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길 위의 오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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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길 위의 오냐들
조회7,702회   댓글0건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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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육묘 중

5화 길 위의 오냐들

오냐와 같이 살면서부터 길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고양이들이 오냐같이 보인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가던 길을 멈추게 되고, 눈 한 번 더 맞추고, 말 한 번 더 던지게 된다. 때때로 외출하다말고 집에 다시 들어가 오냐 몰래 오냐의 밥을 들고 나와 나눠주기도 한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동네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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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도시

 

길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큰 도로를 벗어나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마치 그 길의 터줏대감인양 골목을 지키는 길고양이들을 으레 만나기 마련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살면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제법 큰 야생 포유동물이 아닐까. 

 

덕분에 이 도시가 사람들만의 도시가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만큼은 서울도 ‘고양이의 도시'일 뿐이며, 아스팔트와 시멘트 냄새 물씬 풍기는 잿빛 골목이 삶의 터전이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대물리며 사람들과의 공존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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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주인

 

우리 가족은 만나는 길고양이마다 제각각 이름을 붙여준다. 대개 그 첫인상으로 이름을 짓는데, 이를테면 식빵을 잘 굽는다고 식빵이, 형제끼리 똑같이 생겼다고 쌍디, 검은색·흰색·갈색이 섞여있다고 삼색이, 몸집이 우람하고 남다른 포스가 느껴져서 호동이, 고등어무늬라고 고등어. 이런 식이다. 

 

그러면 이 동네는 식빵이의 동네, 저 골목은 쌍디의 골목, 저 길은 삼색이의 길이 되어 각 동네를 지키는 골목의 주인이 된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이 골목들의 주인들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못되게 구는 사람들은 없었는지, 간밤의 폭우는 어찌 잘 피했는지, 어제의 혹한은 잘 견뎌냈는지, 밤새 새끼들을 찾아 울던 어미는 결국 새끼들을 다 찾았는지 항상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제인이와 해일이 역시 유치원 등하원길 혹은 집 주변에서 심심찮게 길고양이들을 만나고,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담장 너머의 고양이를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둘이서 까치발 경쟁을 한다. 마치 고양이를 처음 보는 아이들처럼. 특히 새끼고양이들을 만나면 발을 동동 구르며, 귀엽다면서 난리 법석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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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는 어떨까

 

길에서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오냐 같고, 오냐의 친구(오냐의 친구는 곧 나의 친구)같은 생각이 들지만 오냐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에게서는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운수에 맡기기가 일쑤다. 운수 좋은 날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온 가족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며칠을 쫄쫄 굶기도 한다. 굶는 것은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방금 주워 먹은 것이 독약이었을 수도 있고, 언제 어디서 돌멩이나 비비탄이 날아올 지도 모르고, 한겨울밤에는 꼼짝없이 영하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로드킬로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오냐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여유는 사치를 넘어 꿈일 뿐이다. 삶이 곧 생존이며 생존이 곧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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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친구가 되자

 

나라마다, 문화마다 다소 차이는 있고,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길고양이와 사람들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시시때때로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빚어내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누가 맞고 틀리며 다른지를 떠나, 금수보다 못한 행위들은 하루빨리 없어지고 최소한의 상식만큼은 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사람을 만나면 피해야하고 도망부터 가야한다고 후천적으로 학습되었지만, 본디 사람을 좋아하는 DNA와 사람들과 가까워지길 원하는 고양이의 본성은 명백하다. 오냐만 봐도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우리 주변을 늘 맴도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분명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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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우지욱 

에디터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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