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냥이를 위한 찬가, 소란 <살빼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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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뚱냥이를 위한 찬가, 소란 <살빼지 마요>
조회2,727회   댓글0건   작성일6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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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뚱냥이를 위한 찬가

소란 <살 빼지 마요> 

 

내 뚱냥이 ‘둥이’를 처음 본 사람들은 ‘고양이가 정말 크다’고 첫인상의 감회를 말한다. 그건 감탄이라기보다는 충격에 가깝다. 그들은 가까스로 다이어트 좀 시키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고양이가 너무 뚱뚱하지 않아? 나는 그럴 때면 소란의 노래 <살 빼지 마요>를 한 구절씩 불러주며 “그래도 난 우리 애가 예뻐”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실 이미 간식은 끊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살은 빠지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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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가슴살 혹은 가다랑어 스틱

 

오늘은 그냥 잘 수 없어

이 밤은 이렇게 비까지 오는데 어떻게

안 돼 계속 그렇게 참으면 내 맘이 아프잖아

오늘 밤엔 다 잊어줘요 ♪

 

뭐가 문제였을까. 둥이가 너무너무 귀여운 탓에 간식상자 앞에서 냐앙- 하고 한번만 울어도 이성을 잃고 헐레벌떡 달려가서 닭가슴살을 꺼낸 것? 일요일마다 특전으로 캔을 까면서도 수요일에는 일주일의 반을 잘 보냈다며 가다랑어 스틱을 꺼낸 것? 아무튼 비만한 고양이를 본 적 없던 나는 고양이가 얼마나 쉽게 살찌는 생물인지 모르는 무지한 집사였다. 더불어 둥이는 믿고 있던 집사와 가끔 보던 수의사 선생님의 손에 의해 남성성과 결별하게 되었고, 그 후로 잃어버린 땅콩에 대한 빈 공백을 채우듯 더욱 더 음식을 탐했다. 이따금 간식상자를 쏟고서 먹고 싶은 간식을 그 야무진 찹쌀떡으로 툭툭 건드리는 모습이 여간 지능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마치 ‘집사야, 네 손으로 오늘은 이거나 좀 까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해야 할까. 그렇게 둥이가 지목하는 간식을 눈치도 없이 하나 둘 까주던 내가 ‘둥이가 좀 살쪘나?’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이미, 8kg의 후덕한 아저씨가 된 후였다.

 

 

8kg>3kg

 

둥이는 내 손에서 일 년 반 동안 외동으로서 살찌다가, 얼마 전 3kg이 채 안 되 는 동생 고양이 ‘꼬마’를 만나게 됐는데 체급 차이가 워낙 커서 매우 쉽게 서열 정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열정리 이후로도 꼬마는 둥이가 보일 때마다 달려가서 냥냥펀치를 날리고 목덜미와 귀를 물었다. 특히 둥이가 사료를 먹고 있을 때 그 등 뒤에 올라타서 작은 이빨로 둥이의 털을 뭉텅이로 뽑는 걸 목격한 건 몇 번인지 셀 수가 없다.

 

두 볼에 토실토실 살이 좀 있는 모습이 더 귀여워

엄마랑 동생이 널 말린다 해도 신경 쓰지 말아요 ♬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둥이는 무던했다. 먼저 꼬마를 신경 쓰는 법이 없었다. 좀 성가시다 싶으면 앞발을 하나 휘둘러 꼬마를 패대기치거나 깔아뭉개고 앉아서 정성껏 본인의 찹쌀떡을 단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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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냥이의 박력은 뱃살만큼


한편 꼬마의 삶의 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복도를 한 바퀴 쭉 둘러보는 일이었는데, 내가 잠깐 쓰레기봉투를 복도에 내거나 택배를 받으러 문을 열 때 밖으로 쏜살같이 뛰어나가고는 했다. 그리고 복도에 사람 이 있거나 말거나 뒹굴며 골골송을 불렀다. 둥이는 현관문 앞에서 한심 하다는 눈으로 그런 꼬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다였고, 이따금 복도 멀리까지 간 꼬마를 쫓아가 잡아오는 나에게 냥! 하고 한마디씩 건네기도 했다.

 

그날도 꼬마는 어김없이 내가 문을 연 사이 복도 끝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다른 날들과 차이가 있다면, 복도 끝의 다른 집의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튀어나와 꼬마의 앞에 섰다는 것. 꼬마는 그 강아지를 보고 바짝 얼어붙었고, 나는 신발을 신다 말고 그 쪽으로 뛰어가다가 문 앞에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강아지는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고양이인 꼬마에게는 위협의 신호. 일어서려고 손으로 바닥을 딛는데, 내 옆으로 둥이가 영웅처럼 뛰어갔다. 고양이의 육중한 무게 덕인지 뛰어가는 소리가 복도에 탓탓탓 울렸다. 둥이는 꼬마와 강아지 사이를 가로막고 캬악! 하고 큰 하악질을 했다. 그리고 나는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달려가 꼬마와 둥이를 안아들고 복도에 나온 견주분께 사과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살, 빼지 마요

 

정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도대체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

내 눈엔 지금 너무 완벽한데 ♪

 

둥이는 그 날 이후로도 같은 생활을 한다. 여전히 간식상자를 엎고 닭가슴살을 앞발로 탁탁 친다. 애써 모르는 척 하면 그 앞에서 하염없이 이야옹- 냐아앙- 이야아앙- 하고 울고, 그럼 나는 마지못해 닭가슴살 하나를 까는 것이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닭가슴살 하나를 온전히 먹을 수는 없고, 꼬마와 나눠먹어야 한다는 것 정도. 접시 두 개에 반씩 나누어 주면, 고양이는 본인 것을 먼저 다 먹고 꼬마의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보통은 그냥 바라보고, 가끔은 그 그릇을 강탈한다. 그리고 입맛을 다지며 다시 사료 그릇으로 직행.

 

살빼지 마요 그대로 있어줘요

살빼지 마요 ♬

 

지난 주말, 우리 고양이를 처음 만난 내 친구는 “고양이가 되게 크다…” 고 감탄했다. 나는 늘 그랬듯 소란의 노래를 추천하며 “그래도 애만큼 착한 고양이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골격이 커서 뚱뚱한 건 아니고 통통하다고도 덧붙였다. 뭐, 이 정도면 됐지 않나. 좀 커도 이만큼이나 귀엽고 형다운 것을.

 

 

CREDIT

김나연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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