간절해진다. 벌써 날 잊은 거야? 지난 주말의 노고와 뒤치다꺼리, 지난한 밀당과 극적인 타협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간다. 한숨을 쉬며 안으로 들어가려할 즈음 녀석은 어깨뼈를 실룩이며 발밑으로 다가와 뺨을 다리에 비비고 바닥에 모로 눕는다. …통하였구나! 이후 이어지는 집사의 루틴. 사료통을 채우고 변소를 청소한다. 널브러진 집을 추스르고 자주 머무는 거처는 아늑하게 꾸며준다. 옷마다 들러붙은 털을 떼어내고 녀석에겐 빗질을 해준다. 베란다에 세제가 담긴 대야는 없는지, 삼킬 만한 게 굴러 다니진 않은지, 저번 주 풀칠해 붙인 벽지는 아직 무사한지 훑어본다. 아, 뱃살이 두둑하지만 오는 길에 사온 특식을 급여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런 뒤에야 다리를 펴고 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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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마을의 청년은 어디에 있을까


본가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어, 집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시의 마스코트인 고양 이 동상이 여럿 보인다. 그 때마다 하루키의 소설 ‘1Q84’에 나오는 고양이 마을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곤 하는데, 집사의 소일을 마친 후 쉬고 있는 때면 더욱 그렇다. 책의 이야기는 이렇다. 한 청년이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다 인적이 없는 마을에 도착한다. 해가 저물자 고양이들이 몰려 와 음식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며 저마다 일을 하다 새벽이 되면 다시 어디론가 사라진다. 고양이에게 청년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고, 청년은 비로소 그곳이 ‘자신이 상실될 자리’임을 깨닫는다. 사람의 마을을 고양이가 점유하고, 유일한 인간은 자아를 잃어버린 채 유령처럼 배회한다. 이후의 청년은 어떻게 지냈을까. 나는 그가 외려 후련한 마음으로 그 곳에서 지친 영혼을 쉬게 하리라 생각했다. 정처 없이 길 따라 걸음하던 청년의 사연이란 그리 평탄하진 않은 것이라 멋대로 추측하면서. 나와의 짧은 대면식 후 다시 분주히 집 안을 활보하며 제 일에 전념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면, 나도 유령이 된 것처럼 기분 좋은 허전함에 빠져 든다.

 

 

고양이와 맺은 신사협정


그 감각은 결코 나쁘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주말마다 꾸역꾸역 본가를 찾는 이유가 된다. 인간과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종류의 에너지든 소모될 수밖에 없는데, 고양이는 나와 아무 대가 없이 공존하고 있을 뿐이다. 존재와 함께 있음에 외로움은 해소되지만, 동시에 수반되는 스트레스는 여기에 없다. 나 또한 녀석의 쾌적한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것들만 챙겨준 채 방관하곤 한다. 이름을 잘 부르지도 않는다. 어쩌다 간지러운 목소리로 허기를 호소하거나 앞발을 들며 스킨십을 청해 올 때면 그저 흐뭇하게 응할 뿐이다. 그러면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면 우리 사이엔 무언의 정이 쌓여 있다. 키우는 것도 안 키우는 것도 아닌 모호한 관계. 함께 있지만 유령처럼 배회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 서로가 그어 놓은 금을 밟지 않은 채 애정을 주고받는 신사적 제스처.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후로, 주말의 집은 평일의 사회와는 전혀 다른 룰이 지배하는 공간이 됐다. 이번 주말에도 난 고양이 마을 행 열차를 탈 것이다.   

 


CREDIT

김기웅    

그림 우서진​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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